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버스 지붕에 벼 심었다고?…한강버스 덕분에 강제 소환된 파격 실험

    입력 : 2026.02.24 06:00

    [땅집고] 2012년 6월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회 서울 도시농업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버스위에서 자라는 벼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 한강버스는 양반이죠, 박원순 시장의 ‘벼농사 버스’를 보면…”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선보인 수상교통수단 ‘한강버스’. 새 교통 인프라에 대한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강버스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과거 서울 도심에 별안간 등장했던 ‘벼농사 버스’보다는 훨씬 낫지 않느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의 ‘벼농사 버스’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집권 시기인 2012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일대에 처음으로 생겨났다. 흔히 볼 수 있는 버스 꼭대기 위에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이 곳에서 시민들이 모내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모종을 심어둔 형태다. 공식적인 명칭은 ‘버스 루프 가든’. 당시 서울시가 제 1회 도시농업박람회를 개최하며, 국내 최초로 버스 지붕 위에 벼를 심어 전시한 사례라고 보도했다.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굳이 도심 곳곳을 순환하는 버스 머리 위에 벼 농사를 지어야 하냐, 무슨 감성인지 모르겠다”, “저러다 다른 자동차와 충돌이라도 하면 벼 이삭이며 흙이며 떨어지면서 더 큰 사고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 “매연 먹고 자란 벼를 누가 밥으로 지어 먹겠느냐”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땅집고] 서울광장에 고정된 채 전시돼있던 버스 루프 가든. /조선DB

    다만 머리 위에 벼 재배 틀을 얹은 이 버스가 실제로 서울 도심을 운행하는 것은 아니었다. 서울광장에 고정 설치된 임시 조형물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도시농업이 가능하다는 아이디어에서 만들어둔 것. 도심 인프라를 철거하는 재건축·재개발 대신 ‘고쳐 쓰는’ 형태의 도시재생사업을 지향한 박 전 시장 기조를 고려하면, 당시 서울시가 도심에 텃밭을 만들어 농업 문화를 부활시키고 녹지를 확보하는 효과를 내고 싶어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버스 루프 가든이 도시농업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저변 확대에 기여하길 기대했다는 설명이다.

    [땅집고] 2013년 스페인 헤로나에 등장한 ‘텃밭버스’. /조선DB

    해외에선 비슷한 형태의 버스가 실제로 운행하는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다. 2013년 스페인 동북부인 히로나(Girona)시에서 ‘피토키네틱’(Phytokinetic)이라는 이름의 텃밭버스를 선보인 것. 조경 디자이너 마크 그라넨이 개발한 이 텃밭버스는 버스 지붕 위에 정원을 설치해 도시 미관을 살리면서, 곳곳에 산소를 공급하고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를 냈다고 전해진다. 버스 뿐 아니라 화물차 지붕 위에도 텃밭을 설치했더니 자동차 실내 온도가 평균 3.5도 낮아지면서 에어콘 가동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 차원에서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땅집고] 2012년 9월 17일 제16호 태풍 산바가 북상한다는 소식에 서울시 관계자들이 태풍 피해에 대비해 벼 화분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그럼에도 ‘벼농사 버스’에 대한 박 전 시장의 시도를 칭찬하는 댓글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분위기다. 이 모델이 정말 서울시 환경에 도움이 됐거나 운전자들에게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었다면 널리 보급됐을텐데, 현재는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2012년 태풍 산바가 북상하면서 광화문 일대에 배치했던 벼 화분을 서울시 관계자들이 일제히 옮기는 사진이 퍼지면서 비난 목소리가 더해진다. 이에 대해 “전형적인 전시행정”, “도시농업을 고집한 박원순 시장 때문에 괜히 공무원들만 고생했던 것 아니냐”는 댓글이 눈에 띈다. /leejin0506@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