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3.12 06:00
전입신고 즉시 대항력 발생
다음날 0시까지 비어 있던 시간차 대출 악용 사례 차단
선순위 권리 정보도 앱으로 통합 공개
다음날 0시까지 비어 있던 시간차 대출 악용 사례 차단
선순위 권리 정보도 앱으로 통합 공개
[땅집고] 정부가 전입신고 효력 발생 시점을 앞당겨 전세 사기 차단에 나선다. 지금까지는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마쳐도 대항력이 ‘다음 날 0시’부터 발생하는 구조였는데, 이 틈을 이용해 집주인이 추가 담보대출을 받는 사례가 이어지자 제도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1981년 주택임대차보호법 제정 당시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됐지만, 전산시스템 미비, 민법상 원칙 등을 이유로 법무부가 반대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 개선은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는 획기적 대책”이라고 평가한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는 10일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전세 사기 방지 대책’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임차인의 대항력 효력 발생 시점을 기존 ‘전입신고 다음 날 0시’에서 ‘전입신고 처리 시점’으로 앞당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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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제도상 허점이 존재했다.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면 법적으로는 다음 날 0시부터 대항력이 생기지만, 은행의 근저당권은 등기 접수 시점부터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마친 뒤 대항력이 실제로 발생하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집주인이 추가로 담보대출을 받는 편법이 가능했다.
예컨대 세입자가 오전이나 오후에 계약을 하고 보증금을 지급한 뒤 전입신고를 했더라도 그날 집주인이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아 근저당을 설정하면 순위가 뒤바뀌는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 주택 가치 대비 대출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결국 세입자의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낮아지는 구조다. 실제로 이 같은 시간차를 악용한 전세 사기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그동안 관계 기관 간 이견으로 도입이 미뤄져 왔다. 법무부와 법원, 금융당국 등은 전입신고 즉시 대항력을 인정하려면 관련 행정·금융 시스템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정부는 대항력 발생 시점을 전입신고 처리 시점으로 바꾸면 이런 문제를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완료하는 즉시 법적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그 사이에 집주인이 끼어들어 담보대출을 받는 상황 자체를 원천적으로 줄이겠다는 취지다.
임차인이 계약 전에 위험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된다.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안심전세 앱을 통해 등기 정보와 확정일자, 전입세대 현황,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 등 선순위 권리 정보를 통합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는 이런 정보를 확인하려면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여러 관공서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앞으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정보까지 함께 제공되면 다가구주택처럼 여러 세입자가 보증금을 나눠 가져야 하는 경우에도 선순위 임차인 현황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