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4.03 06:01
가계대출 증가율 1.5% 제한, GDP 대비 비율 80% 목표
문재인 정부 말기 대출규제로 서울아파트 22% 급락
중국 일본서 대출규제로 부동산 버블 붕괴 방아쇠
문재인 정부 말기 대출규제로 서울아파트 22% 급락
중국 일본서 대출규제로 부동산 버블 붕괴 방아쇠
[땅집고] 정부와 금융당국이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을 선언했다. 대출 총량을 지난해보다 더욱 강력하게 규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의 비율을 2010년대 초반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을 이뤄진다면 중국의 2020년 부동산 대출규제, 일본의 1990년대 초반의 부동산 대출 총량제에 비견할 만한 파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중국은 부동산 개발업체의 연쇄부도와 집값 급락으로 이어지면서 경기침체를 초래했다. 일본은 당시 급격한 금리인상과 부동산 대출 총량규제, 지가세 신설과 양도소득세 강화 등 집값 잡기 총력전을 펼치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침체 국면에 빠졌다.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은 잘 쓰면 묘약이지만, 자칫 경제에 독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회의를 개최하고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을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이하로 관리,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 연장 금지, 편법 대출 강력 단속 등의 내용을 포함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을 80%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대출총량규제를 통해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대출금을 제한해 2010년대 초반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것.
◇ “부동산과 금융 절연”…대출총량 강화
금융당국이 목표로 내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1.5% 수준이다. 세 차례 부동산 대책을 통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된 작년의 증가율이 1.7%였는데, 더 강력하게 대출을 옥죄겠다는 의미다.
관리 방식도 이전과 달라진다. 통상적으로 연도별로 관리하던 대출 총량은 금융회사별 월별·분기별 관리목표를 부여한다. 목표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을 다음 연도 관리목표에서 차감하는 방식의 페널티가 적용된다. 새마을금고와 같이 목표를 크게 초과한 금융사에 대해서는 다음 연도 가계대출 증가 한도를 ‘0원’으로 설정한다.
수도권·규제지역의 다주택자(2주택 이상 보유한 개인, 임대사업자)의 아파트 담보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다.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이달 17일부터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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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정부는 2030년까지 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을 80% 수준으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국가통계포탈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대출은 1978조 8000억원이었다. 이를 근거로 가계대출 관리용 명목 GDP는 약 2230조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4.9%를 매년 적용한다는 가정 하에 GDP는 약 2830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 비율을 80%까지 낮추려면 가계대출 증가액은 향후 5년간 287조원에 그쳐야 한다.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의 절반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작년 말기준으로 88.6%(잠정) 수준인데, 미국(68%), 일본(61.1%), 중국(59%) 대비 높다. 주요국 대비 높은 편이지만, 최근 가계부채 관리는 준수하게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인 2021년 98.7%까지 치솟았지만, 점진적으로 감소해 2024년 80%대 후반으로 감소했다.
해당 수치가 80%에 근접한 때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가 마지막이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기조가 강해지면서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었다. 10년 전인 2017년에도 84% 수준이었다. 이 위원장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작년 3분기 기준 89.4%지만 여전히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라며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 정부에서 폭등하던 집값 잡은 고승범의 대출규제
문재인 정부에서도 집값 치솟자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이 2021년 8월 취임과 동시에 역대급 고강고 대출 규제를 도입했다. 그는 “한국의 GDP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한국의 집값이 지나치게 급등, 버블이 쌓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상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폭등을 방치한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고승범 당시 위원장은 ‘가계부채 총량 관리’와 ‘상환 능력 내 대출(DSR 강화)’을 핵심 목표로 삼아 전례가 없는 고강도 규제를 가했다. 고 위원장이 전세 대출까지 규제하려고 하자 당시 여당의원들 조차 “집 없는 설움 모르는 탁상행정,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관료주의”라고 비판했다.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본다는 반대여론이 높아지면서 당시 여당의원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제동을 걸었다. 고강도 대출규제가 중저강도 대출규제로 변질됐지만, 확실하게 집값을 급락시키는데는 성공했다. 2022년에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22% 내렸다.
◇ 총량 규제→대출 절벽 우려…해외선 경제 치명상 사례
대출총량규제 강화로 인해 대출 자체를 틀어막는 수준이 된다면 버블 붕괴로 이어지는 더 큰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공존한다. 이미 해외에는 부동산 가격을 잡았지만 경제에 치명상을 입힌 사례가 존재한다.
2021년경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중국은 주택담보대출 총량 관리 제도를 도입했다. 은행권 전체 대출 잔액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 개인 주택담보대출 잔액 비중의 한도를 설정했다. 대형 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 상한선을 40%, 개인 주담대 상한을 32.5%로 정했다. 과감한 대출규제가 도입되자 아파트 가격이 폭락해 중국 1위 건설사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에 몰리는 등 주택개발 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부도 위기를 맞았다.
이번에 발표한 우리의 가계대출 관리방안과 비슷한다. 금융업권에 따르면, 올해부터 국내 5대 시중 은행은 각 은행별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별도 관리 목표롤 처음 도입할 예정이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전체 잔액 대비 주담대 비중은 80% 내외인데, 은행별 영업 구조 등을 고려해 1.5% 증가율 이내에서 총량 제한이 이뤄질 전망이다.
일본은 1990년대 집값이 치솟자 금리인상과 함께 부동산 대출 총량규제를 도입했는데, 경제 버블 붕괴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은행 총재는 서민의 영웅으로 칭송받았지만, 결국 집값 폭락과 경기 침체로 인해 ‘경제를 망친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만 해외 사례는 다소 극단적인 경우라는 평가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이사는 “과거 이명박 정부 때처럼 집값이 30% 정도 빠진 적이 있었지만, 수출이 받쳐줘 해외 사례처럼 붕괴 수준의 침체가 오진 않았다”며 “현재 국내 산업 구조상 반도체 호황인 상황이기에 부동산 안정화 카드를 꺼낼 만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른바 ‘대출 절벽’에 예방을 위한 보완책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측은 “그간 연간 관리목표를 기준으로 페널티를 부여함에 따라 연말 금융권의 관리 강화 과정에서 대출절벽 우려 등이 제기됐다”며 “월별·분기별 관리목표를 수립하여 연중 대출이 고르게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