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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초고층 아파트 유령 상가, 1100평 약국 등장…공실 상가의 반전

    입력 : 2026.04.03 06:00

    59층 마천루 아래 ‘공실 지옥’
    입점률 15%도 못 채운 상가
    해법은 뜻밖의 ‘메가 약국’
    1100평 창고형 약국 등장에 들썩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지하 1층 상가에 1100평에 달하는 H&B 매장이‘르메디'가 이달 1일 공식 개점했다. /강시온 기자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일대 최고 59층 높이로 위용을 자랑하는 강북의 마천루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2023년 6월 입주 이후 집값은 치솟았지만, 정작 건물의 얼굴의 역할을 하는 지상과 지하에 위치한 저층부 상가는 불 꺼진 공실 지옥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런데 이달 1일 적막하던 지하층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어두컴컴한 공실 상가 복도를 지나자 눈을 멀게 할 듯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는 거대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입구에는 대형마트에서나 볼 법한 쇼핑카트 수십 대가 줄지어 서 있어 이곳의 압도적인 규모를 짐작게 했다.

    [땅집고] MBB 창고형 약국 입구에 비치되어 있는 카트. 이 곳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강시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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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리 ‘공실 상가’에 들어선 국내 최대 창고형 약국

    이곳의 정체는 국내 최대 규모로 조성된 창고형 약국이다. 헬스 앤 뷰티(H&B) 전문 매장을 표방한 ‘MBB 르메디 약국’이 문을 열면서 유령상가 같던 지하층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전체 면적만 무려 1100평(복합매장 기준). 약국 단독 공간을 넘어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펫 제품까지 아우르는 메머드급 매장이다.

    미국의 ‘CVS’나 일본의 ‘돈키호테’처럼 의약품과 뷰티, 생활용품을 한 번에 해결하는 ‘드럭스토어형 복합 매장’ 모델을 아파트 상가에 그대로 옮겨놓은 형태다. 그간 이 단지의 상가 상황은 처참했다. 현재 1층 상가 47실 중 운영 중인 곳은 단 7실뿐으로, 입점률이 14.9%에 그친다. 지하층 역시 사정은 비슷해 통로 양옆으로 비어있는 점포가 즐비했다. 단지 입주민 조모(31)씨는 “입주 후 마땅히 이용할 상가가 없어 불편했는데, 이제는 약뿐만 아니라 제품 종류가 다양해 선물용을 사기에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기존 약국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르다. 카운터 앞에서 약을 건네받는 구조가 아니라 대형마트처럼 소비자가 직접 카트를 끌고 진열대를 돌며 물건을 고른다. 감기약과 소화제, 영양제는 ‘상처·화상’, ‘소화·위장’ 같은 세부 카테고리별로 정리돼 있어 비교 구매가 가능하다. 안쪽으로는 화장품과 바디케어 제품이 진열된 H&B 존이 이어지고, 한 켠에는 반려동물 용품을 갖춘 공간도 있었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모(65)씨는 “강아지 용품까지 같이 있을 거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며, “강아지 케이크까지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땅집고] 창고형 약국 '르메디' 내에는 '뷰티존'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강시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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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고형 약국’이 아파트 상가로

    이처럼 대단지 아파트 상가가 텅 비는 현상은 최근 수도권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분양 당시 기대했던 유동 인구와 소비 수요가 실제로는 따라주지 못하면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점포들이 빠르게 이탈하는 구조다. 특히 배달문화 등에 힘입어 소비 패턴이 온라인·비대면으로 이동하면서 단지 내 상가의 체류 수요 자체가 줄어든 점도 침체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엔 아예 상가 분양조차 쉽지 않은 분위기다.

    [땅집고]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 주상복합 아파트 지하 1층 모습. 한 층 대부분이 공실이다. /강시온 기자

    이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창고형 약국’이다. 병원·약국은 기본적으로 생활 필수 시설인 데다, 건강기능식품과 뷰티·생활용품까지 결합하면 집객력이 크게 높아진다. 한 번 방문하면 구매 단가가 커지는 구조도 상가 운영 측면에서는 매력적이다. 기존 카페나 음식점보다 경기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대형 단지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총 1만2000가구 규모의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상가에도 비슷한 형태의 약국 입점이 추진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과 연결돼 유동 인구가 풍부한 ‘올림픽파크포레온5 상가’ 지하 2층에 약 150평 규모의 복합 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은 365의원(약 80평)과 약국(약 70평)이 결합한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창고형 약국은 걸어서 오는 수요 만으로 유지하기 어려워 차량 접근성과 주차 편의성을 갖춰야 한다”며 “결국 창고형 약국은 박리다매 구조로 가격과 규모 경쟁이 중요한 업종이다”고 했다. /ks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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