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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존엄성 지키는 기저귀 제로 요양원" 일본의 신박한 실험

    입력 : 2026.02.22 06:00

    日, ‘기저귀 금지’ 요양원 등장
    편리한 기저귀, 동시에 낮아지는 자존감
    “입주자가 나가면 손해?”…NO
    [땅집고] 일본의 일부 요양원은 기저귀 착용을 금지하고 노인들의 자립가능한 생활을 돕고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땅집고 북스-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② ‘기저귀 없는 요양원’ 퇴소가 목표인 일본 요양원 이야기

    [땅집고] 요양원에서 기저귀는 ‘필수품’에 가깝다. 특히 심야 시간, 소수 인력으로 배설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성인용 기저귀는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그런데 일본 도쿄 한복판에 “기저귀 제로”를 선언한 공공 요양시설이 있다. 입주자 전원이 기저귀를 착용하지 않는다는 이 요양원의 실험은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김웅철 지방자치TV 대표이사의 신간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에서는 진화하는 일본 요양원에 대해 다뤘다. 일과 함께하는 고령자 건강수명 프로젝트 이야기다. 2013년 4월 도쿄 시부야구에 문을 연 특별양호노인홈 ‘모리노카제(Morinokaze)’. 이 곳이 개관 당시 내건 슬로건은 단 하나, 바로 “기저귀 제로 요양원”이다.

    땅집고는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전문가 과정(7기)’을 다음달 4일 개강한다. 시니어 타운 설계 방법과 일본 시니어 주거 시설 및 정책 등을 실무 중심으로 폭넓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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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주 즉시 ‘기저귀 금지’…자립 배설이 목표

    모리노카제에 입주하면 기존에 기저귀를 상시 착용하던 고령자도 예외 없이 기저귀를 벗어야 한다. 대신 모든 입주자가 화장실 변기에 앉아 스스로 배설하도록 유도하는 ‘자립 배설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단순한 의지 문제가 아니다. 자립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스스로 배설할 수 있는 환경을 체계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입주 즉시 설사약 복용 중단과 동시에 식이섬유 중심의 규칙적 식사 관리, 충분한 수분 섭취(아침 기상 후 냉수 권장), 매일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 착석 유도, 보행 기능 회복 운동 병행 등이다. 사이토 원장은 “처음에는 실패도 많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확신을 갖고 집중적으로 케어하면 의외로 빠른 시간 안에 기저귀를 떼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말한다.

    ◇ 기저귀는 편리하지만, 떨어지는 자존감

    사이토 원장은 기저귀 사용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지적한다. “기저귀 케어는 노인들에게 자존감의 상처를 줍니다. 상처 난 자존감은 삶의 의욕을 떨어뜨립니다. 또 기저귀 발진이나 방광염 위험도 높입니다. 사이토 원장은 모리노카제 요양원을 ‘보호의 공간’이 아니라 ‘회복의 공간’으로 재정의했다. 목표는 장기 수용이 아니라 자택 복귀다.

    기저귀 제로 정책 또한 자택 복귀를 위한 네 가지 프로그램 중 하나다. 자립 배설, 하루 최소 1.5L 수분 섭취, 하루 1500kcal 이상 영양 섭취, 반복 보행 중심의 운동 프로그램 등이다.

    특히 보행에 대한 철학이 독특하다. 사이토 원장은 “걷지 못하는 이유는 근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걷는 방법을 잊었기 때문”이라며, “반복해서 걷게 하면 몸이 다시 기억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이 원칙에 따라 입주자는 모두 휠체어 이용자도 반복 보행 훈련을 받는다.

    [땅집고] 김웅철 이사의 대표 저서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표지.

    개관 반년 뒤 측정한 결과는 매우 유의미했다. 노인들의 하루 평균 수분 섭취량이 915ml에서 1,543ml로 증가했고, 휠체어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자립 보행이 가능해졌다. 심지어 101세 장기요양 1등급 입주자의 경우, 1개월 만에 보행기 보행에 성공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기저귀를 착용했을 때 대표적으로 생길 수 있는 질환인 변실금의 증상이 대부분 개선됐다.

    2015년 기준 퇴소자의 63.5%가 자택으로 복귀했고, 63명을 대상으로 한 요양 등급 조사에서는 등급 개선 48%, 유지 38%, 악화 14%순으로 나타났다.

    ◇ “입주자가 나가면 손해?” 오히려 경영에도 이익

    입주자가 자택으로 돌아가면 시설 운영에는 손해일까. 사이토 원장은 고개를 젓는다. 장기 입주자가 줄면 침상 회전율이 높아지고, 평판이 개선돼 신규 이용자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기저귀 구입비와 소각 비용이 들지 않는 점도 큰 장점이다. 모리노카제는 질문을 던진다. 요양원은 돌봄의 종착지인가, 아니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경유지인가.

    일본은 초고령사회 속에서 고령자 주거를 단순히 보호를 넘어 회복의 공간으로 바꾸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어쩌면 기저귀를 없앤 요양원은 노년의 존엄을 되찾는 방식에 대한 제안일지도 모른다. /ks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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