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2.02 17:16
파격 지원인데, 3000가구 사업비의 1% 수준
총 예산 422억, 사실상 조합 14개 선착순
규모 큰 강남권은 제외…실효성 우려
총 예산 422억, 사실상 조합 14개 선착순
규모 큰 강남권은 제외…실효성 우려
[땅집고] 국토교통부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사업비를 저리로 빌려주는 지원책을 발표했다.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통해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가격 급등을 막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지원 금액 규모가 총 사업비의 1%안팎이거나 아예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자재비·인건비 상승 여파로 공사 비용이 조 단위로 치솟은 것과 대조된다. 정부는 지원비 대상과 규모를 차등해 선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이자율 1%!” 국토부, 정비사업 파격 지원
최근 국토교통부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지원하는 초기사업비 융자지원 이자율을 1%로 낮춘 상품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초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전국의 추진위원회와 조합에 사업비(용역비, 운영비, 총회개최비 등)를 저리로 빌려준다. 1년 한시 특판 상품으로, 올해 사업예산(422억5000만원) 소진시까지 신청 가능하다.
융자 한도는 사업 면적에 따라 다르다. 면적 20만㎡까지는 추진위는 10억원, 조합은 10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50만㎡를 넘어가는 사업장의 경우 추진위는 15억원, 조합은 60억원까지 가능하다.
김영국 국토부 주택공급추진본부장은 “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고, 조합원의 금융비용 부담을 대폭 절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 시장 체감률 0% 수준…강남은 아예 탈락
현장에서는 이 같은 제도를 반기면서도 체감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추진위 설립 등 이제 막 첫 발을 뗀 사업장에는 유의미한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취지를 실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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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경우 대부분 사업장이 대지면적 20만㎡ 미만이라서 지원액이 가장 적은 구간에 속하고, 3000가구 이상 대규모 사업장이라도 20만㎡를 넘기는 곳이 드물다. 정비사업이 가장 활발한 강남3구와 용산구의 경우 아예 대상에서 빠진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이문4구역. 지하5층~최고 40층, 20개 동, 3720가구 대단지로 공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지만,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대지면적 15만㎡로, 지원액이 가장 낮은 구간(20만㎡ 이하)에 속해 최고 30억원을 빌릴 수 있다. 총 사업비 1조7000억원의 1.76% 수준이다.
서울 한 재개발 조합장은 “정비 사업 초기에는 1%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적용해 설계 업체 등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등 사업비 확보가 매우 어려워 1% 금리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곳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주택 공급 시점까지 변수가 많고 장기간 소요되는 것을 고려할 때 정책이 정비사업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파격적인 지원책이라고 내건 것과 달리, 예산이 한정적인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지원책 총 예산은 422억원이다. 조합 설립을 마친 사업장 14개가 가장 적은 금액인 30억원을 빌리면 끝나는 셈이다.
◇ “정부가 ‘발목잡지 않는다’ 신호 주는 것”
전문가는 정부가 구체적인 공급 확대책과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으로 꾸준한 주택 공급 메시지를 보내고 ‘불안심리 완화’를 꾀하는 것과 달리, 정책 실효성이 없다고 바라봤다.
실제로 최대 금액인 60억원을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지면적 50만㎡ 이상 사업지는 전국에 사실상 없다.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1.2만 가구)과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 대지면적이 각 62만㎡, 34만㎡이다. 모두 1만 가구 안팎의 매머드급 단지다. 대지면적 66만㎡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이 9200가구 공급을 목표로 추진위를 설립했지만, 강남3구에 속해 지원 대상이 아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대표(빠숑)는 “PF 대출 금리 인하·이자 유예같은 금융 지원의 공급 효과가 더욱 큰데, 정부가 이를 간과한 것 같다”며 “사실상 취지와 대상이 미스매치”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주택 공급을 발목 잡지 않는다’는 신호를 주려고 하지만, 3중 규제(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아래에서는 정책 효과가 미미할 것”고 덧붙였다.
이런 시도를 마냥 부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대부분 정비사업이 사업성 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했으나, 정부의 금융비 조달 지원 외에 기대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추후 대상 및 금액을 확대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