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2.03 06:00
분양업계, 대법원이 ‘그 법’ 해석 뒤집자 ‘발칵’
건축물분양법은? 수십년 무법지대던 분양업계 정리한 규정
23년 전 3700억 피해 낸 ‘굿모닝시티’가 계기였다
건축물분양법은? 수십년 무법지대던 분양업계 정리한 규정
23년 전 3700억 피해 낸 ‘굿모닝시티’가 계기였다
[땅집고] “부동산 업계를 발칵 뒤집은 그 법안이 23년 전, 3700억대 피해를 냈던 ‘굿모닝시티 사건’ 때문에 생긴 거라고요?”
최근 대법원이 분양 회사가 시정명령을 받을 경우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려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현행법에 명시된 내용이나, 해당 사건 1·2심을 비롯해 그간 법조계는 시정 명령을 경미한 위반사항으로 보고 사업자의 손을 들어줬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를 완전히 뒤집는 판결이 나오자 부동산 업계가 줄소송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대구 한 오피스텔 계약자는 시행사가 분양 과정에서 ‘지구단위계획 구역 및 수립 여부’ 표기를 누락해 지자체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점을 근거로 계약 해지 소송을 냈다. 1·2심은 사업자 손을 들어줬으나, 대법원은 계약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관련 법안 등장 배경이 20여년 벌어진 ‘굿모닝시티 사기 분양 사건’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사건이 재조명 받고 있다. 속칭 ‘굿모닝시티 사건’은 2003년 당시, 3442명 피해자와 37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피해액을 기록해 희대의 사기 사건으로 불린다.
◇ 3000억 꿀꺽·건설사 ‘한양’ 사들였던 굿모닝시티
굿모닝시티는 서울 중구 을지로6가에 위치한 초대형 쇼핑몰이다. 2008년 지하7층~지상 16층, 1개 동, 연면적 9만2206㎡ 규모로 들어섰다. 총 4500개 점포를 두고 있다. 준공 이후 ‘동대문패션타운’ ‘현대시티아울렛동대문점’ ‘동대문 밀리오레’ 등과 함께 동대문역사문화공역 일대 쇼핑 타운을 이루면서 중국인 대표 관광지 중 하나로 자리 잡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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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굿모닝시티는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기 분양 사건의 진앙이다. 주범은 2000년대 초반 40대 부동산 디벨로퍼로 이름을 날리던 윤창열 굿모닝시티 대표. 그는 구청으로부터 허가만 받은 뒤 입주 희망자 3000여 명에게 3700억원가량의 분양대금을 받아챙긴 뒤 잠적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의 1인당 GDP가 1만5211달러에서 3만6107달러로137%가량 오른 것을 감안하면 8700억원 상당 피해가 발생했던 셈이다.
특히 당시 투자자 중에는 퇴직금을 끌어모은 환경미화원, 옷 장사를 하려 저축액을 모두 투자한 20대 등 안타까운 사연이 많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수사 결과, 윤씨는 사업 예정 부지의 절반만 확보한 채 무리하게 사업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논란은 이후 정치권으로 확산했다. 사업 자금이 유명 국회의원 등 정부 고위직에게 흘러간 정황이 포착돼 ‘굿모닝시티 게이트’로 번진 것이다.
윤씨는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건설사도 인수했다. 2002년 12월, 굿모닝시티는 IMF 외환위기 여파로 파산에 이른 건설사 ‘한양’을 주택공사로부터 사들였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최상위 건설사로 꼽혔던 만큼, 윤씨의 건설사 인수 소식은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인수 주체인 굿모닝시티 부도로 인해 해당 계약은 해제됐다. 윤씨 역시 세상을 떠난 지 오래다. 그는 복역 중 코로나19 에 감염돼 숨졌다.
◇ 졸속 제정 법의 결말? 부작용 또 부작용
당시 윤씨가 대담한 범행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배경은 무리한 사업 확장을 방지할 규정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건물을 짓기 전 분양에 나섰다가 건설사가 부도에 이르거나 허위·과장 광고 등을 일삼아도 제재할 근거가 없었다.
이후 정부는 상가와 오피스텔 등 건축물의 사전 분양을 규제하는 내용의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었다. 3000㎡ 이상 건축물과 업무시설, 오피스텔의 경우 신탁 계약을 체결하거나 분양보증을 받았더라도 착공신고를 한 이후에나 분양이 가능하도록 했다. 국내 상가분양제도를 ‘선분양 후시공’에서 ‘선시공 후분양’으로 바꾼 것이다. 이 법안은 2005년 4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부작용은 잇따랐다. 분양 업체들은 3000㎡가 넘는 연면적을 쪼개서 승인받아 선분양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근 대법원 판결 역시 순기능와 역기능을 모두 낳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분양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으나, 뒤늦게 계약을 무르려는 투자자의 ‘기획 소송’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