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2.04 06:00
총 3000억 회생금융, 최대 채권자 메리츠 ‘회의적’
3.7조 불과한 청산가치, 3년 후 M&A 시 손실 우려
4.8조 부동산 담보권 행사 시 1조원 대출 회수 가능
3.7조 불과한 청산가치, 3년 후 M&A 시 손실 우려
4.8조 부동산 담보권 행사 시 1조원 대출 회수 가능
[땅집고] 법정관리에 돌입한 지 곧 1년이 되는 홈플러스 사태 해결을 위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가운데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측이 자구책으로 내놓은 회생계획안에 따른 금융권의 긴급운영자금 지원이 불투명해지면서 청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작년 말 홈플러스 매각 무산 이후 MBK파트너스의 회생계획안에 대해 지난달 6일 메리츠금융그룹이 보완을 요구했다. 계획안에 포함된 DIP(회생금융) 파이낸싱을 채권단이 수용하지 않으면 기업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 회생안이 ‘먹튀 시나리오’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메리츠금융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4조8000억원에 달하는 홈플러스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있는 1순위 채권자로 회생이든, 청산이든 돈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 회생이든 청산이든 메리츠는 손실 없다? “청산가치 보장돼야”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26일 마감된 인수 본입찰에 응찰한 업체가 없자 같은 해 12월 29일까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회생안에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사업부 분리 매각, DIP 파이낸싱을 통한 자금 조달, 인가 후 인수합병(M&A) 등 내용이 담겼다.
회생안 실행의 키는 메리츠금융이 쥐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2024년 5월 메리츠증권을 주관사로 해 화재·캐피탈 등 계열사와 함께 홈플러스에 약 1조2166억원을 대출했다. 2025년 5월까지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2561억원을 회수했지만 아직 대출 잔액은 1조원가량 남았다. 홈플러스 점포 62개, 4조8000억원를 담보로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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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 중심의 채권자협의회는 회생안 수행가능성,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 준수 여부, 3년 뒤로 예정한 변제 계획 등을 신중히 검토해달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전달했다. 업계에서는 채권단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홈플러스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든 메리츠금융의 손실이 최소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보완 요구의 핵심은 홈플러스 청산가치를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홈플러스 회생절차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는 약 3조6816억원, 기업을 존속했을 때인 계속기업가치는 2조5058억원이다. 이를 근거로 인가 전 M&A를 결정했으나, 지난해 11월 매각에 실패했다. 결국 인가 후 M&A를 골자로 한 회생안이 마련됐다.
메리츠금융 입장에서는 현재 책정된 청산가치가 유지되는 것이 유리하다. 3년 후 매각이 이뤄지면 청산가치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 메리츠금융이 담보로 잡은 홈플러스 점포 60여곳에 대한 청산가치도 기존에 알려진 부동산 감정가액 4조8000억원보다 낮게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신탁자산의 재산상태 조사액은 4조7828억원인데, 조정을 거친 청산가치는 2조8174억원에 그친다.
현재 감정평가액보다 2조원이나 낮지만, 메리츠금융 측이 책정한 홈플러스 부동산 담보대출 위험액보다 낮다. 메리츠금융지주 2025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 관련 부동산 익스포저는 1조1652억원이다. 기존 1조2167억원에서 신내점 점포 매각에 따라 515억원이 감소했다. 현재로서는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메리츠금융의 손실 가능성이 매우 낮다.
회생계획안에 따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인가 후 M&A가 확정적인 상황이 메리츠금융 입장에선 부담이다. 빚 탕감, 변제 계획 등을 법원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후 회생 절차에 들어가기 때문에 당초 추진하던 인가 전 M&A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사이 홈플러스 청산가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담보물의 가치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
◇ 구제금융 1000억원 지원에도 ‘신중’
메리츠금융 측은 총 3000억원 규모의 DIP 파이낸싱 참여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서는 30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대출이 필요하다. 1000억원은 MBK 측이 책임지고, 나머지 2000억원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각각 10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MBK 측은 1월 16일 DIP 대출 1000억원을 직접 부담하겠다고 밝히면서 신중한 입장을 유지 중인 메리츠금융 측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당초에는 1000억원에 대해 메리츠금융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고 MBK가 지급보증을 서는 형태가 거론됐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메리츠금융과 산업은행의 DIP 지원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자금 회수를 바라는 메리츠금융 입장에서는 홈플러스 사태에서 사회적 책임 등의 압박까지 받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 파산 시 최대 10만명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하고, 주변 상권 부정 여파 등 사회적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담보와 의결권이 없는 홈플러스 전자단기채권 개인투자자들이 피해 구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월 13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메리츠금융이 실질적 손실을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회생계획 인가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