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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사라진 종묘 앞 고층건물 개발 논쟁…매각도, 인허가도 불발

    입력 : 2026.04.04 06:00

    [땅집고] 사진은 서울 종로구 종묘와 세운4구역 모습. /뉴시스

    [땅집고] 세운지구를 개발하는 디벨로퍼인 디블록그룹(옛 한호건설)이 종묘 훼손 논란이 불거진 서울 세운4구역 땅을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매각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으나 정작 거래 단계가 가시화한 것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땅값만 수백억원대에 달해 SH 입장에선 자금 부담이 있는 데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세운4구역은 서울 세운상가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재개발 구역이다. 1979년 처음으로 재개발 구역으로 묶인 뒤 2006년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시장이 바뀔 때마다 개발 기조가 변하면서 정책·제도 변동이 심했던 탓에 개발이 지지부진했다.

    지난해에는 인근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가 있어 경관·고도 제한 논란까지 터졌다. 서울시가 세운4구역 용적률을 기존 660%에서 최고 1550%까지 상향하면서 지상 50층 이상, 높이 200m에 달하는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됐는데 이 경우 종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문화재청과 시민단체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총리까지 비판에 가세하자 야당 소속인 오세훈 시장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더불어 용적률 상향으로 땅 주인인 디블록그룹이 가져가는 개발이익이 막대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용적률 상향 전 세운4구역 개발이익이 1854억원 적자였는데, 상향 후 5516억원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합뉴스

    세운4구역 개발이 이런 정치권 공방으로 멈춰서자 지난해 12월 디블록그룹은 SH에 구역 내 보유 부지를 매수해달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2006년부터 세운지구 개발에 총력을 다해왔지만 세운4구역 논란이 격화하면서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구역 과반수를 보유한 SH에 넘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디블록그룹이 세운4구역 토지를 매입한 시기는 2022년 10월부터 2023년 9월이며, 총 3135.8㎡(약 950평)로 전체 구역의 9.7% 정도다. 취득가는 총 6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SH가 보유한 면적은 1만8640㎡으로 약 58%며, 나머지 30% 가량은 민간 개개인 소유다.

    디블록그룹은 당시 “세운4구역 개발이 정상 추진돼도 개발이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토지를 계속 보유할 경우 논쟁과 오해가 반복될 수 있어 매각을 결정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어 “서울시가 인허가 과정에 녹지 축 조성을 명목으로 과도한 기부체납을 요구했고 사업시행계획 인가까지 약 30개월이 소요됐다”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공사비와 금리가 상승했고 기부채납률도 기존 10%에서 25% 수준으로 늘었다”고도 설명했다. 만약 디블록그룹이 20년 이상 추진해온 세운지구 대신 다른 사업장에 투자했더라면 더 큰 수익을 냈을 것이라며 부당이득에 대한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다만 디블록그룹 측은 지난해 말 SH에 세운4구역 매수 요청 공문을 보냈는데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매매거래와 관련해 협의한 사항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부에선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 이후 서울시장이 결정된 후 서울시와 SH 핵심 조직이 개편된 다음, 해당 수뇌부의 세운지구 개발 기조를 확정한 다음이라야 부지 매매거래 여부와 관련해 유의미한 단계를 밟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SH 관계자는 “디블록그룹이 보유한 부지가 수백억원에 달해 몸값이 높은 만큼 SH가 매입을 결정하려면 자금 상황이나 예산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또 디블록그룹이 매수 요청 공문을 보내긴 했지만 구체적인 매각가를 제시하지는 않은 상황이라 여러 방면에서 검토가 길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3월 27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종묘 보존과 세운4구역 개발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가졌다. 세운4구역 개발 방향에 대한 두 기관 간 이견을 조율하고 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날 오 시장과 허 청장은 1시간 동안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은 앞으로 국장급 실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구체적인 행정 사항을 논의하고, 빠른 시일 내에 종로구청장까지 합류한 '3자 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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