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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개조 주택으로 공급한다는 정부, 文때 호텔 개조 주택과 뭐가 다르나

    입력 : 2026.03.17 06:00

    공실 상가·오피스, 주택으로 전환 추진
    구분소유 구조·다주택 규제·시설 기준 등 현실 장벽
    “누가 주택으로 바꿔 다주택자 되나”
    국토부 “다양한 의견 수렴해 특별법 발표 계획”

    [땅집고] 정부가 공실 상가와 업무시설을 주택으로 전환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 상업용 건물을 활용해 단기간에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도심 내 비어 있는 상가와 오피스를 주거로 바꾸면 신축보다 빠르게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판단이지만, 시장에서는 실효성 없는 용도 변경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놓았던 ‘호텔 개조 주택’의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가 등 비주거시설을 활용한 주택 전환을 제시했다. 지난해 9·7 주택 공급 대책엔 공실 상가, 업무시설(오피스)의 용도 전환을 통해 도심 내 비(非)아파트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땅집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초단기 공급 대책으로 상가 등 비주거시설을 활용한 주택 전환을 제시했다./뉴시스


    ◇구분소유자 동의 ‘난망’ “누가 주택으로 바꿔 다주택자 되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다. 우선 한국 상업용 부동산의 구조 자체가 정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국내 상가와 오피스는 대부분 구분소유 형태로 한 건물 안에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소유자가 존재한다. 용도를 주택으로 전환하려면 이들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해관계가 제각각인 상황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도시정비사업이나 주택 리모델링 사업과 달리 미동의 권리자에 대한 수용권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소유자가 반대할 경우 사업 자체가 멈출 가능성이 높고, 용도 전환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권리자가 발생할 경우 재산권 침해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소유자들의 참여 유인이 낮다는 점도 현실적인 한계로 꼽힌다. 상가나 오피스를 주택으로 전환하는 순간 해당 자산은 주택으로 분류된다. 상업용 부동산을 보유한 상당수 소유자가 이미 주택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자산을 주택으로 바꾸면 다주택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세제나 규제 부담을 고려하면 자발적으로 전환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을 공식화하면서 다주택자를 향해 ‘집을 팔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정부가 ‘주택 수 제외’라는 당근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책의 지속성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점도 변수다. 수도권의 상가를 소유한 이모(51)씨는 “원룸 빌라를 가진 다주택자는 규제 대상이면서 상가를 주택으로 바꾼 경우는 예외로 둔다고 해도, 일관된 정책 방향으로 보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이미 등록 임대사업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냐”라고 했다.

    [땅집고] 수도권의 한 상가 건물이 텅 비어있다. 기사와 관계 없음./강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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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소방시설 규제 장벽

    시설 기준 문제도 넘어야 할 장벽이다. 상업용 건물은 애초에 주거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주차장, 편의시설, 소방 설비 등 각종 기준이 주택과 크게 다르다. 정부가 주택 전환을 유도하려면 일정 부분 규제 특례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데, 어느 수준까지 완화할지에 따라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공실이 발생한 상업시설 상당수는 상권이 쇠퇴했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공실 상가가 젊은 층이 원하는 역세권 핵심지에만 있는 게 아니다. 입지나 가격 측면에서 매력이 떨어져서 공실이다. 이런 곳을 주택으로 바꾼다고 해서 실제 거주 수요가 충분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과거 김현미 장관 시절 비판받았던 ‘호텔 개조 주택’ 등 임시방편적 정책과 흡사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이번에도 근본적인 주택 공급 대책이 아닌 수치상의 공급량만 채우기 위한 ‘미봉책’이라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2020년 전세금이 치솟자 호텔방을 개조해 전월세로 전환하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2호까지만 나와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권대중 한성대 석좌교수는 “공실 상가를 주택으로 전환하겠다는 발상의 전환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은 낮다”며 “단독 상가가 아닌 구분 상가에서 장사가 잘되는 점포까지 묶어 용도 전환을 추진하면 소유자 동의를 얻기 쉽지 않다”고 했다. 또한, “상가를 주택으로 바꾸는 순간 주택 수에 포함돼 양도세 중과 등 규제를 받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자발적으로 전환에 나서겠느냐”고 했다.

    한편, 국토부는 상가·업무시설의 주거 전환 문턱을 낮추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왔고, 올 상반기 중 발의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가 용도 변환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으로 검토 중인 단계다”고 했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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