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4.01 06:00
식목일에 되새기는 산림조합의 존재 이유와 시대적 사명 | 박인규 서울시산림조합 조합장 [기고]
[땅집고] 매년 4월 5일 식목일이 돌아오면 사람들은 으레 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떠올리며 나무 심기 행사를 연상한다. 하지만 정작 인구 천만이 밀집해 숨 가쁘게 살아가는 대도시 서울의 '숲'에 대해서는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을까?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산림과 빌딩 숲 사이 점처럼 박혀 있는 녹지는 단순한 도시의 장식품이 아니다.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거대한 천연 필터이자, 열섬 현상으로 달궈진 아스팔트를 식히는 냉각기다. 시민들에게는 삶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는 '보석' 같은 치유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소중한 보석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할 때, 그것은 예기치 못한 재난의 불씨가 되어 우리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현재 서울의 주요 산림과 대형 공원은 시청이나 각 자치구 등 공공 행정기관이 관리하고 있다. 언뜻 체계적으로 보이지만,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도처에 널려 있다. 특히 주택가 밀집 지역이나 사유지에 방치된 '위험 수목'들이 그렇다. 태풍이 북상하거나 예기치 못한 강풍이 몰아칠 때, 담벼락 너머로 위태롭게 서있는 노령목들은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지자체가 모든 주택가와 사유지의 나무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기란 물리적·행정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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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지점에서 산림조합의 전문성이 중요해진다. 공공 행정이 닿지 않는 민간 영역의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유사시 즉각 투입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장비를 가동하는 '도시 안전 파수꾼' 역할이 절실하다. 산림조합은 단순히 나무를 베고 심는 조직이 아니라, 숙련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전문 실행 기구가 되어야 한다.
최근의 기상 이변은 산림 관리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 2~3년간 유난했던 강풍과 폭설로 인해 남산을 비롯한 서울 주변 산림 곳곳에는 피해를 입은 나무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다. 산자락에 무분별하게 쌓여있는 이 적치물들은 도시 경관을 해치는 수준을 넘어서 건조기에는 대형 산불의 치명적인 불쏘시개가 되고, 다가올 장마철에는 빗물에 쓸려 내려가 배수구를 막고 산사태를 유발하는 주범이 된다. '설마' 하는 안일함이 '설마' 했던 대형 재난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산림조합은 이러한 현장의 위험 요소를 포착하고 제거하는 기동력을 발휘하여 산림의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
숲은 심는 것보다 가꾸는 것이 백 번 중요하다. 체계적인 숲가꾸기와 데이터에 기반한 지속적인 관리와 모니터링을 통해 서울의 산림을 우리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울창한 자산으로 키워내는 일은 서울시산림조합 본연의 임무이다. 숲의 건강성이 회복될 때 대기 정화 능력과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가치도 극대화될 수 있고 쾌적한 여가 공간이 되고 귀중한 목재 자원을 생산할 수도 있다.
또한, 산림이 가진 유무형의 가치를 활용해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산림 복지'를 제공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시간과 경제적 여건상 멀리 있는 국립공원을 찾기 어려운 서민들과 시니어들이 서울 근교 산림에서 치유와 휴양을 만끽할 수 있도록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 숲을 보는 대상에서 체험하고 누리는 대상으로 바꾸는 '녹색 복지 모델'은 산림조합만이 할 수 있는 특화된 서비스이자 시민에 대한 예우다.
도시 산림은 우리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인프라다. 식목일을 맞아 우리가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정성만큼이나, 이미 우리 곁에 있는 숲을 어떻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산림조합이 그 고민의 중심에서 시민 안전과 산림 복지를 책임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드릴 것을 약속한다. 나무의 안녕이 곧 시민의 안녕이고, 숲의 미래가 곧 도시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글= 박인규 서울시산림조합 조합장
※박인규 서울시 산림조합장은 제17회 기술고시 출신으로 서울시 공원조성과장, sk임업㈜ 대표이사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