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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유튜버' 뺨치는 대통령의 말폭탄.."정교한 정책 설계 없으면 신뢰성 붕괴"

  • 글=최민섭 호서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

    입력 : 2026.02.12 06:00

    [기고]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SNS ‘말폭탄’…진짜 이유는 뭘까 | 최민섭 호서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


    최민섭 호서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


    [땅집고]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SNS 발언이 연일 화제다. 발언의 빈도와 수위만 놓고 보면, 대통령이 정책 책임자라기보다 ‘부동산 인플루언서’처럼 보일 정도다. 메시지는 빠르고 직설적이며, 반응도 즉각적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시장은 ‘말’보다 ‘제도’에 반응하고, 국민은 ‘사이다’보다 ‘결과’로 평가한다.

    대통령이 SNS로 부동산을 직접 때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읽힌다. 하나는 정책 방향을 국민에게 ‘중간 유통’ 없이 직접 전달하려는 의지다. 현 제도의 형평성·세제 문제를 공론장으로 끌어올려 “우리는 이렇게 갈 것”이라고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 에너지 관리다. 집값 상승이 만든 불안과 상대적 박탈감이 만든 분노. 그 감정의 최고조에서 ‘통쾌한 한 방’은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가장 손쉬운 도구가 된다.

    ◇ “집값 잡는 게 더 쉽다”…말은 쉬운데 정책은 왜 어려울까

    대통령이 1월 31일 SNS에 “집값 잡는 것이 계곡정비나 주가 5000 달성보다 쉽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문장은 간단하지만 함의는 무겁다. ‘집값’은 한두 개의 변수로 움직이는 영역이 아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다. 정말 쉽다면, 왜 과거 정부들은 실패했나. 노무현 정부도 그랬고, 문재인 정부도 그랬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였다는 반증일 수 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주가 5000’은 구호로 만들어 진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정책적 의지와 함께 기업의 실적과 산업 사이클이 뒷받침된 것이다. 2~3년 전만 해도 매출 급감에 시달리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발 AI 투자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이면에는 미중 대결, 미국의 제조업 몰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부동산 유튜버급 말 폭탄을 쏟아내는 대통령/조선DB

    ◇ ‘다주택자 마귀’ 프레임…표적은 쉬워도 효과는 의문

    대통령이 촉발한 ‘다주택자 마귀 논쟁’은 메시지 자체가 강렬하다. 하지만 강렬함이 곧 정확함은 아니다. 이 프레임은 서울 주택시장 문제의 원인을 ‘다주택자’ 한 단어로 단순화한다. 표적이 선명해지면 정치적으로는 편하다. 문제는 다주택자를 하나로 묶는 순간 생긴다. 한쪽에는 투기성 매입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임대 공급 기능이 있다. 특히 매입임대나 비아파트 임대 공급자는 정부 정책을 믿고 임대료 인상 제한 등 불이익을 감수했던 집단이기도 하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역할도 바뀌는가. 어제는 ‘서민주거를 돕는 공급자’였는데 오늘은 ‘퇴출 대상’이 되는가. 정책 신뢰가 깨지는 순간, 시장은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반격한다.

    ◇ 사이다 정치의 유혹…한 모금이면 되는데, 자꾸 마시면 중독된다

    대통령의 ‘직접 소통’은 분명 장점이 있다. 다만 그 방식이 반복되고 수위가 올라가면, 정책은 ‘설계’가 아니라 ‘감정’으로 소비된다. 사이다는 갈증 날 때 한 모금이면 충분하다. 자꾸 마시면 중독된다. 그리고 한계효용 체감이 온다. 더 세게 말해야 같은 효과가 난다. 그때부터는 정책이 아니라 선동의 영역으로 미끄러진다.

    ◇ 집값은 변수의 합…금리·유동성·수요·공급 ‘시차’가 핵심

    부동산 시장은 단일 변수가 아니다. 금리, 유동성, 수요·공급이 동시에 움직인다. 주식 급등이 시차를 두고 집값을 자극하는 경험도 시장은 이미 학습했다. 공급은 더 복잡하다. 공급에는 행정절차와 인허가, 공사 기간이라는 물리적 시차가 존재한다. 그래서 말로 시장을 누르는 순간, 시장은 시간차를 두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부작용을 터뜨리곤 한다.


    ◇ 대통령이 전면에 서면 관료는 사라진다…정책은 시스템이 해야 한다

    SNS 정치가 과해지면, 장·차관과 실무 관료들의 역할은 위축된다. 정책은 팀플레이인데, 대통령이 매번 ‘직접 등판’하면 시스템이 약해진다. 시장이 불안해지는 지점도 여기다.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이 시장을 흔들어도 미국은 시스템이 완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대로 대통령 중심제의 수직적 리더십이 강한 한국에서는 ‘말’이 곧 ‘정책 신호’로 오해되기 쉽다. 실언의 비용도 그만큼 커진다. 그러니 대통령의 언어는 더 객관적이어야 하고, 더 절제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목표가 ‘시장 안정’이라면, 필요한 것은 ‘말폭탄’이 아니라 ‘정책의 신뢰성 회복’이다. 신뢰성 회복은 일관성과 전문성의 확보가 핵심이다. 지지층의 박수보다 시장의 신뢰성이 훨씬 더 오래 가고 정책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부디 이재명 정부가 언어의 쾌감이 아니라, 정책의 결과로서 평가받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길 바란다. 그리고 반드시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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