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3.06 14:10 | 수정 : 2026.03.06 17:05
[땅집고] 최근 충청북도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청년 결혼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작한 예식장 무료 대관 사업에 지원한 예비신혼부부가 ‘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청 건물을 빌려주는 방식이라 공간 대관료는 공짜지만, 최대 수용 인원이 80명에 그치는 데다 현장에서 음식 조리가 불가능해 예식장 사업을 지원하기엔 한계가 명확했던 탓이다.
충북도는 지난 2월 도청 건물 중 대회의실과 문화광장8·15 공간을 예식장으로 꾸며 예비신혼부부들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는 ‘청년 축복 웨딩’ 사업을 발표했다. 당초 신청자 중 예비부부 12쌍을 추첨 방식으로 선정하고, 오는 7월까지 공간을 순차적으로 제공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지원자를 모집한지 한 달 정도가 지난 현재, 충북도가 제공한 웨딩홀을 쓰겠다고 신청한 예비신혼부부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충북도가 제공하는 웨딩홀에 공간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먼저 공간 규모가 너무 작았던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통상 민간 예식장마다 적게는 150~200명에서 400명 이상까지도 수용할 정도로 널찍한데, 도청 건물인 탓에 하객을 최대 80명까지만 초대 가능했다. 즉 충북도 무상 예식장을 쓰려면 결혼식을 대폭 축소하는 스몰웨딩만 진행할 수 있어 수요에 한계가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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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예식장’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따져보면 이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더라도 생각보다 결혼 비용을 크게 절감하지 못하는 것도 ‘청년 축복 웨딩’ 사업이 외면받았던 이유로 꼽힌다.
결혼식체 예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게 식사 비용이다. 이 점을 고려해 인원수에 맞춘 식대와 꽃장식 등 부대비용을 받는 대신 공간 대여료는 매기지 않는 일반 웨딩홀이 많다. 즉 충북도가 지원하는 공간 비용이 예비부부 결혼식 예산을 줄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더군다나 충북도청 건물에서 조리나 취사가 불가능해 하객들에게 대접하는 식사를 도시락이나 간편식품으로 대체해야 하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현재 충북도를 비롯해 서울시 등 지자체마다 청년 결혼 비용을 줄이기 위한 예식장 무상 대관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비슷한 이유로 사업이 크게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가 알려지자 충북도는 오는 7월까지 시범 사업을 일단 진행하고, 단점을 보완해 내년부터 본 사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시의 경우 ‘더 아름다운 결혼식’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예식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광진구 포시즌가든 식장 대관료는 공짜지만 운영 대행 업체 측에서 하객들이 앉아야 하는 의자에 개당 5000원을 매기고, 테이블·혼주석·접수대·파라솔 등 부대시설에도 각각 비용을 내도록 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비부부들에게 물품 비용 100만원을 지원해 무료 대관 취지를 살리고 있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