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3.13 06:00
삼수 끝 상장에도 주가 하락세, 사모펀드에 1100억원 보상 악재
낮은 이자마진-수수료 수익…증권가에선 “성장 한계”
낮은 이자마진-수수료 수익…증권가에선 “성장 한계”
[땅집고] ‘삼수’ 끝에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국내 첫 인터넷뱅크인 케이뱅크가 주가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초기 자금 조달을 위해 대주주가 맺은 계약 탓에 목표 주가와 차액만큼 보상을 해줘야 하고, 특정 가상자산 거래소에 의존적인 구조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일 케이뱅크는 주당 7270원에 장 마감했다. 이달 5일 공모가 8300원에 상장했을 때보다 12.5% 낮은 가격이다. 시가 총액 2조9494억원으로 경쟁사인 카카오뱅크가 주당 2만4550원, 시가총액 11조7114억원에 마감한 것과 대비된다.
케이뱅크는 세번째 도전만에 코스피에 상장했지만,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23년 2월과 2024년 10월 상장을 시도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의 수요 예측 부진으로 철회했다. 올해 1월 공모희망가격을 20%나 낮추면서 결국 상장에 성공했으나, 약 1주일 동안 줄곧 주가 하향세다.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30원 높은 주당 8330원에 마감한 뒤 8000원선 밑으로 내려갔다.
주가 부진을 겪고 있음에도 연임이 결정된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주주환원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이달 31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 예정인데, 그 전까지 주가 하향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관건이다.
◇ 1100억원 빚지고 시작한 삼수 상장
금융업계에서는 케이뱅크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주주보다 투자자들을 우선 시하는 구조를 꼽는다. 상장 과정에서 6000만주를 공모한 가운데 사모펀드 베인캐피탈, MBK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FI) 4곳의 구주 매출 몫이 3000만주에 달했다. 케이뱅크 지분 31.23%를 보유한 대주주 비씨카드는 FI를 유치하면서 동반매각청구권과 8%의 수익률을 약속하는 수익보전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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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씨카드가 FI 측에 약속한 8% 수익률의 마지노선은 주당 9300원이었지만, 상장 공모가는 8300원에 그쳤다. 그로 인해 케이뱅크가 FI 측에 보상해야하는 차액은 1100억원에 달한다. 상장과 동시에 1000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 시작한 셈이다.
그 외에도 FI는 지분율 17.86%에 해당하는 7248만주를 보유하고 중인데, 3개월 이후부터 시장에 풀릴 예비 매물이다.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약 5200억원이 넘는 규모 물량이 시장으로 쏟아질 것이라는 공포감 때문에 주가가 반등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 대출도 수수료도 본업 경쟁력 물음표
상장 구조뿐 아니라 케이뱅크는 본연의 업무인 대출에서 경쟁력도 물음표가 달리는 상황이다. 은행 수익에 직결되는 순이자마진(NIM)은 경쟁사 대비 낮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케이뱅크 NIM은 1.38%로 카카오뱅크의 1.81%로 0.43%포인트(p) 낮다.
수익성이 낮은 것을 상쇄하기 위해 대출 규모를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규제 기조 여파다. 한국투자증권은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기업공개(IPO)로 자본여력이 늘었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총량규제 등을 목표로 하면서 가계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다”며 “중소기업대출이 돌파구지만 기업대출 취급 경쟁 심화로 빠르게 대출을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수수료 수익 구조도 약점으로 꼽힌다. 케이뱅크는 상장 과정에서 비교기업으로 일본 인터넷은행 라쿠텐뱅크를 제시했다. 일본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라쿠텐과 연계해 전체 수익의 20%를 수수료로 벌어들인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익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 의존적이다. 4.4%에서도 30% 정도는 업비트의 실명 확인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해 나오는 수익이다. 계약 기간은 올해 10월까지인데, 추후 연장된다고 해도 케이뱅크와 업비트 동반 성장 동력이 됐던 ‘1은행-1거래소’ 규제가 완화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LS증권은 리서치 보고서에서 “케이뱅크가 그동안 수익성 차별화 측면에서 성과가 미흡했고 수수료, 플랫폼 수익 규모와 비중 증가속도가 당초 기대만큼 빠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