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2.12 06:00
편익부지 5곳 줄줄이 노인시설로
KB·신한·이지스 등 개발 뛰어들어
3~4층 약속했던 부지에 14층 노인복지주택
주민들 “요양시설 난개발 멈춰라”
KB·신한·이지스 등 개발 뛰어들어
3~4층 약속했던 부지에 14층 노인복지주택
주민들 “요양시설 난개발 멈춰라”
[땅집고]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폭포동4단지 일대. 북한산 자락 조용한 주거지가 시뻘건 현수막 전시장으로 변했다. 아파트 외벽과 길거리에는 ‘용도변경은 위법 특혜다’, ‘은평구청장은 물러가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450여 개가 도배돼 있다. 은평뉴타운이 요양 시설 난개발의 희생양이 됐다는 주민들의 절규다.
주민들은 이곳이 ‘요양뉴타운’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노인복지시설 건축 반대 서명에 참여한 인원만 2360명. 일대 주민 90% 이상이 요양시설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주민대책위원회 측은 “분양 당시 3~4층짜리 문화·체육시설이 들어오기로 했던 땅에 15층짜리 노인복지주택과 요양원이 들어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남은 편익부지를 죄다 요양시설로 채우는 건 명백한 난개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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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익부지 5곳 모두 노인시설로 개발
실제 은평뉴타운 내 주요 편익시설 부지들은 줄줄이 노인 관련 시설로 채워지고 있다. 4단지 바로 앞에 비어있는 부지 편익8블록(진관동 160-4번지)에는 지상 14층 규모의 노인복지주택과 6층짜리 요양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신한라이프케어가 사업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은 “높이 58m 시설이 들어서면 아파트 높이 20층 규모에 육박한다”며 “일조권이 침해되고 조망권을 다 가리는 건축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사거리 맞은편 편익7부지에는 KB금융 계열 골든라이프케어가 ‘은평빌리지(데이케어센터)’를 준공해 운영을 시작했고, 그 옆에는 요양병원이 건축 중이다. 4단지에 400m가량 떨어진 편익 4·5블록 역시 약 15층 규모 노인복지주택을 건축한다.
편익시설은 거주공간에 필요한 시설 이외의 각종 시설을 지칭한다. 공동으로 이용하는 시설로 비교적 공공성이 강한 근린생활시설, 유치원, 주민운동시설, 경로당, 주민교육시설 등일 대표적이다.
◇2종에서 준주거까지 파격 상향…요양시설만 줄지어
이 같이 노인복지시설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배경에는 2020년 이뤄진 용도지역 상향이 있다. SH는 기자촌 일대 한 부지를 문화체육관광부에 기부채납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학관 건립을 추진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SH의 손실을 보전한다는 이유로 은평뉴타운 내 편익부지 5곳의 용도지역이 상향됐다는 점이다. 편익7·8·12블록은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한 단계 상향됐고, 편익4·5블록은 2종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두 단계 상향됐다. 그 결과 기존에는 3~4층 규모 건물만 가능했던 땅에 14~15층짜리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안 팔리던 땅도 종상향 이후 2021년부터 줄줄이 팔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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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문화·관광 거점 확보를 명분으로 종상향을 해놓고, 정작 문화시설은 하나도 없고 요양시설만 가득하다고 지적한다. 요양시설만 집중적으로 들어서는 것에 대해 주민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논란은 편익부지 매각 과정이다. SH공사는 2020년 종상향 이후 편익부지 5곳을 매각해 총 60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 부지들은 종상향 이전에는 여러 차례 매각 공고를 내고도 유찰됐던 곳이다. 주민들은 “결국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용도를 바꿔 민간에 팔았고, 그 결과가 지금의 요양시설 난개발”이라고 주장한다.
구청은 노인복지시설 개발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SH 부지 매각을 통해 민간사업자가 적법한 계획 내 건축 행위를 한다면 이를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다”고 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