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2.09 06:00
거래한 지 2년 지났는데…거래 소명자료 등기?
기한 내 제출 안하면 3000만원
“세금 더 걷으려는 건가” 커지는 불안
기한 내 제출 안하면 3000만원
“세금 더 걷으려는 건가” 커지는 불안
[땅집고] “2년전에 집을 구매했는데 갑자기 거래신고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하니까...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가 싶었어요.”
2024년 초 신혼집을 마련한 A씨는 최근 우체국에서 받은 등기 한 통을 보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발신인은 송파구청 부동산과. 제목은 ‘부동산 거래신고에 따른 소명자료 제출 요청’이었다. 집을 산 지 벌써 만 2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이었다.
공문에는 A씨의 부동산 거래 내역이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국토교통부의 적정성 검사 조사 대상으로 통보됐으며, 실제 거래가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제출 기한은 2026년 1월 이내. 기한 내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제출할 경우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적혀 있었다.
◇ 계약금·중도금·잔금까지 “어떻게 마련했는지 써라”
요구된 제출 서류는 간단하지 않았다. 매매계약서 사본은 물론, 계약금·중도금·잔금 각각의 입출금 내역, 매수 자금 마련 경로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까지 요구됐다. 사실상 거래 당시의 자금 흐름을 다시 한 번 모두 설명하라는 의미다.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이 아니었던 거래라도 신고 내역에 이상 징후가 있다고 판단되면 소명 요청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A씨는 “대출도 정상적으로 받았고, 증여나 탈세는 전혀 없었다”며 “이미 끝난 거래를 왜 2년이나 지나 다시 증명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씨와 유사한 경험담이 잇따르고 있다. “제출 기한을 너무 임박해서 주는거 아니냐”, “세무서를 찾았더니 등기 관련 문의가 몰려 직원들이 매우 분주해 보였다”는 글도 올라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예전에는 국세청이 일일이 잡아내기 어려웠던 걸 이제는 AI로 바로 걸러내는 것 아니냐”,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일단 소명부터 요구하는 분위기”라며 불안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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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법 우려…기준은 공개 불가
그렇다면 발신자의 입장은 어떨까. 해당 등기를 발송한 송파구청은 정상적인 행정 절차라는 입장이다. 송파구청 부동산과 관계자는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내려온 조사 대상 명단을 바탕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과거에 미처 점검하지 못했던 거래까지 포함해 상시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대상은 자금조달계획서 내용이나 거래가격, 신고 내역 등이 내부 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개별 민원이 접수된 경우 등이다. 조사 절차는 국토교통부에서 한국부동산원으로, 이후 서울시와 자치구 순으로 내려온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등기 발송 기준은 공개할 수 없다”며 “선별 기준이 알려질 경우 일부 편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과거에는 거래 당시 신고를 마치면 사실상 절차가 종료됐지만, 최근에는 거래 이후 수년이 지난 경우라도 자금 흐름이 명확하지 않으면 다시 소명을 요구받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출이나 차용금, 증여가 혼재돼 있거나 현금 거래 비중이 높은 경우, 신고가가 시세와 큰 차이를 보이는 거래는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자금 출처와 관련한 자료는 거래 이후에도 일정 기간 보관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