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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없어도 영업 된다" 불 나면 끝, 화재 사각지대 현실

    입력 : 2026.03.28 06:00

    인테리어 앞세운 소화기 가림막
    소방시설조차 없는 무인점포
    관련 법률은 국회 계류 중

    [땅집고] 인테리어에 숨겨진 '시각적 은닉'과 관리자 없는 '제도적 사각지대'(삽화) /AI 생성 이미지

    [땅집고] 최근 우리 사회를 덮친 대형 화재 사고들은 일상의 평온함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일깨우며 무거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전기차 화재부터 대치동의 상징인 은마아파트 화재 사고까지, 연이어 들려오는 비보로 화재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화재 피해 규모를 결정짓는 결정적 열쇠는 초기 대응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초기 화재 상황에서 소화기 한 대가 소방차 한 대와 맞먹는 위력을 가진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이 자주 찾는 일상 공간들은 초동 진압의 핵심인 소화기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 인테리어 때문에 '골든타임' 포기…백화점·카페서 소화기 찾기 어려워져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 세련된 대형 카페 등에서는 소방시설이 종종 인테리어를 방해하는 물건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눈에 잘 띄는 소화기 본연의 색상인 빨간색을 은색·흰색으로 도색하거나, 벽면과 같은 색상의 디자인 가림막으로 소화기를 완전히 덮어버리는 사례가 빈번하게 목격되는 것.

    이러한 시각적 은닉은 화재 발생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인테리어를 위해 소화기를 디자인 가림막이나 매립형 함에 숨겨둔다면, 긴박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이를 즉각 식별하기 어려워진다. 소화기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 역시 디자인을 해친다는 이유로 축소되거나 가구 뒤로 밀려나 있어, 연기가 자욱한 사고 상황에서는 소화기를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준'에 따르면 소화기 설치 위치는 법으로 정해져 있어 창고 등으로 임의로 옮겨서는 안된다. 더불어 어두운 환경에서도 잘 보일 수 있도록 '소화기' 안내를 축광(빛을 흡수한 후 스스로 발광하는 방식) 표지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소화기를 가림막으로 가리는 행위나 소화기 색상 자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규정 대신 권고사항만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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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 무법지대 무인점포…소화기 설치 의무 없어

    [땅집고] 경북 구미시 황상동 한 셀프 빨래방 화재. /경북소방본부

    무인 빨래방과 무인 사진관은 화재도 또 다른 사각지대로 떠올랐다. 무인점포들이 현행법상 ‘다중이용업소’로 지정되지 않아 소방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없어서다. 지난해 경북 구미시 황상동의 한 셀프빨래방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무인 사진관에서는 이용객이 사용한 고데기가 켜진 채 방치되어 주변 탁자가 시커멓게 그을린 현장이 목격되기도 하지만 실제로 정작 불을 끌 소화기는 찾아볼 수 없는 매장이 대다수인 것.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관리자 없이 24시간 가전기기가 가동되는 특성상 화재가 발생해도 행인이 발견해 신고할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불길이 번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안전 불감증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우재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이 개정안은 소방시설의 식별에 지장을 주는 가림시설 설치 행위를 명확히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여전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소방시설법 화재안전 기준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안내만으로는 현장의 교묘한 은닉 행위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대형 참사가 발생한 뒤에야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약방문'식 행정에서 벗어나려면, 해당 법안의 조속한 상정과 통과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소방당국 역시 현장의 자발적인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소방청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무엇보다 ‘시인성 확보’다. 소화기는 누구나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가급적 빨간색 제품을 비치해야 하며, 다른 디자인을 선택하더라도 가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인점포의 경우 법적 의무 여부를 떠나 화재 감지기와 소화기 비치는 필수고, 특히 고데기나 건조기 등 열기구가 상시 가동되는 구역에는 화재 시 열을 감지해 자동으로 분사되는 '자동확산소화기' 설치를 강력히 권장하고 있다. /min0212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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