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3.29 12:03
[핫플을 만드는 도시계획④] 이제 강남 아닌 강북 뜬다…서울 외곽 확 바꾸는 대개조 프로젝트
[편집자 주]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성수동. 대한민국 넘버원 ‘핫플’은 민간의 창의성과 도전 정신이 만든 결과물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20여 년에 걸친 서울시의 치밀한 공간 전략이 있었다는 점은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다. 이번 기획은 성수동 성공을 이끈 서울시의 준공업지역 정책과 규제 완화, 도시계획을 깊이있게 들여다본다. 성수동이 성장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과 한계 역시 진단하고, 문래동을 거쳐 강북으로 이어지는 ‘제2·제3의 성수동’이 어떻게 변모할지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성수동. 대한민국 넘버원 ‘핫플’은 민간의 창의성과 도전 정신이 만든 결과물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20여 년에 걸친 서울시의 치밀한 공간 전략이 있었다는 점은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다. 이번 기획은 성수동 성공을 이끈 서울시의 준공업지역 정책과 규제 완화, 도시계획을 깊이있게 들여다본다. 성수동이 성장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과 한계 역시 진단하고, 문래동을 거쳐 강북으로 이어지는 ‘제2·제3의 성수동’이 어떻게 변모할지도 짚어본다.
[땅집고] 서울 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이 지나는 도봉구 창동역. 부동산 시장에서 이른바 ‘더블 역세권’이라고 불리는 입지인데도 지역 활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곳으로 악명 높았다. 교통 인프라는 갖췄지만 물리적으로 서울 외곽인 이 곳에 유동인구를 이끌 만한 인프라나 콘텐츠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비 인기지역이다보니 역 주변에 1980~1990년대 들어선 ‘창동주공3단지’, ‘동아아파트’ 등 노후 단지마다 집값 상승률이 더디고 재건축 움직임도 저조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 일대가 대형 상권 못지 않게 활기 넘치는 지역으로 천지개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4년 7월 서울시 지원으로 카카오와 한화 건설부문이 손 잡고 착공한 ‘서울 아레나’가 내년 준공을 앞두고 있는 덕분이다. 최대 2만8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K팝 전용 음악 전문 공연장인데, 현재 수도권에 대규모 공연 시설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가 창동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아이유·아이브 등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및 자회사 소속 인기 연예인들이 콘서트나 팬미팅을 열 경우 이 서울 아레나를 주요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동안 서울 외곽이라 외지인 발길이 드물었던 창동과 도봉구 일대에 국내외 유동인구가 쏟아지는 진풍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총 16조 투입…강북 소외지역마다 대개조 손길
‘서울 아레나’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 대개조 프로젝트, ‘다시 강북전성시대’에서 핵심 신성장 축으로 꼽히는 인프라다. 오세훈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가 비(非)강남권에도 경제 거점을 구축하고 도시 인프라를 조성해 강·남북 균형 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구상안을 내놓은 것.
지난 2월 19일 서울시는 ‘다시, 강북전성시대 2.0’를 통해 균형 발전에 본격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 16조원을 전략적으로 투자해 강북지역 곳곳에 미래 서울을 먹여 살릴 산업 거점을 조성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2024년 발표했던 ‘강북전성시대 1.0’에선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활성화가 주축이었다면 이번 프로젝트에선 일자리·주거·여가를 모두 담을 수 있는 구상안이 나와 돋보인다는 평가다.
먼저 대표적인 베드타운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 있는 동북권에선 과거 차량기지, 푸드뱅크, 청소차고지 등이 있었던 창동·상계 일대를 첨단 R&D 중심 서울형 산업단지 ‘S-DBC’와 함께 2만8000석 규모 K팝 전용 공연장 ‘서울 아레나’를 조성한다. S-DBC의 경우 올해 하반기에 산업단지 지정을 목표로 관련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일자리 800여개를 창출해 5조9000억원 생산 유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서울 아레나’ 역시 2027년 상반기 개관하면 연간 270만명 이상 관람 수요가 유입되면서 이 일대 숙박·외식·문화서비스 산업이 급성장해 지역 전반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북권에선 DMC 랜드마크 부지와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이전 부지 연계 개발안이 제시됐다. 이 곳에 첨단산업 국제교류공간을 만들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DMC 랜드마크 부지는 상암 업무지구 특성을 고려해 데이터 기반 미래산업과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등 위주로 꾸린다. 7만6000㎡ 규모 서부면허시험장 부지 역시 미래 첨단산업 관련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조성할 계획이다.
강북권 대표 3대 사전협상 대상지인 삼표 레미콘, 동서울터미널, 광운대역세권 부지 개발안도 ‘강북전성시대 2.0’ 프로젝트에 포함됐다. 핵심 입지면서 규모가 큰 부지인 만큼 대규모 민간 투자를 유도해 일자리 뿐 아니라 주거·기반시설을 함께 확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삼표레미콘 부지는 최고 79층 복합시설로 탈바꿈을 앞두고 있다. 올해 말 착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중인데 현재 확보한 6000억원 규모 공공기여를 통해 인근 지역 상습 교통 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반시설을 설치하고,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유니콘 창업허브’를 만든다. 준공한지 40년이 넘어 노후도가 심한 동서울터미널은 환승센터와 함께 업무·상업·문화시설을 품은 복합 건물로 현대화한다. 광운대역 물류부지 역시 업무·상업·주거가 결합된 대형 복합거점으로 전환한다. 특히 약 1800명이 근무하던 용산 HDC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이전하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하고 상권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사업 활성화 유도하는 정책도 함께 마련
서울시는 정책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새 모델도 도입했다. 크게 ‘성장 거점형 복합개발사업’과 ‘성장 잠재권 활성화사업’ 두 가지다. 강북지역에 랜드마크급 인프라 조성을 유도해 균형발전 속도를 높이고, 관련 사업자에게는 수익성을 주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모델이라는 평가다.
먼저 ‘성장 거점형 복합개발사업’은 도심·광역중심 및 환승역세권(반경 500m 이내)에서 비주거 용도를 50% 이상 확보할 경우, 일반상업지역의 용적률을 최대 1300%까지 완화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같은 지원책으로 통하면 강북 발전을 견인하는 고밀 복합 랜드마크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란 구상이다.
이어 비역세권 지역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 통일로·도봉로·동일로 등 폭 35m 이상 주요 간선도로변을 대상으로 ‘성장 잠재권 활성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평균 공시지가의 60% 이하 자치구에 대해서는 이번에 발표한 신규 사업과 기존 ‘역세권 활성화사업’에서 제시하는 공공기여 비중을 30%까지 낮춰 민간 개발사업이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그동안 민간사업자 불만이 많았던 공공기여 관련 사전협상제도도 손본다. 사전협상제도는 2009년 서울시가 도입한 정책으로 대규모 유휴부지나 노후시설을 개발할 때 민간이 개발계획을 제안하고, 서울시가 사전에 협상을 통해 개발 규모와 공공기여 수준을 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앞으로는 기반시설이 충분한 지역의 공공기여 확보는 다소 줄이는 대신, 광역 사용이 가능한 공공기여 현금 비중을 기존 30%에서 70%로 확대하는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제 강남이 아닌 강북이 서울의 발전을 이끌 차례”라면서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 뒤 교통, 산업, 일자리가 어우러져 베드타운에서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강북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