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3.16 11:51
[땅집고가 만난 사람-여의도 대교아파트 정희선 조합장 인터뷰]
조합 설립 후 2년 만에 관리처분 신청
헤더윅 스튜디오, 설계 전 과정 참여
“콘셉트는 ‘산’…여의도에서 본 남산에서 영감”
조합 설립 후 2년 만에 관리처분 신청
헤더윅 스튜디오, 설계 전 과정 참여
“콘셉트는 ‘산’…여의도에서 본 남산에서 영감”
[땅집고] 영국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이 이끄는 헤더윅 스튜디오가 참여한 서울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설계가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이 직접 해외 건축가와 협업해 설계 전 과정에 참여시키는 사례는 드물다.
과거 여의도 일대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13개 단지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더뎠던 대교아파트는 최근 가장 먼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쳤다. 조합 설립 이후 약 2년 만에 관리처분 단계까지 도달했다. 정희선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은 “재건축 사업은 조합원 합의와 이해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처음부터 현실적인 사업 구조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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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 조합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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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윅 스튜디오와 협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머니와 일본 도쿄를 여행하면서 ‘아자부다이 힐즈’를 직접 본 것이 계기였다. 3일 동안 그 공간을 계속 돌아봤다. 곡선 디자인이 많아서 공사비가 많이 들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합리적인 금액으로 설계가 구현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디자인이 우리 아파트에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헤더윅 스튜디오도 의지가 있었나?
“한국에 돌아와 보니 헤더윅 스튜디오와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홈페이지에 있는 공식 이메일로 편지를 보냈다. 사업 설명서라기보다는 거의 감상문 같은 내용이었다. ‘100년이 갈 아파트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썼다. 그랬더니 2주 만에 토머스 헤더윅과 스튜어트 우드의 자필 서명이 담긴 답장이 왔다. ‘당신의 열정에 감탄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부터 협업이 시작됐다.”
-해외 건축가가 재건축 설계에 참여하는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보통 재건축에서는 시공사가 대안설계 형태로 해외 건축가와 협업한다. 하지만 그 경우 역할이 제한적이다. 대교아파트는 조합이 직접 헤더윅 스튜디오를 선정했다. 그래서 콘셉트 설계부터 기본설계, 인허가 과정까지 전 단계에 참여하도록 계약했다는 점이 다르다.”
-이번 설계의 특징은 무엇인가.
“헤더윅 스튜디오가 제안한 콘셉트는 ‘산’이다. 처음에는 여의도에 산이 없는데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그런데 아파트에서 한강이 보이는 층에 같이 올라가서 주변을 봤는데, 저 산(남산)이 특별하다고 하더라. 외국 도시에는 도심에서 바로 산이 보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건축 디자인에 반영했다.
-국내 아파트와 다른 설계 요소는 무엇인가.
“한국 아파트는 필로티 공간이 자전거 보관소처럼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그 공간은 굉장히 비싼 1층 공간이다. 필로티 공간을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주민들이 앉아 차를 마시고 쉬는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또 지하 1층도 단순 주차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동하고 머무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화려한 외장재보다는 사람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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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사업 속도가 빠른 편이다.
“조합 설립이 2024년 1월이었다. 이후 약 1년 7개월 만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올해 3월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했다. 여의도에서는 가장 빠른 속도다.”
-여의도에서 대교아파트가 재건축 스타트를 끊었다.
“여의도는 재건축에 대해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한 지역이다. 오래 거주한 주민이 많아서 변화에 신중한 편이다. 하지만 건물이 50년 가까이 되면서 주차나 녹물 등 거주 여건에서 불편한 점이 많다. 대교아파트가 실제로 이주와 철거 단계까지 가면 여의도 재건축 분위기도 더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업 속도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재건축 사업은 결국 조합원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제도가 좋아도 합의가 안 되면 속도를 낼 수 없다. 재건축은 평생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사업이다. 조합원 자산의 60~70%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업 구조를 계속 설명하고 이해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사례를 들어준다면?
“조합 설립 초기부터 현실적인 사업 구조를 설명했다. 912가구를 짓는데 일반분양이 150가구 정도면 사업비를 충당하기 어렵다. 당연히 분담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처음부터 설명했다. 그 결과 관리처분 총회에서 97% 이상 찬성을 얻을 수 있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다른 단지에 조언한다면.
“처음부터 너무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는 방식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분담금이 없다’거나 ‘환급이 나온다’는 식으로 시작하면 나중에 현실이 드러날 때 갈등이 커진다. 처음부터 사업 구조를 솔직하게 설명하고 조합원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결국 사업 속도를 높이는 길이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