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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가 보여준 테마파크 잔혹사…실패한 파라마운트, 한국선 통할까

    입력 : 2026.03.23 06:00

    [테마파크 기획 전문가 김혁 대표 인터뷰]
    “놀이동산만 있고 테마파크는 없다”
    일본·중국 사이 낀 샌드위치…글로벌 메가파크 운영 어려워
    테마파크는 부동산 관점에서 ‘도넛 구멍’ 역할
    “화성 국제테마파크, 껍데기만 입히면 실패"

    [땅집고] 김혁 테마파크 공작소 대표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구조' 속에서 글로벌 테마파크를 한국에 유치하기는 어려운 건 사실이다"며 "화성 국제테마파크 역시 단순히 파라마운트 이름값에 기대어 접근해선 안 되고 테마파크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했다./김혜주PD

    [땅집고] 문화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은 K-콘텐츠를 앞세워 위상이 나날이 높아졌지만,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전에서는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과거 유니버설 스튜디오 코리아(USK)는 세 차례나 무산됐고, 야심 차게 들어선 춘천 레고랜드는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테마파크 기획 전문가인 김혁 테마파크 공작소 대표는 한국 시장의 실패 원인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그는 19일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우선 한국은 제대로 된 테마파크 자체가 없고, 대부분 놀이동산 수준에 그친다”며 “중요한 건 ‘규모’가 아니라 ‘기획’인데, 제대로 만들면 연 1000만명 방문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테마파크 자체로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테마파크는 부동산 사업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테마파크는 도넛으로 치면 가운데 구멍 같은 존재다. 수익은 주변 상업시설, 호텔 등 부동산 가치 상승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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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테마파크 부재 원인은?>

    -한국에서 테마파크 산업이 유독 힘을 못 쓰는 이유는 뭔가.

    “출발점부터 다르다. 한국에 있는 건 엄밀히 말하면 ‘테마파크’라기보다 놀이동산에 가깝다. 테마파크는 말 그대로 명확한 ‘테마’를 기반으로 사람을 몰입시키는 공간인데, 그 기준으로 보면 한국에는 사실상 한국민속촌 정도만 제대로 된 테마파크라고 볼 수 있다.”

    -왜 그런 구조가 형성됐나.

    “시장 규모 때문이다. 테마파크는 내수 기반 산업이다. 일본은 1억명 이상, 중국은 10억명이 넘는 시장이 있다. 반면 한국은 5000만명 수준이다. 이 상황에서 7조~8조원을 투자하는 도쿄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같은 모델을 그대로 들여오기에는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다. 연간 1000만 명이 방문해 1인당 15만원(4인 가족 60만원) 이상을 써야 사업이 성립하는데, 한국 시장에서는 쉽지 않은 구조다.”

    -단순히 시장 규모 문제인가.

    “그것만은 아니다.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다. 이미 주변에 강력한 테마파크들이 있고, 한국 관광객도 그쪽으로 빠져나간다. 도쿄 디즈니랜드, 유니버셜스튜디오 재팬 입장객의 7~8%가 한국인이라는 통계 자료도 있다.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스튜디오 입장에선 한국에서 굳이 비슷한 시설을 또 만들 유인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성공 가능성은 없는 건가.

    “가능성은 충분하다. 중요한 건 어떻게 만드느냐다. 연간 1000만명 방문도 콘텐츠와 완성도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 일본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도 해리포터, 닌텐도 같은 콘텐츠를 넣으면서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문제는 지금까지 그 수준의 기획이 없었다는 점이다.”

    [땅집고] 춘천 중도 레고랜드 전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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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고랜드 코리아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레고 문화 기반이 없다’는 점이다. 테마파크는 팬덤 산업인데, 한국에서는 레고를 단순 블록 장난감으로만 인식한다. 여기에 기후와 입지, 콘텐츠 완성도, 가격까지 모두 불리하게 작용했다. 춘천은 전 세계 레고랜드 중 겨울이 가장 춥고, 공항에서도 가장 먼 편이다. 여기에 겨울 휴장까지 겹치면서 치명타를 맞았다.”

    -특히 어떤 부분이 가장 치명적이었나.

    “굿즈 매출 구조다. 해외 레고랜드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레고 판매에서 나온다. 그런데 한국은 그 비중이 한 자릿수 수준에 그친다. 결국 팬덤이 없다는 의미다. 수익 구조의 핵심인 레고 문화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레고랜드에 홍콩의 3040 부모들이 몰리는 건 어릴 때부터 레고를 갖고 놀았던 경험이 있어서다. 반면 한국 부모 세대는 레고 경험이 빈약하다. 글로벌 레고랜드는 굿즈 판매 비중이 50%가 넘어야 수지타산이 맞는데, 춘천은 5% 정도로 알고 있다.”

    -연간 방문객이 58만명으로 목표치 29%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나왔다. 개선 방법은 있나.

    “충분히 있다. 한국식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레고 축제, 전시, 문화 확산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하고 본사를 설득해 비용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신세계가 추진 중인 화성 국제테마파크는 성공할 수 있을까.

    “핵심은 규모와 완성도다. 지금 소비자들은 이미 해외 테마파크를 경험한 상태다. 눈높이가 상당히 올라갔다. 기준에 못 미치면 바로 외면당한다.”

    -파라마운트와 IP(지식재산권) 계약을 체결했다. 경쟁력이 있나.

    “IP 자체는 충분히 강하다. 문제는 활용 방식이다. 과거 파라마운트 테마파크가 북미 지역에선 실패한 이유는 껍데기만 입혔기 때문이다. 진짜 중요한 건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몰입 경험이다. 단순히 놀이기구에 영화 캐릭터 ‘옷’만 입혔기 때문이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핵심 테마는 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타는(Riding a Movie)’ 경험이다. 단순히 놀이기구가 아니라, 이야기를 타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재방문 욕구를 만들어야 한다. 톰 크루즈 얼굴만 붙여놓는 수준으로는 레고랜드의 전철을 밟는 건 시간 문제다.”

    [땅집고] 화성 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 '스타베이 시티' 조감도./신세계프라퍼티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등 국내 기존 테마파크는 왜 정체돼 있나.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는 적자라고 하지만 문을 닫지 않는다. 기업 이미지와 부동산 가치 등 복합적인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내 테마파크 산업은 ‘무주공산’이다. 제대로 된 플레이어가 등장하면 시장은 크게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테마와 기획’이다. 그게 되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세계적 테마파크가 나올 수 있다.”

    -저출산은 테마파크 산업에 치명적이지 않나.

    “꼭 그렇지는 않다. 일본 후지큐 하이랜드를 보면 어린이 비중이 5%도 안 된다. 대신 10~20대 마니아층을 공략해 성공했다. 연간 220만 명이 방문한다. 테마파크는 ‘놀이동산’이 아니라 ‘관광 콘텐츠’다. 결국 인구 구조보다 콘텐츠와 전략의 문제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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