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2.27 13:00
전월세 ‘매물품귀 현상’ 왜 나타난걸까.
자칫 전월세 대란 도화선 될 수 있어
원인분석도 제각각, 대책도 없다.
자칫 전월세 대란 도화선 될 수 있어
원인분석도 제각각, 대책도 없다.
[땅집고] 최근 이재명 정부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을 명확히 하면서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연일 화제다. 전월세 시장은 왜 줄어들고 있는가”, “전월세 가격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등 임대차 주택시장 전망을 두고 정치권·학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견해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강화 기조가 되려 임대 공급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과, 오히려 시장 균형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기적의 논리 vs 기적의 억지”…정치권 논쟁으로 번진 부동산
KBC 박영환 앵커는 최근 개인 SNS를 통해 “부동산 시장이 단순한 정책 논쟁을 넘어 설전의 영역으로 진입했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SNS에서 벌인 공방을 두고 “한국 사회 갈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표현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임대 공급은 줄지만 동시에 그 집을 매입한 무주택자가 임대시장 수요에서 빠져나가므로 결과적으로 수급 균형은 유지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굶주린 사람에게 밥을 안 주면 식욕이 줄어든다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대출 규제로 매수는 막혀 있는데 민간 임대 공급까지 줄이면 결국 임차인 부담만 커진다는 것이다.
◇ “임대 공급 줄어도 가격 영향 미미”…이준구 교수의 반박
전월세 가격 전망을 둔 견해는 어떨까. 정부 및 일부 학계는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줄어드는 구조라 가격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본다. 반면 현장 전문가들은 금융 규제와 가격 장벽 때문에 수요 감소가 늦게 나타나 단기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준구 명예교수는 이 대통령과 결을 같이한다. 그는SNS를 통해 다주택자 매도 압박이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거래의 한쪽만 본 성급한 결론”이라며,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임대주택 공급은 줄지만 집을 구매한 세입자가 동시에 임대시장 수요에서 빠져나가므로 공급 감소와 수요 감소가 함께 발생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즉, 공급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수요도 동일한 규모로 감소하기 때문에 전월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주택가격이 안정될 경우 전월세 가격 역시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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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장은 다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D대학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지만 현실에서는 매매 수요가 곧바로 임대 수요로 전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매매가격과 전월세 가격이 동일하고 대출 규제가 없다면 교수의 논리가 성립하겠지만 현재는 금융 규제와 가격 부담 때문에 임차인이 바로 매수자로 이동하기 어렵다”며 “임대 수요가 줄어들기까지 상당한 시간차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즉, 단기적으로는 공급 감소 효과가 먼저 나타나 전월세 시장이 더 타이트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감소 흐름은 매매뿐 아니라 임대차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7만 784건으로, 1년 전인 지난해 2월 26일(9만2330건)보다 약 23.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은 2만 8846건에서 1만 8715건으로 줄어 약 35.1% 감소하며 감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반면 월세 매물은 1만 8216건에서 1만 7375건으로 약 4.6% 감소하는 데 그쳐 상대적으로 변동 폭이 제한적이었다.
시장에서는 매물이 줄어든 점이 앞으로 집값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거래가 많지 않더라도 시장에 나와 있는 집 자체가 줄어들면, 팔려는 물건이 부족해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 진짜 원인은 따로?…4년으로 늘어난 전세기간 때문인가
일각에서는 전월세 물량 감소의 원인을 정부 정책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20년 도입된 임대차 제도 변화가 구조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 계약 기간이 기존 2년에서 ‘2+2년’ 구조로 사실상 4년까지 늘어나면서 시장에 나오는 신규 전세 물량 자체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세입자가 장기간 거주하게 되면서 회전율이 떨어졌고, 그 결과 신규 임대 매물이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박영환 앵커는 “정부와 야당이 서로의 논리를 기적이라 치켜세우거나 억지라 비판하는 동안 정작 현장의 주거 불안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전세 물건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체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책 효과를 둘러싼 이론적 논쟁과 달리, 임차인들이 마주한 현실은 선택지가 줄어든 임대차 시장이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