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3.17 06:00
이제 아파트도 쪼개서 월세 받는 시대?
집주인들, 방 한 칸만 빌려 월세 수익 최대화
보유세 강화 대한 선제적 대응책으로 분석돼
집주인들, 방 한 칸만 빌려 월세 수익 최대화
보유세 강화 대한 선제적 대응책으로 분석돼
[땅집고] “이재명 정부가 보유세 올린다고 하니 집주인들도 미리 세금 낼 준비 하는거죠. 이제 아파트 시장에서도 전체를 임대하는 대신 방 한 칸씩 쪼개 하숙집처럼 돌리면서 월세를 최대로 뽑아내는 ‘쉐어하우스’ 형태 매물이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레전드 월세 매물’이라는 제목이 붙은 자료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 부동산 중개 거래 플랫폼에 등록된 서울 성동구 행당동 ‘두산위브’ 전용 84㎡(34평) 주택이다. 보증금 2000만원에 임대료 45만원으로 관리비까지 포함된 조건이라 얼핏 보면 서울 아파트에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공인중개사가 매물에 붙인 설명을 자세히 보니 ‘주인 할머니와 공유 개념’이라는 문구가 기재돼있다. 이 아파트가 침실 3개에 화장실 2개로 구성하는데, 일반적인 아파트 월세 계약처럼 전체 주택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방 한 칸만 임대하겠다는 것. 만약 이 주택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세입자는 집주인과 룸메이트처럼 함께 살면서 하숙집 형태로 아파트에 거주해야하는 셈이다.
이 매물을 접한 네티즌들은 “아파트도 셋방처럼 임대하는 시대가 온 것이냐”, “집주인 눈치 보여서 살기가 너무 불편할 것 같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비슷한 매물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고가아파트 ‘메이플자이’(2025년·3307가구)에도 등장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현재 40억원대에 거래 중인 전용 59㎡(25평) 아파트 전체 3개 침실 중 한 칸만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40만원에 임대하는 매물이 올라왔던 것. 마찬가지로 집주인과 함께 살아야 하며 주방·거실·욕실 등 공용공간은 함께 사용 가능하며 여성만 입주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 쪼개기’ 월세 매물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불러올 현상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정부가 집주인들의 보유세 부담을 늘린다면, 집주인 입장에선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임대료를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주택을 임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달 12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초고가 1주택과 비거주 1주택에 대한 보유세 인상안이 포함된 부동산 후속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주택을 오랜 기간 보유하면 양도소득세 부담을 최대 80%까지 줄여줬던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 역시 손질할 계획이라는 설명도 함께다.
이날 김 장관은 "국토부 장관으로서 세제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긴 어렵지만, 정부 정책의 지향과 방향은 '집을 가지고 있는 게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월급쟁이와 세금을 비교해보면 사실상 말이 안 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세제 손질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세무업계에선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시가격이 10% 내외 상승해, 올해 강남3구와 마포·용산·성동구 등 핵심지 아파트마다 보유세가 세 부담 상한선에 가까워진 수준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가 주택 관련 세금 제도를 강화하면 서울 집주인마다 한 해에 수백만원에서 최대 수천만원에 달하는 보유세를 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가 공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강남구 반포동 ‘반포자이 84㎡의 경우 올해 추정 보유세가 179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주택형인 마포구 대장주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경우 지난해 299만원에서 올해 416만원으로, 성동구 ‘래미안옥수리버젠’은 같은 기간 325만원에서 올해 453만원으로 마찬가지로 보유세 상승률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아파트를 당장 매도하고 싶지는 않은 집주인들이 보유세 부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치 ‘샵인샵’(shop-in-shop)처럼 ‘집인집’ 형태 쪼개기 월세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이 늘어날수록 이런 매물 형태가 더 많아질 것이고, 현상이 심화하면 대한민국도 미국처럼 아파트 쉐어하우스 개념이 자리잡으면서 월세 상승으로 인한 서민 주거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