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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공실률 최악, '대구의 심장'이 자영업자 무덤으로

    입력 : 2026.03.01 06:00

    ‘동성로의 쇠퇴’…공실률 16년 만에 최고
    동성로에 타임스스퀘어가?
    舊명성 회복 가능할까

    [땅집고] 대구 중구 용덕동에 위치한 '대구 동성로'의 모습. /조선DB

    [땅집고] 한때 ‘대구의 심장’이라 불리던 동성로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주말이면 발 디딜 틈조차 없던 대표 번화가였지만 지금은 공실 점포가 늘고 유동 인구도 눈에 띄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오랜 시간 대구 상권의 중심이었던 동성로의 역할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도시 소비 구조 변화 속에서 상징적 중심 상권이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 대구 최대 번화가의 추락…공실률 16년 만에 최고

    며칠 전 찾은 동성로 현장은 과거의 활기를 찾기 어려웠다. 스파크랜드 일대를 따라 이어지는 거리에는 프랜차이즈 매장 사이로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은 공실 점포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새로 들어선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과 한산한 거리 풍경이 대비되며 상권 변화의 단면을 보여줬다.

    동성로는 1960년대 이후 40여 년간 대구 소비와 유행의 출발점 역할을 해왔다. 패션·외식·문화가 집중되며 젊은층이 가장 먼저 찾는 거리였고, 지역 상권의 상징적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대구 동성로는 대구의 심장부이자 만남의 광장으로, 대백(대구백화점) 앞 시계탑, 한일극장, 아카데미 극장 등 많은 이들의 추억이 자리한 곳이다. 한 네티즌은 “동성로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며, “학창시절 학교가 마친 후 시내에 나들이를 나가서 길거리 춤이나 버스킹을 보고 찜갈비 같은 맛집들을 많이 찾아 다녔다”고 했다. 그만큼 대구 시민들에게 동성로는 추억이 가득한 상징적인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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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대구 동성로 스파크랜드 대관람차. 한 때 이곳은 스파크랜드를 중심으로 젊은층의 수요를 끌어들이는 거리였다. /조선DB

    하지만 동성로의 변화는 서서히 시작됐다. 온라인 쇼핑 확산과 소비 패턴 변화,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겹치면서 상권 경쟁력이 약화됐다. 여기에 2021년 문을 닫은 대구백화점 본점 부지까지 장기간 방치되면서 상권 중심축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동성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6.9%로 집계됐다. 2010년 4분기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구 전체 중대형 상가 공실률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동성로의 상승 폭이 특히 가파르다.

    ◇ ‘비어가는 중심’…대구 상권 이동은 결과일 뿐

    일각에서는 상권이 교동·삼덕동·향촌동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한 소규모 점포들이 주변 지역으로 이전하며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원인이라기보다 결과에 가깝다고 본다. 중심 상권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점포와 소비가 자연스럽게 분산됐다는 것이다.

    동성로에서 오랜 기간 임대업을 해 온 한 건물주 정모(55)씨는 “경기가 어려워도 임대료 조정이 늦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빠져나갔다”며 “한 번 빠져나간 상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과거 하나의 중심지에 집중됐던 소비 구조가 여러 생활권으로 나뉘면서 동성로의 상징성 자체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타임스스퀘어’ 꿈꾸는 동성로, 르네상스 가능할까

    대구시는 동성로 관광특구를 보행 친화형 미디어 거리로 조성해 뉴욕 타임스스퀘어 같은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대형 전광판과 미디어 파사드를 도입해 젊은 유동 인구를 다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땅집고] 대구 동성로 미디어 거리 조감도. /대구시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신중하다. 이미 소비 중심이 움직인 상황에서 물리적 환경 개선만으로 상권을 되살리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동성로에서 15년간 중개업을 해 온 이모(64)씨는 “동성로가 코로나19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이후로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며, “과거처럼 대구에 가면 반드시 들르는 거리라는 상징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ks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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