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3.25 06:00
월세 싸다 했더니 ‘전입 금지’ 조건
전입신고 불가 오피스텔의 함정
전월세 품귀에 업무용 매물로 내몰리는 2030
전입신고 불가 오피스텔의 함정
전월세 품귀에 업무용 매물로 내몰리는 2030
[땅집고]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오피스텔을 알아보고 있는 직장인 강모(28)씨는 최근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주변 시세보다 월세가 15만원이나 저렴한 매물을 발견하고 연락했으나 중개업소로부터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만 계약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수도권 전월세 매물 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사회초년생과 1인 가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월세 가격이 크게 오르고, 마땅한 주거지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세보다 눈에 띄게 저렴한 오피스텔 매물들이 눈길을 끌지만 상당수는 ‘전입신고 불가’라는 조건이 붙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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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난에 고개 드는 '전입신고 불가' 오피스텔
오피스텔은 용도에 따라 주거용과 업무용으로 나뉜다. 외관상으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전입신고가 불가능한 매물은 대개 업무용으로 등록된 오피스텔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업무용으로 유지해야 부가가치세를 환급받고,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계산 시 주택 수 합산에서 제외되는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여 주거용임이 드러나면 임대인은 그동안 받은 세제 혜택을 모두 뱉어내야 하므로 집주인이 계약서 특약으로 전입신고를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주거용을 업무용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다주택 규제를 피하기 위해 주거용 오피스텔을 업무용 임대로 변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절차가 복잡하지 않아 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다”고 했다.
이처럼 전입신고가 불가능한 오피스텔은 일반 주거용보다 보증금이나 월세가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수도권 일부 단지에서는 동일 면적 기준으로 월세가 10만~20만원가량 차이가 나는 사례도 확인된다. 시중에 전세 물건이 줄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초기 자금 부담이 적은 업무용 오피스텔 매물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싼 게 비지떡”…보증금 최대한 낮추고 주의해야
문제는 임차인의 권리 보호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아파트처럼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통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업무용 오피스텔은 계약서 특약으로 전입신고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이러한 보호 장치를 활용할 수 없다.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등을 인정 받지 못한다. 집주인 동의 없이 전입신고를 할 경우 계약 위반으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전월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임차인이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는 거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실제 피해 사례도 적지 않다. 경기 성남시의 한 업무용 오피스텔에 거주했던 박모(34)씨는 전입신고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대인이 대출을 연체하면서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자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지 못했다. 박씨는 “확정일자를 받을 수 없어서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결국 수백만원을 손해 봤다”며 “당시에는 월세가 싸다는 이유로 선택했지만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업무용 오피스텔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 법적 보호가 약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보증금 규모가 크다면 위험이 더 커지는 만큼 가능하면 전입신고가 가능한 주거용 상품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업무용 오피스텔을 계약하다면 보증금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안전하다”고 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