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3.16 15:27 | 수정 : 2026.03.16 16:36
“한 달 새 3억 증발” … 최고가 24억 단지, 21억까지
56주 버티던 강동구도 세금 폭탄 피하려고 '급급매' 투척
56주 버티던 강동구도 세금 폭탄 피하려고 '급급매' 투척
[땅집고] 지난 11일 오후, 수도권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인근 상가단지. 공인중개업소 유리창마다 ‘급매’, ‘급급매’ 전단지가 나붙어 있다.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에서 시작한 아파트값 하락세가 강동구까지 번지며 동남권 전체 집값이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그동안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강동구 집값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 1개월(56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지역 시세를 견인하던 이른바 ‘대장 아파트’ 호가조차 한 달 사이에 최대 3억원 가까이 내려 앉았다.
16일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상일동 대장주로 꼽히는 ‘고덕 아르테온’ 84㎡(이하 전용면적)의 급급매 매물은 현재 21억원에 나와 있다. 지난달 14일 21억7000만원, 한 달 전 24억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던 평형이다. 인근 단지 상황도 비슷하다. 상일동 ‘고덕그라시움’ 59㎡ 역시 18억5000만원에 급급매 매물이 나와있다. 이는 올 1월 최고가인 21억원보다 2억5000만원 떨어진 가격대다.
◇ 토허제 승인 기간 등 행정 절차 고려 시 절세 시한 촉박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5월 9일 종료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앞두고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절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기한 내에 잔금 납부와 등기 이전을 모두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동구 일부 지역은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적용 받기 때문에 구청 허가에만 약 2주가 더 걸린다. 현실적으로 5월9일 전에 모든 절차를 마치기엔 시간적 여유는 매우 적기 때문에 조급한 매도자들이 앞다퉈 급급매물까지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고덕동 행복공인중개업소 A대표는 “강동은 실수요자 비중이 높지만, 세금 혜택 시한에 맞춰 처분을 원하는 일부 다주택자들이 급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며 “토허제 승인 등 물리적인 처리 시간을 감안하면 사실상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급해진 매도자들이 가격을 낮춰 매물을 내놓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매수 대기자들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 13개월 만에 꺾인 매매가, 전세 시장은 ‘반전세’ 수요 형성…당분간 매물 압박 지속될 듯
양도세 중과 유예라는 변수를 앞두고 강동구 부동산 시장은 급변하는 분위기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2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강동구 매매가격 변동률은 전주 0.02% 상승에서 이번 주 -0.01%로 하락 전환했다. 56주 만의 하락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송파구(-0.17%), 강남구(-0.13%), 서초구(-0.07%) 등 강남권의 하향 조정이 강동구까지 확산한 결과라고 풀이한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강동구는 그동안 ‘신축·한강 벨트’라는 메리트 덕분에 입지 가치 대비 가격이 단기간 상승한 측면이 있었다”며, “최근 보유세 압박과 4월 양도세 마지노선을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급매물을 쏟아내면서 강남발 하락세에 동조화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 교수는 이번 현상을 대세 하락의 전조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의 하락은 정책 리스크에 따른 ‘일시적 조정’으로 봐야 한다”며, ‘4월 중순 이후 추가적인 리스크가 없다면 다시 매물 잠김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결국 정부 정책을 감당할 수 있는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전월세 시장은 상승세다. 이번 주 강동구 전세가격은 0.11% 상승하며 서울 전체 평균(0.12%)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최근 매매가 조정 시기와 맞물려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 수요가 만들어지는 추세다.
A대표는 “전세를 찾는 사람이 아직 더 많기는 하지만, 요즘에는 반전세를 문의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며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내면서 ‘월세 세액공제’를 받는 쪽이 실속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임대차 시장에서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면서 보증금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실용적 임차인들이 늘면서 전세 비중이 줄고 반전세, 월세 계약이 늘어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min0212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