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4.02 06:00
18년째 제자리… 멈춘 강북 최대 재개발
프리미엄 10억 붙었지만 사업은 표류… 북아현3구역 내홍
조합 붕괴·갈등 격화… 3.6조 재개발 ‘다시 원점’
프리미엄 10억 붙었지만 사업은 표류… 북아현3구역 내홍
조합 붕괴·갈등 격화… 3.6조 재개발 ‘다시 원점’
[땅집고] 서울 도심의 중심축인 광화문과 서대문 사이. 대로변의 고층 빌딩을 한 블록만 벗어나자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좁은 골목마다 노후 단독주택과 낡은 빌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외벽이 갈라진 주택과 낮은 담장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개발의 흐름에서 비켜선 듯한 이곳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일대, ‘강북 최대 재개발’로 꼽히는 북아현뉴타운 3구역이다.
북아현3구역은 지하철 2호선과 5호선이 만나는 충정로역, 5호선 서대문역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역세권이다. 광화문과 마포 생활권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입지 경쟁력은 뛰어나다. 하지만 현장은 이 같은 입지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주변과 달리 개발이 정체된 채 노후 주거지가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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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현3구역은 약 26만㎡ 부지에 5300여 가구를 조성하는 대형 정비사업이다. 총 사업비만 3조6000억원에 달하며, GS건설과 롯데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을 예정이다. 사업은 2008년 조합 설립, 2011년 사업시행인가까지 받으며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지만 이후 내부 갈등과 행정 문제로 장기간 표류했다. 결국 18년 가까이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업은 지연되고 있지만, 가격은 이미 미래 가치를 반영했다. 북아현3구역 내 한 빌라는 2017년 4억9300만원에 거래됐지만, 2025년에는 재개발 기대감이 반영된 14억3000만원 수준의 매물이 등장했다. 현지 주민은 “입지가 좋아 재개발 기대감으로 프리미엄이 12억~13억원까지 붙었다”며 “원주민은 대부분 떠나고 투자 목적 매입으로 빈집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매매가는 감정평가액에 프리미엄이 더해지는 구조”라며 “프리미엄이 과거 1억 수준에서 최근 9억~10억원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 ‘사업기간 변경’ 막히자… 조합 붕괴
최근에는 사업 추진 동력마저 크게 흔들렸다. 조합은 2023년 12월 사업 기간을 ‘변경 인가일부터 72개월’로 재설정하는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를 신청했지만, 서대문구청은 총회 의결과 신청 내용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조합이 제기한 행정심판에서도 같은 판단이 내려지면서 조합 내부 갈등은 심화됐다. 이 과정에서 책임론이 불거지며 지난 1월 조합장과 임원을 포함한 조합 집행부 16명 중 14명이 사퇴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현재는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 “전문관리인 도입” vs “더 늦어진다” 내홍 격화
조합 내부에서는 사업 정상화 방안을 두고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격인 공정감시위원회는 전문관리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조합 중심 구조로는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조합 측은 “전문관리인이 들어올 경우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지고 사업이 더 지연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측은 선거 절차와 집행부 운영 문제를 놓고도 충돌하며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달21일 열린 총회에서는 조합장 직무대행자가 결국 해임됐다. 총 조합원 1934명 중 1067명이 참석한 가운데, 해임 및 직무정지 안건은 각각 1040명대 찬성으로 가결됐다. 현재 남은 쟁점은 법원을 통한 임시 조합장 선임과, 구청에 요청된 전문관리인 도입 여부다. 사업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관리 체계를 둘러싼 판단이 향후 방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chujinzer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