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2.20 06:00
과징금의 50% 충당금 쌓아두며 환입 통해 실적 개선 기대
제재 완화 수위 예상보다 덜해 실망 커져, 추가 손실 우려도
제재 완화 수위 예상보다 덜해 실망 커져, 추가 손실 우려도
[땅집고] 신한은행은 실적 손실까지 감수하며 ELS 불완전판매로 인한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대비해 거액의 충당금을 쌓아뒀다. 금융당국의 과징금이 이보다 작아질 것이라는 기대까지 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추가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융업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제3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에 기관경고와 1조5000억원대 과징금을 결정했다. 사전통지된 영업정지, 2조원대 과징금에서 경감됐다. 기존 규모 대비 20%가량 과징금 규모가 완화된 것이다.
이번 ELS 사태는 홍콩 H지수 폭락에 따른 불완전판매가 문제가 되면서 불거졌다. H지수 ELS는 홍콩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상품으로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원금을 잃을 가능성까지 있어 고위험상품으로 분류된다. 2024년 H지수가 반토막 나면서 당시 기준으로 ELS 평균손실률이 50%를 넘기며 큰 피해를 안겼다.
은행권은 이런 고위험상품을 노인들에게 판매해 논란이 됐다. 2024년 초 금융당국의 현장검사 결과, 판매실적 압박을 받은 은행 직원들이 노후대비를 위해 은행에 방문한 노인들에게 ELS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위험성 등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청력이 안 좋은 80대 노인을 무리하게 가입시킨 사례까지 있었다.
판매 규모 면에서 KB국민은행이 8조1972억원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신한은행은 2조3701억원으로 두번째다. NH농협은행(2조1301억원), 하나은행(2조1183억원), SC제일은행(1조2427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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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은 사전통지 받은 규모 대비 20%가량 줄었다. 국민은행은 기존 1조원대에서 약 8000억원, 신한과 하나은행은 3000억원대에서 2700억~2800억원대로 조정된다. 최종 규모는 오는 25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각 은행별로 과징금 부과를 대비해 쌓아놓은 충당금 규모가 다르다. 신한은행이 전체 과징금의 50% 수준으로 보수적인 스탠스를 유지했는데, 제재 수위가 낮아지면서 결과적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2025년 연간 충당금 규모를 1846억원으로 책정했다. 사전통지된 ELS 과징금과 과태료를 포함해 약 3066억원, LTV 담합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640억원 등 약 3700억원의 50% 수준이다.
신한금융그룹의 2025년 당기순이익이 4조9716억원이었는데, 보수적인 충당금 결산으로 인해 사상 첫 5조원대 순수익 실적이 좌절됐다. 신한은행 역시 3조7748억원을 기록해 국민은행(3조8620억원)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장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인식한 것은 회계처리 원칙에 입각한 것이었으며, 제재 수위가 낮아졌음에도 당행이 쌓은 충당금보다 높은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된다면 결과적으로 당행은 실질에 따라 회계처리를 한 것”이라며 “2025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결과이며, 금융회사로써 지켜가야 할 더 중요한 가치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해당 결과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이 충당금 비율을 높게 책정한 이유는 제재심을 통해 과징금 규모가 충당금 이하로 작아질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 강영홍 부행장은 충당금 설정 비율에 대해 “예상범위의 상단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과징금이 충당금보다 적게 축소될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지만, 예상을 벗어난 것이다.
타 은행들은 과징금의 20~30% 수준에서 충당금을 쌓아놓았다. 과징금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 충당금은 사전통지 받은 약 1조원의 30% 수준인 3350억원이었다. 충당금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다만 충당급 환입으로 실적 개선까지 기대했던 신한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의 사상 최대 실적이지만, 업계에서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는 평가다. 충당금 규모를 타 은행 수준에서 맞췄다면 그룹사 실적 5조원 달성, 은행 실적도 기존보다 700~800억원 늘어날 수 있어서 리딩뱅크 경쟁 가능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법무법인 자문을 통해 보수주의 회계 원칙에 따라 예상할 수 있는 범위의 상단 수준으로 충당금을 인식했다”며 “타행은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 필요성으로 인해 재무적인 부담이 커질 것이므로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인식한 것은 매우 합리적인 회계처리로 입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