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2.07 06:00
상대원2구역 재개발 조합, ‘아크로’ 요구하며 시공사 교체 추진
DL이앤씨 “계약 위반·법적 대응 검토”
사업 지연·분담금 증가 우려 커져
DL이앤씨 “계약 위반·법적 대응 검토”
사업 지연·분담금 증가 우려 커져
[땅집고] 아파트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시공사가 선정된 재개발 사업장에서 조합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요구하고, 시공사가 이를 거부하자 조합이 시공사 교체까지 검토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논란이 불거진 곳은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구역 재개발 사업이다. 상대원2구역 재개발조합은 2015년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으며, 2021년 DL이앤씨의 주력 브랜드인 ‘e편한세상’을 적용하는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 조합이 단지 가치 상승을 이유로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ACRO)’ 적용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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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는 상대원2구역에 아크로 브랜드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기준 강화, 설계 변경에 따른 사업 지연, 공사비 증가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에 조합은 아크로 적용이 무산되자 시공사 교체 절차에 착수했다.
◇시공사 재선정 나선 조합…GS건설만 ‘관심 표명’
조합은 새 시공사 선정을 위해 올해 1월 6일 1차 현장설명회를 열었으나, GS건설·포스코이앤씨·금호건설·남광토건 등 4개 건설사가 참석했음에도 입찰참여 확약서를 제출한 곳이 없어 자동 유찰됐다. 이후 조합은 지난 19일 2차 현장설명회를 다시 열었고, 이 자리에는 GS건설이 참석해 입찰참여 확약서를 제출하며 관심을 공식화했다.
통상 시공사를 재선정할 경우 사업 기간이 지연되고, 금융비용 증가로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조합이 시공사 교체라는 강수를 두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조합 측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거부했지만, 조합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공인중개사 A씨는 “조합이 다른 건설사와의 접촉을 통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가능성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조원대 상대원2구역…시공사 교체에 DL이앤씨 제동
상대원2구역은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3910번지 일대 약 24만㎡ 부지에 지상 최고 29층, 아파트 43개 동, 총 4855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대형 재개발 사업이다. 총 공사비는 약 1조원에 달하며, 현재 기존 건축물 철거까지 완료된 상태다. 사업지는 지하철 8호선 신흥역과 단대오거리역 사이에 위치해 있고, 단지 내 초등학교를 포함한 이른바 ‘초품아’ 입지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조합의 움직임에 DL이앤씨는 지난 1월 20일 조합에 공문을 보내 시공사 교체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조합이 기존 도급계약에 대한 변경 계약 체결을 거부한 채 시공사 교체 입찰을 강행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위법 소지가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은 것이다.
◇‘아크로’ 요구 재점화…DL이앤씨 “법적 책임 검토”
조합의 아크로 적용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에도 조합은 아크로 적용을 요청했으나, DL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기준, 설계 변경에 따른 착공 지연, 공사비 상승 등을 이유로 이를 거절한 바 있다.
DL이앤씨 측은 이미 인허가와 각종 행정 절차가 ‘e편한세상’ 브랜드를 전제로 진행됐고, 조합 역시 해당 브랜드로 사업 홍보를 이어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분양과 착공을 앞두고 브랜드 변경과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있으며 향후 손해배상 소송 등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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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원2구역은 올해 4월 착공해 2030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공사 교체가 현실화될 경우 금융비용 증가와 조합원 분담금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이엔드냐, 분담금이냐’ 갈라진 조합
조합 내부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 조합원들은 경기권에서 DL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처음 적용된 안양 ‘아크로베스티뉴’를 언급하며 “안양에는 적용되는데 성남에서는 왜 안 되느냐”고 반발한다. 반면, 시공사 교체를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다른 건설사가 더 높은 공사비를 제시할 경우 추가 분담금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시공사 교체에 따른 시간·비용 부담 역시 크다며 기존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DL이앤씨의 시공사 지위는 공식적으로 해제되지 않았다. 향후 조합 총회에서 시공사 계약 해지안이 가결될 경우 재입찰 절차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여부가 정비사업의 주요 갈등 요인으로 부상한 대표 사례로 보고 있다. 건설사들은 2010년대 이후 재건축·재개발 수주 경쟁에서 시공권 확보를 위해 하이엔드 브랜드를 잇달아 출시해왔다. 당초 적용 범위를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으로 제한하며 희소성을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서대문·노량진·부산·대전·광주·안양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를 ‘아파트 브랜드 인플레이션’으로 지적한다. 전국적으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이 남발되면서 희소 가치가 떨어지고 있고, 이에 따라 또 다른 하이엔드 브랜드가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내부 심의 기준은 존재하지만 기준 자체가 모호해, 조합 요구와 수주 경쟁 사이에서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chujinzer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