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2.19 14:40 | 수정 : 2026.02.19 15:13
대통령 부동산 전쟁 선포 후
관악·도봉 서민 주거지 직격탄
아파트 전세 2500개 실종
서울 전역서 매물 가뭄
관악·도봉 서민 주거지 직격탄
아파트 전세 2500개 실종
서울 전역서 매물 가뭄
[땅집고]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대단지 아파트인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 총 1505가구에 달하는 규모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에 나온 전세 매물은 단 하나도 없다. 월세 매물도 고작 2개뿐이다. 단지 정문 내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를 구하려는 세입자들이 문의를 해와도 보여줄 집 자체가 없다”며 “집을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고 했다. 급하게 지방으로 이사를 가는 경우가 아니면 매물조차 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관악구 봉천동의 ‘관악드림타운’ 상황도 마찬가지다. 3544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임에도 전 평형을 통틀어 전세 매물은 딱 2개에 불과하다. 가격도 급등세다. 전용면적 84㎡ 전세 매물은 이달 6억 2000만원에 거래되며 1년 전보다 1억 3000만원가량 올랐다.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2+2년’ 재계약을 택하면서 시장에 신규 물건이 사실상 끊겼다. 30대 직장인 이수현씨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물건이 없으니 선택지가 없다”며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로 가거나, 월세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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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치’ 한 달 만에 전세 매물 11.6% 증발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본격적인 ‘부동산 정치’를 선언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서울 전역의 전세 시장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정부가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규제의 칼날을 세우자,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가격은 치솟는 ‘전세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엑스(X·옛 트위터) 등 SNS에서 부동산 정책 행보를 본격화한 1월 23일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1월 23일 기준 2만 2156건이었던 서울 전세 매물은 2월 18일 현재 1만 9604건으로 줄었다. 불과 20여 일 만에 매물 2552건(11.6%)이 사라졌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전세 매물이 감소했다. 도봉구는 299건에서 196건으로, 금천구는 152건에서 106건으로 줄었고, 마포구도 514건에서 365건으로 감소했다. 관악·구로 등 서울 내 비교적 저렴한 주거지의 감소 폭이 특히 컸다. 서민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 전세가 먼저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6219건에서 6만2990건으로 1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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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갱신·다주택자 규제 겹치며 공급 잠김
전세 실종의 배경으로는 임대차 갱신계약 증가와 다주택자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세금이 오르자 세입자들이 기존 주택에 머무르는 갱신 계약을 선택하면서 시장에 신규 공급이 막혔다. 여기에 오는 5월 9일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도 변수다. 유예 종료를 앞두고 일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정리하거나 관망에 들어가면서 민간 임대 공급 주체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이미 ‘똘똘한 한 채’ 중심으로 재편된 지 오래돼 민간에서 공급하는 임대 물량이 크게 줄었다.
양도세 중과가 본격화하면 다주택자의 매도 유인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민간 임대 공급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전세 형태로 거주하는 무주택자가 매매로 넘어가야 시장에 숨통이 트이는데, 현재는 대출 규제로 인해 매수 전환이 쉽지 않다”며 “전월세 수요가 매매로 이동하지 못하면 전세 매물은 계속 품귀 현상을 빚고 임대료 상승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거 사다리가 끊겼다”
전세 시장은 본래 매매와 월세 사이에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자산이 충분치 않은 무주택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초기 비용으로 안정적인 거주를 할 수 있는 장치였다. 그러나 매물 잠김과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전세는 점점 희소 상품이 되고 있다.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경기도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감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서민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입주 물량 감소도 불안 요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및 입주 예정 물량(임대 제외)은 1만 8462가구로 지난해보다 약 43% 적다.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까지 겹칠 경우, 집주인들이 월세 전환을 서두르거나 전세 물건을 더 거둬들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금이 오른 상황에서 매물까지 부족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며 “입주 물량 감소와 세 부담 요인이 맞물리면 임대차법 도입 이후 가장 불안한 전월세 시장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hongg@chosun.com,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