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2.06 06:00
연간 스키장 이용객 686만명→435만 명
지역 스키장 상권 매출 70% 이상 급감
지역 스키장 상권 매출 70% 이상 급감
[땅집고] 한때 겨울만 되면 강원도로 향하는 길은 그야말로 전쟁터였습니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리프트 탑승을 위해 1시간 이상의 대기를 기꺼이 감수하던 시절이었는데요. 당시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스키 공화국'으로 통했습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화려했던 겨울 왕국은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수도권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포천베어스타운은 문을 닫은 채 유령 스키장이 되었고 슬로프는 잡초만 무성합니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가 발표한 국내 스키장 슬로프 이용객 수를 살펴보면 심각성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전국 스키장 이용객은 2011~2012년 시즌 686만명으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을 걷기 시작해 코로나19 시기인 2020~2021년 시즌에는 146만명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팬데믹 종료 후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였으나 2024~2025년 시즌 이용객은 약 435만명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전성기 대비 이용객의 약 37%가 줄어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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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적 관점에서 보면 상황은 더 치명적입니다. 과거 대형 리조트들에게 스키장은 '콘도 회원권'을 분양해 막대한 건설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미끼 상품이었습니다. 하지만 30~40년이 지나 시설이 노후화되면서 자산 가치가 하락하자 신규 회원권 분양은 사실상 중단되었습니다. 새로운 현금 유입이 끊긴 운영사는 노후 설비 교체조차 엄두를 못 낼 정도로 재무상태가 심각합니다. 스키장이 멈추자 주변 부동산 가치는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한때 10억원을 호가하던 포천베어스타운 인근 상가 매매가는 현재 4억원 수준으로 60% 이상 폭락했습니다. 그마저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는 전무합니다. 100여 개에 달했던 주변 상가 중 80% 이상이 폐업했고 현재는 30여 개 남짓한 가게들만 운영 중인데요. 겨울 한 철 벌어 1년을 먹고 살던 지역 상권은 매출이 70% 이상 급감하며 초토화됐습니다. 여기에 급격히 치솟은 이용 비용은 고객의 발길을 완전히 돌리게 했습니다.
2025년 기준 주요 스키장의 리프트권 가격은 주말 1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장비 렌탈, 숙박, 식비 등을 합치면 4인 가족 기준 하루 약 100만원이 듭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에게 스키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스키 장비와 스키복을 구매할 돈이면 따뜻한 실내에서 골프나 테니스를 즐기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엔저 현상까지 맞물리며 국내 스키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습니다. 국내 스키장을 이용할 비용이면 차라리 일본 홋카이도 등으로 '원정 스키'를 떠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몰락의 또 다른 원인은 '기후 위기'입니다. 최근 30년간 강원도 산지의 평균 기온은 꾸준히 상승했는데요. 2023년 12월은 1973년 이래 가장 따뜻한 겨울로 기록됐습니다. 스키장은 눈이 없으면 영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스키장의 90%가 인공 제설(Artificial Snowmaking)에 의존하는데요. 영상권 날씨에는 제설 비용만 폭등할 뿐 눈은 하루 만에 녹아버립니다. 실제로 스키장 운영 가능 일수는 10년 전 대비 약 20~30% 감소했습니다. 12월 초부터 3월 중순까지 꽉 채웠던 시즌이 이제는 크리스마스에 개장해 2월이면 문을 닫아야 하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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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스키장들마저 수익성 악화로 시설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인데요. 2020년 문을 닫은 용인양지파인, 2021년 폐업한 남양주스타힐 역시 노후 시설에 대한 재투자가 멈추면서 운영 불능 상태에 빠졌습니다. 최근 4년 사이 4곳이 폐업한 건데요. 특히 서울에서 접근성이 뛰어난 수도권 요충지들조차 적자 누적으로 인한 '시설 방치와 폐업'이라는 경로를 걷고 있는 상황입니다.
스키 산업의 몰락은 단순한 유행의 변화가 아닙니다. 기후 위기와 고객 실종, 그리고 스키장 운영 적자를 콘도 분양 수익으로 메워온 기존 리조트 경영 방식이 한계에 다다른 결과입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개발에만 기대어 온 이러한 운영 방식이 수명을 다함에 따라 앞으로 10년 안에 국내 스키장은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한때 지역 경제의 축이었던 스키장은 이제 처치 곤란한 '콘크리트 쓰레기'가 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im-g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