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3.31 06:00
택지 매각 막히고 임대 적자 누적…수익 구조 붕괴 신호
3기 신도시 투자 확대에 차입 의존 심화…부채 262조 전망
재무 흔들리자 공급도 흔들…공공주택 정책 실행력 위기
3기 신도시 투자 확대에 차입 의존 심화…부채 262조 전망
재무 흔들리자 공급도 흔들…공공주택 정책 실행력 위기
[땅집고]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9·7 대책’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시행하는 방식으로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공공주택 공급의 핵심 기관인 LH는 사실상 ‘돈 없이 공급을 떠안은 구조’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장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0조원 규모의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끌어다 쓰고 있고, 부채는 165조원까지 불어났다. 수익을 낼 통로는 막힌 반면 투자 부담만 커지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LH가 직접 시행하는 3기 신도시 등 공공 공급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커지고 있다.
LH는 지난해 상반기 이미 427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중장기 재무 전망에서도 올해 4492억원 규모의 영업적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 구조 악화는 더욱 가파르다. LH는 부채 규모가 2024년 160조원(부채비율 218%)에서 2029년 262조원으로 늘고, 부채비율 역시 260%까지 상승할 것으로 자체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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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 악화하는데…시행사업까지
이는 불과 몇 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LH는 2020년 4조3346억원, 2021년 5조6486억원, 2022년 1조812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조 단위 이익 구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23년 부동산 경기 침체 이후 영업이익이 437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 반짝 회복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재무 부담은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 LH 부채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165조2056억원으로 불어났다.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공급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신사업 투자 규모는 급증했지만, 토지 매각 중단과 분양 지연으로 자금 회수는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자금은 채권 발행으로 메우고 있다. 올해만 20조원 규모의 신규 채권이 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수익 구조 자체다. LH는 개발 초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뒤 장기간에 걸쳐 회수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공공택지 매각 대신 직접 시행 방식을 확대하면서 기존 수익 창구였던 택지 매각 기능이 사실상 차단됐다. 임대주택 사업 역시 원가 이하 공급 구조로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시장 환경도 악화했다.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 유동성이 위축되면서 LH 재고자산은 85조9682억원까지 쌓였다. 매각 지연과 계약 해약, 연체 증가까지 겹치며 현금 흐름은 더욱 경색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중장기 재무 구조를 더욱 압박할 전망이다. LH는 부채 규모가 2024년 160조원 수준에서 2029년 262조원까지 늘고, 부채비율도 260%에 달할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투자 확대와 자금 회수 지연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차입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LH 사장은 6개월 넘게 공백
조직 리스크도 겹쳐 있다. LH는 지난해 10월 이한준 전 사장 사임 이후 6개월 넘게 수장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조직 개편 논의도 진행 중이지만 자산·부채·인력 재배분이 얽힌 구조적 개편인 만큼 단기간 내 실행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정책 실행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공급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구조로는 공공 공급 확대 자체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LH는 택지 개발, 공공주택 건설, 임대 운영, 주거복지까지 담당하는 핵심 기관인데 재무 여력이 약화될 경우 신규 사업 속도는 물론 기존 사업 일정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공공 공급 확대를 전제로 한 정부 주택 정책의 실행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LH 공공 공급은 현 재무 상황을 감안하면 속도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최근 내놓은 과천, 용산 등 대규모 택지 개발 사업들이 보상 절차가 전제되는 사업인 만큼 계획대로 추진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임대와 공공주택을 원가 이하로 공급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택지 개발이나 분양 수익으로 손익을 보전할 수밖에 없다”며 “이 구조를 무시한 채 공급 확대만 요구하면 재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급확대는 고사하고 민간-공공 동시 위축
민간 공급까지 동시에 위축될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된다. 김 교수는 “공공 공급이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주택자 규제 등으로 민간 공급까지 막히면 전체 주택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유연한 정책 대응 없이는 공급 확대 자체가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재무 부담의 최종 책임은 결국 정부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현행법상 LH가 결산 손실을 자체 적립금으로 메우지 못할 경우 부족분은 정부가 보전하게 돼 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LH의 신용등급을 최고 수준(AAA)으로 유지하면서 “정부 지원 가능성에 기반한 재무 융통성”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부담이 고스란히 재정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LH 관계자는 “사업 구조상 선투자 후 회수 방식이기 때문에 회계상 수익으로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며 “임대주택 보증금 등이 부채로 잡히면서 부채 규모가 확대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30년 전후로 사업비 회수 구간에 진입하면 재무 지표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