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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노조 파업에 눈물 흘린 회장님 결심…안양역 앞 300억 땅 통기부

    입력 : 2026.02.20 14:50 | 수정 : 2026.02.20 14:50

    안양 300억 땅 ‘삼덕공원’ 미담 재조명
    40년 운영 제지공장 문 닫자 기부한 회장님
    강성 노조가 45일 파업하는 아픔 겪기도
    [땅집고] 경기 안양시 대표 녹지 공간으로 꼽히는 삼덕공원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경기 안양시 만안구 일대에 자리잡고 있는 ‘삼덕공원’은 안양시민이라면 살면서 한 번쯤은 방문해 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녹지 공간이다. 지하철 1호선 안양역에서 걸어서 10분 내외면 도착하는 초역세권이면서, 지역 최대 규모 상권인 안양1번가와 맞닿아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아서다.

    그런데 이 공원이 유독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과거 이 부지에 한 제지 공장이 있었는데, 소유주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회사를 정리하면서 땅을 안양시에 통째로 기부하면서 생겨난 공원이라서다. 이 땅이 안양시에서 금싸라기 입지면서 총 6000평 대규모 부지라 당시 시세로 3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 과거 삼덕제지 공장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이런 역대급 기부를 보여준 주인공은 현재는 고인이 된 전재준 삼덕제지 회장. 삼덕제지의 전신은 일제강점기던 1941년 한 일본인 기업가가 경기 안양시에 세운 ‘삼왕제지’다. 개성 출신인 전 회장이 38세 때인 1961년 기업을 인수해 경영하기 시작했다. 삼덕제지라는 이름으로 인쇄용지를 주력으로 생산하면서 성장해 국내 종이 산업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65년에는 당시 대통령이던 이승만이 직접 삼덕제지 공장 시찰에 나섰을 정도로 국가적 주목을 받는 우량 기업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이 출범한지 40년쯤 된 2000년대 들어 문제가 터졌다. 다행히 IMF 위기는 넘겼지만 갈수록 제지업계 경쟁이 심화하면서 삼덕제지의 매출이 3분의 1토막 나고 시장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안양역을 중심으로 아파트·상권 등이 생겨나면서 삼덕제지 공장에서 뿜어져나오는 소음과 분진에 대한 주민 민원이 거세지기 시작한 것.

    [땅집고] 2003년 삼덕제지 노조 소속 직원들이 공장에서 파업 시위를 벌이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내 노동조합이 어려운 회사 사정에 기름을 부었다. 2003년 노조가 강성으로 꼽히는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노사 갈등이 심화한 것. 당시 노조가 공장 마당에 텐트를 치고 45일에 걸친 고강도 파업 시위를 진행하면서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고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80대에 접어든 전 회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 전 회장은 2003년 삼덕제지를 삼정펄프에 흡수합병 시킨 뒤 공장을 경남 함안으로 통폐합하는 결정을 내렸다. 안양시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삼덕제지 공장을 더 이상 확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로 분석된다. 삼정펄프 경영은 2005년부터 삼남인 전성오 대표이사 사장이 맡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전 회장이 문 닫은 삼덕제지 공장 부지를 안양시에 통째로 기부했다는 것. 당시 부지가 4364평 대규모로 시가 300억원에 달했던 데다 이 땅에 아파트 등을 지어 개발 이익을 거둘 수 있었는데도 자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당시 전 회장은 “그동안 안양시민들의 희생과 도움으로 회사가 성장했으니, 당연히 안양시민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차례 가족 회의를 열어 상의한 결과 배우자와 아들 셋, 딸 모두 전 회장의 기증에 흔쾌히 동의했다는 설명과 함께다.

    반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삼덕제지 직원 60여명에게는 날벼락같은 소식이었다. 당시 노조위원장은 언론에 “그동안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말만 믿고 상여금과 학자금까지 대폭 삭감당한 채 열심히 일했다”면서 “기업주는 공장에서 돈을 벌어 알부자가 됐지만 10~20년을 근속한 노동자들은 몇 푼 안되는 위로금을 받고 실직자로 전락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땅집고] 전재준 삼덕제지 회장의 부지 기증을 기리기 위해 삼덕공원에 굴뚝 모양 조형물이 설치돼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안양시는 전 회장으로부터 기부 받은 삼덕제지 공장 인근 부지를 추가로 매입한 뒤, 이 곳을 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만들었다. 부지를 사들이는 비용으로 64억5300만원, 공원을 조성하는 비용으로 58억2900만원을 투입해 총 사업비로 122억8200만원을 썼다. 전 회장의 기증을 칭송하기 위해 공원 이름은 ‘삼덕공원’으로 정했다.

    이렇게 2009년 문을 연 삼덕공원은 총 1만9376㎡(5861평) 규모로 다양한 휴식 시설을 갖춘 공공시설으로 탈바꿈했다. 안양시는 인근 수암천을 복원해 공원과 연계하고 분수와 폭포, 모래밭을 포함한 어린이놀이터 등 다양한 시설을 만들었다. 원래 이 곳에 삼덕제지 공장 부지였던 사실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14m 높이 굴뚝과 전 회장의 흉상을 함께 설치해뒀다. 현재 삼덕공원은 안양시민 남녀노소가 자유롭게 찾는 지역 대표 휴식 공간이 됐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땅을 기부한 전 회장의 선행을 접한 네티즌들은 “나같으면 3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사회에 기증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정말 대단하다”, “많은 시민들이 회장님의 정신을 기억하면 좋겠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삼덕제지를 흡수합병한 삼정펄프는 지난해 매출 1493억1666만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2억1707만원으로 손실을 봤다. 수입산 원지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삼정펄프가 생산하는 제품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악화한 탓이다. 업계에선 삼정펄프가 지난해 12월 29일 매출액의 약 38%를 담당해온 평택공장 생산라인 가동까지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올해 영업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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