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3.31 06:00
고분양가에 35% 할인·환불 보장에도 매수세 '제로'
"공사할 때가 사람 더 많아" 상인 울상
가산디지털단지 덮친 지식산업센터 공실 지옥
"공사할 때가 사람 더 많아" 상인 울상
가산디지털단지 덮친 지식산업센터 공실 지옥
[땅집고] 서울 서남권의 핵심 업무지구이자 국내 대표 산업 클러스터인 가산디지털단지. 지하철 1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더블 역세권의 뛰어난 입지를 자랑하지만, 한 블록만 이면으로 들어가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신축 지식산업센터(지산)들이 줄지어 서 있지만, 막상 내부로 들어가 보면 불이 꺼진 사무실과 비어 있는 점포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대형 건설사인 SK에코플랜트가 시공을 맡아 화제를 모았던 랜드마크급 건물조차 거대한 ‘유령 건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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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할 때가 더 붐볐다"…대형 건설사 야심작의 굴욕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금천구 가산동 '가산3차 SKV1센터'. SK에코플랜트가 시행과 시공을 모두 맡은 이 건물은 지하 5층~지상 20층 규모의 두 개 동이 연결된 웅장한 구조를 자랑한다. 하지만 1군 건설사의 브랜드 파워가 무색하게,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1층 로비는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1층 상가 곳곳에는 임대 문의 전단이 빼곡하게 붙어 있고, 문을 닫은 채 불이 꺼진 점포들이 즐비했다. 인근 식당 상인 박모 씨는 오히려 건물이 올라가던 시절을 그리워했다. 그는 "처음 오픈했을 땐 공사 인부들이 많아서 새벽부터 아침, 점심, 저녁 장사까지 다 잘 됐다"며 "대형 건설사가 짓는 만큼 공사가 끝나면 사람들이 많이 들어올 거라 기대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공실 상태라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고분양가의 늪…35% 폭탄 할인·환불 보장에도 '외면'
가산3차 SKV1센터가 겪고 있는 대규모 공실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고분양가'가 지목된다. 이 건물의 평당 분양가는 2800만원 수준. 인근 지식산업센터의 평당 분양가가 1450만원~1600만원 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주변 시세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싸게 책정된 것이다.
2022년 분양을 시작해 3년이 지났음에도 완판에 실패하자, 현장에는 다급한 기색이 역력하다. 인근 부동산에는 분양 후 45일 이내 계약 해지 시 계약금을 100% 돌려주는 '환불 보장제' 안내문까지 내걸렸다. 지난해 말부터는 무려 35%에 달하는 파격적인 할인 분양까지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매수 문의는 뚝 끊긴 상태다. 땅집고는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 측에 최근 분양률을 물었지만 "분양률을 공개할 수는 없다"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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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공급 폭탄에 매물만 5000개…정부 대책도 '글쎄'
가산3차 SKV1센터의 굴욕은 가산디지털단지 전체가 겪고 있는 위기의 축소판이다. 1만 개가 넘는 기업이 입주해 있는 이 일대에는 최근 3년 사이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가산동 인근 공인중개사 최모 씨는 "단기간에 공급이 너무 많아진 것이 공실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최근 큰 기업들마저 빠져나가면서 지어진 건물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현재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된 가산디지털단지 일대 지식산업센터 매물만 5000개에 달한다. 매수세는 실종됐고 급매물만 쌓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토교통부는 공실률이 높은 지식산업센터와 상가를 주거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 발의까지 검토 중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애초에 사무실과 공장 용도로 설계된 건물이라 바닥 난방 시설이 없고, 공용 화장실을 사용하는 구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각 호실에 도시가스 배관을 끌어오고 오폐수 설비를 확충하는 등 사실상 건물을 뜯어고치는 수준의 대공사가 필요하다. 막대한 공사비용은 결국 분양가나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시장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0629aa@chosun.com, chujinzer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