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3.23 06:00
[붇이슈]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중요한 건 입지도 금리도 아니다…‘세금’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
[땅집고] “시대마다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가 달라지기 마련이죠. 어떤 시절에는 입지가 전부였고, 어떤 시절에는 금리가 모든 것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장의 가장 강력한 변수는 바로 ‘세금’입니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8% 이상 상승하면서 보유세 부담이 현실로 다가왔다. 특히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강남권과 한강변 주요 단지는 보유세가 40~50% 가까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택을 계속 보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집주인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부동산 전문가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연구소장 역시 “부동산 시장의 공기가 바뀌었다”면서 보유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벌써 크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몇 년 전만 해도 투자자들은 ‘LTV가 얼마’, ‘DSR 걸린다’는 말을 주로 했다. 대출 한도, 금리, 규제지역 여부가 모든 의사결정의 출발점이었던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세무사 상담실에서도, 공인중개사 사무소 한 켠에서도 ‘세금이 얼마나 나와요?’라는 말이 먼저 들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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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장은 서울 공동주택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18.67% 폭등한 수치 자체도 충격이지만, 더 무서운 것은 이 숫자가 단순 통계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공시가격이 재산세의 기준이고, 종합부동산세 의 문턱이며, 임대소득 과세의 경계선이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상승치 숫자 하나가 오르면 세금 전체 지형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더불어 공시가가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인 ‘12억원’이 넘는지 여부에 따라 집주인의 세계가 완전히 두 갈래로 갈라진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주택을 한 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예시로 들었다. A씨는 직장 때문에 수원으로 이사해 전세를 살면서 강동구 집은 월세를 주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 구조였다. 월세 수입이 생활에 보탬이 됐고, 집값도 오르면서 자산도 불었다. 그런데 올해 공시가격 고지서를 받아들고 A씨는 멈칫했다. 지난해 10억원이던 공시 가가 13억8000만원으로 오르면서 단번에 종합부동산세 기준인 '12억 문턱'을 넘어선 것.
이렇게 되면 A씨가 납부해야 하는 재산세는 기존 대비 100만원 이상 오르고, 종합부동산세가 새로 붙는데다, 월세 수입 전액이 과세 대상이 되어 종합소득세까지 추가로 나온다. 이 모든 게 1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세금 추가 부담만 최소 200만원에 달한다. 이 금액 마저도 최소 세액이다. 만약 A씨의 다른 소득이 잡힌다면 세율 구간이 높아지면서 300만원까지도 넘을 가능성이 크다.
김 소장은 “이런 사람이 서울에만 13만5000명”이라며 “이렇게 세금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재산세와 종부세가 어떻게 다른지, 임대소득이 분리과세와 종합과세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 연 2000만원 기준이 왜 중요한지 등을 모르고 결정을 내리면 반드시 돈을 잃게 돼있다”면서 “집을 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면서 세금 계산 한 번 안 해보는 것은, 지도 없이 낯선 도시를 헤매는 것과 같다”고 했다.
한편 김 소장은 보유세 증가로 인한 충격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단순히 1주택자의 부담 증가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먼저 전세 물량이 1년 사이 40%나 줄었다. 투자 차단과 실거주 요건 강화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빼고 직접 실거주하기를 택하거나,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계속 눌러앉으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건 자체가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상황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더 비싼 전세를 구하거나, 아니면 그 돈으로 집을 사는 것.
이들 사람들이 눈을 돌리는 곳이 서울 외곽과 경기 주요 지역이다. 노원, 관악, 구로 등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하남과 용인 수지, 수원 광교 같은 경기 남부권이 강남 전세 세입자들의 매수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15억원 이하면서 대출 규제를 최대한 피할 수 있는 가격대,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곳,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이 현재 시장의 핵심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도 세금의 논리가 개입한다. 어느 가격대에 사느냐에 따라 취득세가 달라지고, 보유 기간과 가구 수에 따라 양도세가 달라져서다. 같은 집을 사더라도 세금을 알고 사는 사람과 모르고 사는 사람의 실질 수익률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벌어진다.
김 소장은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시장이 움직이는 방향을 읽는 눈과, 세금을 계산하는 능력 두 가지를 동시에 갖춘 사람이 진짜 기회를 잡는다”면서 “특히 세금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고 어려운 분야인데, 바로 이 비대칭성이 기회다. 남들이 세금을 무서워하며 멈춰 설 때, 세금을 정확히 이해하고 전략을 짠 사람은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