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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래가 될 땅을 아파트와 맞바꾸나…교통, 업무 기능까지 고려해야"

    입력 : 2026.02.13 06:00

    [공급 해법 인터뷰 ①] 법이 없어서 실패한 게 아니다…“1만호 밀어넣기식 접근은 한계”

    공공부지에 주택 1만호…현실성無
    “도시 설계 빠진 물량 논리”
    주거·상업 용도 유연화 제안
    [땅집고]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 /강시온 기자


    [땅집고] “주택 공급이 안 된 이유는 법이 없어서도, 정부 힘이 약해서도 아닙니다. 도심 핵심입지인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 만 가구 이상 주택 공급은 단순한 물량 확대가 아니라 도시 구조, 교통, 업무 기능 재편까지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에요. 그런데 현 정부는 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사회적 합의가 거의 없어요.”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에 대해 “공공부지 활용과 대규모 택지 개발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주택 공급 실패 원인을 근본적인 구조 설계의 부재에서 찾았다.

    김 교수는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옛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등을 거쳤다. 한국주택학회 제25대 회장을 역임한 김 교수는 ‘전세’라는 책을 출간하는 등 주택문제 전문가이다. .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 정부의 1·29 주택공급 정책에 대한 반발이 많다. 원인은.

    “법이 없어서도, 정부 의지가 약해서도 아니다.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설명과 도시 전체 관점의 설계가 부족했다.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오히려 소규모 공공부지다. 시가 보유한 소규모 땅은 규모가 작아 인허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주변 영향도 크지 않아 반발이 덜하다. 이런 곳은 제도 개선을 병행하면 충분히 추진 가능하다. 하지만 용산, 태릉, 과천 경마장처럼 1만호 가까운 규모를 한꺼번에 넣는 방식은 이야기가 다르다.”

    - 용산 부지는 왜 문제가 된다고 보나.

    “용산은 정부종합청사에서 시청을 거쳐 여의도로 이어지는 서울의 핵심 업무축이다. 도시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전략적 공간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 곳에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캠프킴, 501 정보대에 주택 1만 3000호를 짓겠다고 했다. 그 땅을 단순 주거지로 쓰는 것이 서울 전체 공간 구조 측면으로 봤을 때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주택 공급은 도시의 장기 발전 목표와 맞아야 한다. 도시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땅을 단기 공급 논리로 소진하는 격이 되면 안된다.”

    - 노원구 태릉CC 개발사업도 같은 맥락인가.

    “태릉이 약 87만㎡다. 거기에 6800세대를 넣겠다고 하면 사실상 준공업지 수준의 밀도다. 특히 남양주 별내지구, 구리 갈매지구 개발 이후 화랑로 일대는 이미 상습적인 정체구간이라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에 태릉 광역교통망, 기반시설, 생활 인프라가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감당이 어렵다.”

    - 과천 경마장은 현실성이 더 낮다고 보는가.

    “사실 가장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경마장은 매년 2500억원 수익을 내고, 경기도로 환원되는 금액도 400억원 규모다. 과천시 세수의 약 10%를 차지하는 핵심 시설이다.

    심지어 이전하려면 대체 부지를 마련해야 하고, 그 부지에 GTX나 전철 같은 교통 인프라도 따라가야 한다. 서울 인근에 경마장과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땅이 현실적으로 있는지 의문이다. 설령 결정되더라도 이전에는 수년이 걸린다. 2030년 입주 목표를 이야기하지만 지금 시작해도 빠듯하다. 다만 장점은 협상 대상이 단일 기관이라는 점이다. 한국 마사회와 합의가 되면 구조는 단순해진다. 문제는 시간과 비용이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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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공급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나.

    “주택 문제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단순히 물량 숫자를 늘린다고 해결되는 구조가 아니다. 도시 기능, 교통, 산업, 인구 구조 변화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얼마나 많이가 아니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 단기 공급 대안은 무엇인가.

    “비주택의 주택 전환을 적극 허용해야 한다. 서울은 일부 지역에서 오피스와 상가의 초과 공급 우려가 있다. 이를 리모델링해 1~2인 가구용 도심형 주택으로 전환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면 단기적으로 신규 공급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지금은 기존 주택에서 매물을 더 나오게 하겠다는 접근이 많은데, 이는 전월세 시장의 재고를 줄여 오히려 임대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반면 비주택을 주택으로 전환하면 시장 전체의 주거 총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특히 오피스와 상가는 역세권이나 도심 핵심 입지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청년·대학생 등 1인 가구는 여전히 고시원이나 열악한 주거 환경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상가·오피스를 주거로 전환하면 입지 좋은 도심 내 소형 주택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

    - 실제 사례가 있다면.

    “시장 상황은 빠르게 변한다. 주택 수요가 줄고 오피스 수요가 늘면 다시 업무시설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이태원 경리단길이나 성수동도 원래는 주택이 많았지만 상업시설로 바뀌었다. 상권이 쇠퇴하면 다시 주거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상당 부분 불법 용도 전환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차라리 일정 기준을 마련해 합법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상황에 따라 주거와 상업 기능을 오갈 수 있는 ‘가변적 도시 구조’가 필요하다. 시장의 변화 속도에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면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 /ks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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