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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건물인데 철거?" 10년 넘게 불 꺼진 유령 롯데마트의 비극

    입력 : 2026.03.21 06:00

    영일대 해변 핵심 입지에도 10년 넘게 방치
    주상복합 전환 추진에도 사업 ‘제자리’
    [땅집고] 포항 북구 두호동 영일대 해변 앞 라한호텔 옆 롯데마트 건물이 2014년 준공 후 10년 넘게 개점하지 못한 채 공실로 방치돼있다. /배민주 기자

    [땅집고] 포항 북구 두호동 영일대해수욕장 인근에 들어선 옛 롯데마트 건물이 영업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철거 위기에 놓였다. 2014년 말 준공된 뒤 10년 넘게 비어 있어 있다. 포항시는 전통시장 상인 보호를 이유로 입점을 막았고, 이후 주상복합 개발로 방향을 틀었지만 사업은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

    이 건물은 최초 STS개발이 포항시 북구 두호동 일대에 호텔과 함께 추진한 판매시설이다. 지하 3층~지상 6층 규모로 2014년 말 준공됐고, 매장 면적은 1만7179㎡ 수준이다. 초기에는 롯데쇼핑이 이 시설을 임대해 ‘롯데마트 두호점’으로 개점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2013년 당시에도 STS개발과 롯데쇼핑의 임대계약 및 입점 추진 사실이 지역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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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시장 상권 보호 명분에…7차례 도전에도 개점 무산

    하지만 개점 계획은 끝내 무산됐다. 롯데쇼핑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포항시에 대규모 점포 개설 등록을 여러 차례 신청했지만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포항시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죽도시장 등 전통시장 상권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반려했고, 2017년 7번째 신청도 협의회 표결 끝에 사실상 불허됐다. 롯데쇼핑이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건물은 결국 한 번도 영업하지 못한 채 남게 됐다.

    문제는 그 이후다. 바로 옆 지상 16층 규모 라한호텔은 2015년부터 운영에 들어가 현재까지 원만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마트 건물은 장기간 비어 있으면서 해변 관광지 경관을 해치는 방치 건축물로 전락했다. 2020년 지역 언론에서도 “멀쩡한 새 건물이 5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2026년 들어서도 이 사례를 두고 지방자치단체의 오락가락 행정이 초래한 대표적 실패 사례라는 지적이 다시 나왔다.

    시행사 측은 결국 활용 방안을 바꿨다. 2022년 DS네트웍스 계열사 DS디엔씨가 기존 롯데마트 건물을 철거하고 이 자리에 49층 규모 주상복합을 짓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계획안에는 공동주택 711가구와 오피스텔 40실 등이 담겼다. 이후 2023년 말 포항시는 북구 두호동 486번지 일원 주상복합 신축공사에 대한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 고시했다.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멈춰 있던 ‘노른자 땅’ 개발이 다시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왔다.

    ◇주상복합 전환 불투명…공급 넘치는 포항시

    다만 실제 사업 진척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 2022년만 해도 시는 교통영향평가와 각종 위원회 심의 등 후속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더구나 최근 지방 주택시장은 공급 부담과 미분양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어서, 철거 후 주상복합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곧바로 사업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항시는 이미 공급 과잉 신호가 뚜렷한 지역이다. 최근 수년간 아파트 공급이 적정 수요를 크게 웃돌면서 누적 물량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인구 50만 규모 도시에 2023년 3481가구, 2024년 1만1348가구, 2025년 4219가구가 공급됐다. 업계에서는 ‘적정 공급량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미분양이 누적되며 할인 분양이 일상화됐고, 일부 물량은 전월세로 돌려 소화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기준 미분양 아파트는 3020가구에 달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 사례는 단순한 장기 공실 문제가 아니다”라며 “개발과 상권 보호라는 정책 목표가 충돌하고 행정 판단의 예측 가능성까지 흔들릴 경우 어떤 비용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말했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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