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4.01 06:00
‘2대 주주’ 국민연금, 발행주식수 확대 안건에 찬성
주가 폭락 야기한 유상증자에 ‘사실상 찬성표’ 비판
주가 폭락 야기한 유상증자에 ‘사실상 찬성표’ 비판
[땅집고]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기업을 향해 ‘견제하는 주주’를 자처한 국민연금이 정작 주가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유상증자에 ‘길을 터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이 최근 공시한 유상증자에 대해 국민연금 측이 사실상 찬성표를 던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법 개정이 이뤄진 상황에서 ‘견제하는 주주’로서 국민연금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 26일 이사회를 열어 보통주 7200만주, 총 2조3976억원를 신규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그 여파로 한화솔루션 주가는 폭락했다. 유상증자 발표 다음날인 25일에만 18.2%가 급락했다.
주가가 급락하자 한화솔루션은 3월 27일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김동관 부회장(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남정운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대표, 박승덕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대표 등이 42억원 규모 주식을 매수하기로 했다. 그 영향으로 31일 종가 기준으로 주당 3만7100원으로 전날 대비 1.37%가량 소폭 반등했다.
◇ 주주 돈으로 빚 갚는 유상증자, 국민연금 ‘사실상 찬성’?
증권업계에 따르면, 통상 유상증자는 주식수가 증가해 주식 가치를 희석시킨다. 장기적으로 신사업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활용한다면 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지만, 한화솔루션의 경우 2조4000억원에 가까운 조달자금 중 1억5000억원 가량을 채무 상환에 활용할 계획이다. ‘개미 투자자의 호주머니 털어 빚 갚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 대목에서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를 두고 국민연금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월 24일 열린 한화솔루션 주총에서 발행예정 주식수를 3억주에서 5억주로 늘리는 정관변경안이 통과됐다. 지분 5.75%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있는 국민연금은 정관변경 안에 찬성했다.
기존 한도 내에서도 유상증자가 가능하지만, 향후 추가 자본조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안건이다. 유상증자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길을 터준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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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민연금은 한화솔루션의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는 반대 의사를 표했다. “보수 한도 수준이 보수금액에 비추어 과다하거나, 보수 한도 수준 및 보수금액이 경영성과 등에 비추어 과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할 만큼 재무적으로 위기에 몰렸는데, 경영진의 보수가 과하게 많다는 것이다. 2025년 한화솔루션의 부채비율은 196.3%, 순차입금은 약 12조6000억원에 달한다. 영업손실은 3648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공시에 따르면, 작년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으로부터 27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7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2021년보다 7억원 많은 금액이다. 미등기 임원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한화솔루션으로부터 약 50억원을 보수로 수령했다.
◇ 견제하는 주주? 의결권 행사 일관성 잃었다는 비판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를 통해 국내외 주식,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국내 주식 투자 규모는 330조를 넘겼고, 기금적립금의 21.4%를 차지한다. 2024년 약 139조원에서 국내 증시 호황을 맞은 2025년 약 263억원으로 급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상당수 기업의 지분을 5% 수준에서 보유해 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다.
경영 간섭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올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이유로 ‘주주가치 제고’로 꼽힌다. 한화솔루션 유상증자와 관련해서 단순히 발행주식수 확대에 찬성한 것을 넘어 의결권 행사의 일관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은 3월 다수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주주가치에 반하는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연임,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등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는 경영진 선임안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정작 주가 하락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에는 사실상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증가 참여 가능성까지도 제기된다.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찬성 여부와 향후 증자 참여에 대해 묻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주가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개별 종목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