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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조롱하는 거냐" 무산된 용산 랜드마크 조감도 재조명

    입력 : 2026.02.18 06:00

    15년 전 용산에 들어설 뻔 했던 ‘더 클라우드’
    조감도 공개되자 ‘9·11 테러 조롱’ 비판
    사업 무산되며 건물도 역사 속으로
    [땅집고] 2011년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서기로 계획됐던 초고층 주상복합 ‘더 클라우드’ 조감도.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용산에 9·11 테러를 연상시키는 초고층 건물이요? 하마터면 미국과 관계가 크게 틀어질 뻔했네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약 15년 전 계획했다가 무산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최근 탄력을 받고 있다. 서울시가 용산 일대 45만6000㎡ 부지에 최고 100층 높이 초고층 업무시설과 함께 주거·문화 인프라를 함께 지어 이 곳을 서울의 핵심 미래 성장축으로 조성하는 프로젝트에 돌입한 것.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1·2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임대주택 1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놔 정부와 서울시 간 개발 구상이 충돌하면서, 앞으로 용산이 어떤 모습으로 대개조될지 궁금해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과거 이 곳에 들어설 뻔 했던 초고층 건물 조감도가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문제의 건물은 최고 61층 높이 랜드마크로 계획됐던 ‘더 클라우드’ 빌딩이다. 건물 2개가 나란히 서 있는 쌍둥이 빌딩 형태인데, 두 동(棟)을 잇는 브릿지가 구름 모양으로 독특하다. 이런 디자인이 2001년 이슬람 단체인 알카에다가 미국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비행기로 폭파시키면서 3000여명을 희생시키고 건물을 무너져내리게 했던 ‘9·11 테러’를 연상시켜 국제 사회에서 비난받았던 것.

    [땅집고] 최고 61층 높이 ‘더 클라우드’를 포함한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조감도. /온라인 커뮤니티

    과거 오 시장은 2007년 ‘한강르네상스 마스터플랜’ 일환으로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총 31조원 사업비를 투입해 용산 일대에 초고층 빌딩을 여럿 건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삼성물산 등 30여개 기업이 출자한 드림허브금융투자회사(PFV)가 민간시행사 역할을 받았고, 2011년 기공식까지 개최했다.

    계획한 건물 중에서는 주상복합아파트인 ‘더 클라우드’의 디자인이 당시 문제가 됐다. 두 개 동으로 이뤄진 건물인데 각각 61층과 56층으로 계획됐다. 외관상 두 건물 32층부터 7개층에 걸쳐 픽셀화된 구름 형태의 브릿지를 디자인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얇은 탑 두 개동을 초고층으로 건설하다보니 안전상 연결고리를 만들 필요성이 있었던 것.

    이 같은 구조를 고안해낸 기업은 네덜란드 설계회사인 MVRDV다. 구름 브릿지에 스카이라운지를 비롯해 피트니스 클럽, 테라스 정원, 야외 수영장, 산책 공간 등 각종 커뮤니티 시설을 지을 계획이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아파트마다 커뮤니티 시설을 대부분 지하층에 설치했던 것과 비교하면 참신한 배치라는 판단이었다.

    [땅집고]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서기로 계획됐던 ‘더 클라우드’가 마치 9·11 테러 직후 미국 세계무역센터 건물과 비슷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더 클라우드’ 조감도가 국제 사회에 공유되면서 논란이 터졌다. 구름 형태 브릿지를 단 건물이 마치 9·11 테러 직후 폭파된 세계무역센터를 연상시킨다는 것. 건물에 대한 해외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설계자들이 테러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없다”, “유명세를 타려고 선정적인 방법을 이용한 것 아니냐”, “알카에다 추종자”라는 등 비난이 쏟아졌다.

    MVRDV는 즉각 성명서를 내면서 “공격당한 세계무역센터와 9·11 테러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만들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설계 과정에서 둘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했다"면서 "단지 구름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려 했고, 빌딩 설계에서 흔한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9·11 테러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던 사건이었던 만큼 논란이 쉽게 끝나지 않자 결국 “설계도를 보고 마음이 상한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입장을 냈다.

    마침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더 클라우드’ 건설 계획이 멈춰섰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자금 운용이 어려워진 데다, 민간PFV가 주도하는 통 개발 방식 사업이다보니 참여자들 간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드림허브PFV는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기름·중금속 등을 제거하는 토지오염 정화공사를 맡았던 삼성물산에게 총 271억원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했고, 해외 건축가가 설계를 맡았던 건물 기본설계비용도 못 내게 됐다. 결국 착공한지 1년 만인 2012년 토지 정리 단계에서 사업이 중단됐고 서울시는 2013년 10월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도시개발구역에서 해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자연스럽게 ‘더 클라우드’ 계획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용산서울코어’ 개발 사업. /서울시

    2011년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났다가 2021년 복귀한 오 시장은 중단됐던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을 재추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취임한 당해 코레일과 공동사업시행 실시 협약을 체결하면서 사업 재개에 돌입했고, 이후 개발계획을 고시하며 이른바 ‘용산서울코어’ 이름으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상태다. 계획상 2028년까지 도로와 공원 등 부지 조성 공사 마치고, 이르면 2030년쯤 기업과 주민 입주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조성을 마치면 연간 1만2000명 고용 창출 효과와 함께 3조3000억원 생산 유발 효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편 네티즌들은 과거 논란이 됐던 ‘더 클라우드’ 조감도에 대해 “설계사 입장에선 억울할 것도 같지만, 9·11 테러가 워낙 미국인들에게 예민한 문제라 이해 못할 건 아니기도 하다”, “건물만 봤을 때는 9·11 테러를 떠올리기 어려웠는데, 실제 폭파 사진이랑 같이 보니 정말 연상되기는 한다”, “만약 건물이 실제로 완공되었으면 미국과 관계가 틀어질 뻔 했는데 사업이 좌초되어서 오히려 다행이다”라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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