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2.21 06:00
[땅집고] “선거철 돌아오니 또 보문산 개발 프로젝트인가요? 맨날 공약만 남발하고, 지겹다 지겨워…”
이달 대전시가 시비 총 3300억원을 들여 중구 대사동 보문산 일대를 관광지로 개발하는 이른바 ‘보물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시내 전체를 둘러볼 수 있도록 보물산에 총 215.2m 높이 초고층 전망대를 만들고, 케이블카·모노레일·전기버스를 설치해 접근성을 높이는 사업이다. 과학도시 대전시를 상징하는 우주선 발사 형상을 띤 미디어파사드를 설치하고 인근 오월드와 연계해 체험형 사파리를 확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보물산 프로젝트 추진 소식을 들은 대전지역 주민들 반응은 그닥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지난 20여년 동안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마다 예산 수천억원을 들여 보문산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쏟아냈지만, 실제로는 개발 계획이 실현되지 못하고 표류하다가 다음 선거철에 공약 재탕을 반복해온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보문산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등장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지겹기까지 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정치권에서 보문산 개발사업이 처음으로 등장한 시기는 민선 4기 박성효 시장 시절인 2006년이다. 대전지역이 국내 대표적인 관광시설 불모지인 점을 겨냥해 고안해낸 사업이다. 당시 사업명은 ‘보문산 뉴그린파크 프로젝트’였다. 보문산에 250억원 규모 전망타워를 비롯해 관광 모노레일(1500억원)과 야생화단지(33억원) 등을 만들어 관광객을 끌어모으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첫 시도였던 만큼 사업이 지지부진하다가 실현되지는 못했다.
이후 보문산 개발사업은 대전시장이 바뀔 때마다 이름만 바꿔서 내세우는 ‘재탕 공약’으로 전락했다. ▲2010년 염홍철 시장 ‘보문산권 종합관광개발 세부시행계획’ ▲2014년 권선택 시장 ‘제 6차 대전권 관광개발계획’ ▲2018년 허태정 시장 ‘보문산 일원 관광거점화’ 등이다. 하지만 사업비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예산 부족, 민간 자본 유치 실패, 환경 단체 반대 등 문제가 터지면서 번번이 무산되기 일쑤였다.
2022년 취임한 이장우 대전시장 역시 취임하자 마자 보문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선포했다. 사업명은 ‘보물산 프로젝트’로, 보문산을 지역 관광 보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지난 2023년 초 이 시장은 2030년까지 보문산에 대전시 최고 높이인 193m짜리 전망타워를 짓고, 인근 대전오월드에는 워터파크와 숙박시설을 설치하며, 대전오월드부터 보문산 시루봉까지 총 2.4km 길이 케이블카와 전기버스·모노레일 등을 개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전망타워 290억원, 워터파크·숙박시설 조성사업 3100억원, 케이블카 설치 700억원, 전기버스·모노레일 설치 120억원 등을 합하면 총 사업비가 4400억원으로 추산됐던 것. 대전시 예산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 민간 기업을 유치해 투자를 받으려고 시도했지만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없어 프로젝트가 또 다시 표류하기 시작했다.
결국 대전시는 올해 2월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대신 시 재정을 투입하고 대전도시공사 자체 사업을 병행하는 공영개발방식으로 보물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공사채를 발행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2031년까지 총 3300억원을 투입해 사업을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지역 사회에선 지난 20년 넘게 진전이 없던 보문산 개발 사업이 이번에는 착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사업이 성공할 경우 대전시 관광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반면 이 프로젝트가 지역 특색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수천억원 사업를 투입했지만 찾는 사람은 없는 이른바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