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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발길 끊기자 美 지상낙원 몰락…50년 쇼핑 성지도 폐업

    입력 : 2026.04.01 06:00

    ‘T갤러리아 DFS 괌’ 3월말 폐업
    50년 관광 상징 붕괴
    환율·물가·콘텐츠 부족 ‘삼중 악재’
    [땅집고] 괌 투몬 지역에 위치한 'T 갤러리아 DFS 괌' 내부가 텅 비어있다./박기홍 기자

    [땅집고] 지난달 29일 오후, 괌 관광의 심장부로 불리는 투몬에 위치한 ‘T 갤러리아 DFS 괌’을 찾았다. 한때 면세 쇼핑을 즐기려는 한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던 이곳 입구엔 적막감만이 감돌았다. 70여 개가 넘던 화려한 매장들은 이미 대부분 셔터를 내렸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던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구찌 매장마저 3월 31일 폐업을 앞두고 직원들은 재고 정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화장품 진열대는 제품이 없어 텅 비어 있었다. 50년 넘게 괌의 상징이자 ‘쇼핑 천국’의 대명사였던 이곳이 장기간 이어진 관광객 감소와 소비 위축을 버티지 못했다.

    DFS 측에 따르면 1972년 개장한 해당 쇼핑몰은 이미 단계적 폐장 절차를 밟아왔다. 한때 75개가 넘는 매장이 운영됐지만, 최근에는 일부 명품 매장만 남아 영업을 이어왔다. 이들 매장 역시 지난달 31일 문을 닫으면서 사실상 완전 폐업 수순에 들어간다.

    [땅집고] 'T 갤러리아 DFS 괌' 내부에 3월31일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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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햄버거 세트 3만원…살인적 물가에 ‘가성비’ 실종

    괌 관광 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이번 폐업의 배경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회복 속도가 더딘 데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안팎을 오가면서 한국인 여행 수요가 급격히 위축됐다. 여기에 현지 물가 상승과 시설 노후화까지 겹치며 관광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다.

    2024년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괌 전체 해외 관광객 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그런데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가족과 함께 괌을 찾은 윤모(35)씨는 “햄버거 세트 하나에 3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관광지와 쇼핑몰에 관광객을 거의 찾을 수가 없는데, 환율과 물가가 오른 영향이 큰 것 같다”고 했다.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이 돈이면 동남아에서 5성급 풀빌라와 최고급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데, 굳이 시설이 낡은 괌 리조트에 올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실제로 괌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광 산업 회복이 세계에서 가장 더딘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고물가와 고환율, 그리고 시설 노후화라는 ‘삼중고’가 겹치며 한국인들의 발길이 동남아나 일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20년 넘게 괌 현지에서 여행업에 종사한 이모(57)씨는 “최근 미국-이란 전쟁 때문에 유류비 부담이 커져 각 항공사들이 괌 항공 노선을 줄인다는 이야기도 나와 갈수록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 같다”고 했다.

    [땅집고] 1972년 개장한 'T 갤러리아' 쇼핑몰이 3월31일 폐업했다.

    ◇괌 관광 산업 ‘붕괴 도미노’ 시작

    실제로 괌의 관광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일부 호텔이 문을 닫았고,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핵심 시설이 사라지면서 관광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괌의 대표 관광·미디어 회사인 발디가 그룹의 마크 발디가 CEO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때 방문객의 100%가 DFS를 관광 일정에 넣었을 정도로 상징적인 곳이었다”며 “투몬 중심부에 위치한 이곳이 사라지면 괌 관광객 유치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DFS는 수익성이 높았던 괌 국제공항의 주요 면세점 운영권을 잃기도 했다. DFS는 30년 넘게 이 운영권을 보유하다가 2013년에 롯데면세점에 넘겨줬다. 롯데면세점은 10여 년간 운영해온 괌 국제공항 사업장 연장 여부를 두고 현재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7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DFS 괌의 몰락은 비단 T 갤러리아 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4월 사이판 가라판 지점이 문을 닫은 데 이어 호주와 뉴질랜드 시장에서도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괌과 사이판 명성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여행객들의 비용 부담이 커졌고, 관광 산업 반등이 어려우면 인프라 투자 역시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고 했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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