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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얻은 90대, 농장 출근하는 80대…일본 요양원의 파격 실험

    입력 : 2026.02.11 06:00

    돌봄 받는 노인에서 일하는 입주자로
    “농장에서 일하고 월급받아요”
    [땅집고] 일본의 일부 요양원에서는 고령 입주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챗GPT 생성 이미지.

    [땅집고 북스-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① 진화하는 일본 돌봄 방식, 일터 있는 요양원의 등장

    [땅집고] 어르신들이 일하는 요양원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만큼 흔하지 않다. 그런데 최근 입주 고령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요양원이 일본에 등장했다. 고령자 시설은 보통 간병이 필요한 노인이 입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에게 일자리를 준다니 조금 생소하다.

    김웅철 지방자치TV 대표이사의 신간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에서는 진화하는 일본 요양원에 대해서 다뤘다. 일과 함께하는 고령자 건강수명 프로젝트 이야기다.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에 자리한 고급형 민간 요양원 ‘크로스하트 이시나자카·후지사와’는 간병 서비스 제공 유료 노인홈이면서도, 입주 고령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크로스하트의 ‘일자리 + 고령자 주거시설’이라는 새로운 실험은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땅집고는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 전문가 과정(7기)’을 다음달 4일 개강한다. 시니어 타운 설계 방법과 일본 시니어 주거 시설 및 정책 등을 실무 중심으로 폭넓게 다룬다.


    “시니어타운 성공하려면3가지는 반드시 기억해야”…현장과 사례로 배운다

    ◇ 요양원에 생긴 나의 일터…고령자도 상관없다

    크로스하트는 2017년 12월부터 입주 고령자 가운데 15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참여자는 86~97세 고령자로 이 중에는 장기요양 등급을 받아 간병이 필요한 입주자도 포함돼 있다.

    이 시설에는 자립이 가능한 고령자부터 간병이 필요한 초고령자까지 약 70명이 생활하고 있다. 그동안 세심한 간병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워온 크로스하트는 최근 ‘일자리 제공형 유료 노인홈’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내걸었다. 입주 고령자가 일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자기 효능감과 삶의 보람을 높이고, 건강 수명을 연장하겠다는 취지다.

    한 그룹은 농작물 재배·판매 일을 맡고, 다른 한 그룹은 인근 보육원에서 육아 보조 역할을 수행한다. 단순한 체험 활동이 아니라, 실제 지역 사회의 필요를 채우는 일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농작물 재배·판매 그룹은 시설 인근에 위치한 농작물 공장에서 야채를 경작하고 수확한 뒤, 이를 시내 마트에서 직접 판매한다. 근무 시간에 따라 소액이지만 정기적인 급여도 지급된다.

    [땅집고] 김웅철 이사의 대표 저서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표지.

    ◇ ‘복지 실험’ 아닌 국가 정책

    이 과정에는 민간 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도레이건설은 자사 농작물 공장인 ‘도레이 팜’을 고령자가 일하기 쉽도록 리모델링했다.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작업할 수 있도록 재배 단을 높이고,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도 이동과 작업이 가능하도록 동선을 설계했다. 시설 관계자는 “농사 경험이 없는 고령자도 힘들이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7년 하반기부터 ‘일과 함께하는 고령자 건강수명 연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령자에게 일과 역할, 사회 참여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치매와 요개호(간병 필요 상태)를 예방하겠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그 일환으로 고령자 시설이나 주거 공간에서 입주자에게 일자리와 역할을 제공하는 ‘일자리 제공형 고령자 주택’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이 모델의 확산을 위해 재정적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크로스하트 사례는 요양원이 더 이상 삶의 마지막을 보내는 종착지가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경유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고령자 주거를 ‘보호의 공간’에서 ‘참여의 공간’으로 재정의하고 있었다. /ks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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