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3.05 18:07
HUG가 보증금 관리하는 ‘전세신탁’ 도입 추진
임대인 보증금 운용 제한…전세 월세 전환 우려
자금 관리·손실 책임 구조 불명확 한계
임대인 보증금 운용 제한…전세 월세 전환 우려
자금 관리·손실 책임 구조 불명확 한계
[땅집고] 정부가 전세보증금을 공공기관이 직접 관리하는 ‘전세신탁’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기존 전세보증보험보다 한 단계 강한 관리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시장에서는 임대인의 자금 운용이 제한될 경우 전세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전세신탁 제도를 입법예고했다. 전세신탁은 임차인이 맡긴 보증금을 집주인이 직접 보관하는 기존 구조와 달리 HUG가 신탁 형태로 보증금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전세사기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치로 보증금 반환을 보장하는 기존 전세보증보험보다 관리 강도가 높은 제도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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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우선 등록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선택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제도 기반이 마련되면 올해 하반기부터 신탁 제도를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전세 제도는 임대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활용해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 구조이기 때문이다. 보증금을 활용해 대출을 상환하거나 추가 주택을 매입하는 등 일종의 전세 레버리지 구조가 시장에서 작동해 왔다.
그러나 전세신탁이 도입되면 이러한 자금 운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보증금이 신탁 계좌에 묶이면서 임대인이 직접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탁 예치금 수익률이 전월세 전환율인 연 6%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점도 임대인 입장에서는 유인 요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등 외국은 보통 1~3개월 치 월세 정도를 보증금으로 내며, 이를 공공기관이나 은행의 보호 계좌에 맡기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 변화는 전세 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전세신탁이 확산될 경우 전세 기반 갭투자 구조 역시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전세 제도의 핵심은 임대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활용해 추가 주택을 매입하거나 금융 비용을 충당하는 구조에 있다. 그러나 보증금이 공공기관에 예치되는 방식으로 전환되면 이러한 레버리지 구조 자체가 작동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제도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전세사기 문제 대응 과정에서 신탁 대상이 늘어나거나 가입이 의무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성창엽 대한임대주택사업자협회 회장은 “등록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선택제로 운영한다고 하지만 보증금 일부를 예치해야 하고 세제 혜택도 없다면 참여 유인은 크지 않다”며 “향후 사실상 의무화될 경우 보증금 운용이 제한돼 전세를 유지할 유인이 줄어들고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금을 에스크로 방식으로 예치할 경우 자금 관리 주체와 운용 손실 발생 시 책임 소재 등 제도 설계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한계”라고 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