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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에 빠진 전세시장…2500여 가구 대단지서 전세 단 3건

    입력 : 2026.03.08 06:00

    전셋값 상승률 5년만에 최고
    외곽부터 시작된 전월세난
    서민 주거비 부담 확대 우려

    [땅집고] 2026년 2월 12일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를 현재 예정된 일몰 기한인 올해 5월9일 예정대로 종료한다는 방침을 확정한 가운데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급매매 물건과 상담환영 문구가 게시되어 있다. /조선DB

    [땅집고] “직장 근처로 집을 사려고 알아봤는데 몇 달 사이에 가격이 너무 올랐어요. 다시 전·월세를 찾으려니 보증금은 더 비싸졌는데 매물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 이도저도 안되는 상황이에요”

    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전월세 시장에서 ‘매물 실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매시장에서는 급매물이 늘고 있지만, 정작 실수요자가 머물러야 할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는 물론 월세 매물까지 줄어드는 이른바 ‘블랙홀 시장’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매매 진입이 막힌 수요가 임대차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전셋값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한 단지 들여다보니…전세 사라지고 월세만 남았다

    6일 기준 서울 노원구 전세 매물은 300건으로 집계됐다. 두 달 전 739건과 비교하면 약 59% 급감한 수준이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계미성·미륭·삼호3차’ 일대는 최근 임대차 시장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1980~90년대 준공된 구축 아파트가 밀집한 곳으로 실수요와 전세 수요가 꾸준한 지역이지만, 최근에는 전·월세 매물 자체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땅집고] 2023년 3월부터 올해 3월 사이 서울 노원구 월세와 전세 매물수 추이. 임대매물의 가파른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실거래가(아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월 기준 해당 단지 전세 매물은 4건, 월세 매물은 5건에 그쳤다. 노원구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전세 매물이 꾸준히 순환했지만 지금은 계약이 끝나도 집주인이 실거주로 전환하거나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며 “조건이 맞는 전세는 나오자마자 바로 계약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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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 매물이 사실상 바닥난 사례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길음뉴타운 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6일 기준 아실에 따르면 래미안길음센터피스 2352가구 중 전세는 단 2건, 길음뉴타운2단지푸르지오 1634가구 중 전세는 6건에 그쳤다. 길음뉴타운 H부동산 관계자는 “전세가 하나 나오기 무섭게 소진된다”며, “길음뉴타운의 대표적인 대단지들임에도 전세가 씨가 마른 상황”이라고 했다.

    ◇매수 막히자 임대로 몰렸다…실수요자의 ‘이중 난관’

    임차 수요자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현재 경기도 성남에서 전세로 거주 중인 직장인 박모(43)씨는 최근 2+2년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기간이 끝나면서 내 집 마련을 시도했지만 결국 매수를 포기했다.

    [땅집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땅집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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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료를 앞두고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졌지만, 실제 시장에 나온 물건 상당수는 강남권 30억원대 고가 주택에 집중됐다. 박씨는 비교적 접근 가능한 수도권 10억~15억원대 아파트로 눈을 돌렸지만 매수 진입이 쉽지 않았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해 수요가 몰리면서 호가가 실거래가보다 크게 오른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집을 사려고 알아봤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 포기했고, 다시 전월세를 찾으려니 보증금은 더 비싸졌는데 매물 자체가 없다”며 “결국 이전보다 더 높은 조건으로 계약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매매시장 진입이 막힌 수요가 임대차 시장에 머물면서 전셋값 상승 압력이 커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전셋값 상승률 5.6%…5년사이 최고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5.6%를 기록했다. 2024년 상승률(2.7%)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전·월세 매물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두 달 전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전세뿐 아니라 월세 매물까지 동시에 감소하면서 임차 선택지는 빠르게 축소되는 흐름이다. 특히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등장한 급매물 역시 고가 주택 중심이어서 중저가 실수요층의 주거 문제를 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강남권보다 외곽 실수요 지역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노원·성북·강북 등 비교적 가격 접근성이 높은 지역에서 전세 소진 사례가 늘고 있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교수는 “특히 강북구와 노원구는 중소형 평수에 중저가 가격으로 형성돼 있어 서민들의 주택 보유 비율도 60%가 넘을 정도로 자가주택 보유율이 높아 더 전세가 적을 것”이라며, “매매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존 전세 수요 이동이 막혀 임대차 물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입주 물량 감소 속에 실수요 유입은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전세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ks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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