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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제국주의'에 포획된 이재명 정부 "차라리 골프장을 조립식 주택으로 뒤덮자"

    입력 : 2026.02.02 06:00

    [1.29대책과 아파트 제국주의] ①아파트 몰빵하는 국민과 정부

    건축비 비싼 아파트로 집값 잡겠다는 ‘망상의 주택정책’
    차기 정권에서나 효력…믿거나 말거나 주택공급 계획

    [땅집고] 2007년 프랑스의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쓴 아파트 공화국.

    [땅집고] 1993년 서울을 찾은 프랑스의 젊은 지리학도 발레리 줄레조. 서울을 뒤덮은 거대한 아파트촌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더욱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아파트가 '중산층의 상징'이라는 것. 프랑스에서 대부분의 중산층은 단독주택·연립주택에 산다. 대규모 아파트단지에는 저소득층 이민자들이 몰려 살고 있다. 그래서 아파트단지는 슬럼가나 우범지대의 동의어로 통한다. 유럽과 너무나 대조적인 주거문화에 대한 쇼크 탓에 그는 서울의 아파트문제를 파고들어 이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아파트 공화국'이란 책까지 서울에서 출판했다.

    한국은 정말 아파트 공화국이다.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50년 만에 아파트는 새로 짓는 주택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있는 단독주택조차도 아파트 재개발·재건축 바람에 대거 헐려 언제 멸종 위기에 처할지 모를 지경이다.

    땅이 비좁아서 아파트 외에 대안이 없다는 변명은 아파트 공화국에 대한 맹목적 신화일 뿐이다. 빈 집이 속출하는 농촌 논바닥에도 아파트는 오늘도 치솟고 있다. 지방에서도 60층짜리 초고층 아파트가 경쟁적으로 지어지고 있다. 땅값이 비싸 토끼장에 산다고 한탄하는 일본 도쿄에도 아파트 공급 비중은 20~30% 안팎이다. 우리만큼 땅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네덜란드·벨기에도 아파트 천국은 아니다.

    우리가 아파트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파트는 주거 수단이 아니라 가장 확실한 재테크 상품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정부조차도 수익성을 이유로 전국 방방곡곡에 콘크리트 상자 같은 아파트만 고집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은 (아파트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없는 하루살이 도시"라는 프랑스 지리학자의 충고에 귀 기울이는 한국인은 많지 않다.

    값싸게, 대량으로, 빨리 지을 수 있는 주택이 아파트라는 공식도 이미 깨진 지 오래다. 초고층, 스카이브리지, 호화커뮤니티, 외국산 최고급 마감재 경쟁에다가 재테크 열풍까지 가세하면서 아파트는 한국에서 팰리스와 캐슬이 됐다. 더 비싸고 더 화려하게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신축 아파트는 주택가격을 잠재우는게 아니라 주택가격 급등의 촉매제이다.

    /조선DB

    아파트는 신분과 재산을 구별짓는 상징이 됐고 우리 사회의 갈등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다. 정보 강국, 아파트 강국답게 인터넷만 열면 전국의 아파트 시세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저 단지에 사는 사람은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 나는 아파트 재테크에 얼마나 열등한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멀쩡한 샐러리맨을 천하의 무능력자로 전락시킨다. 서로 비교하고 질시하고 투기 대열에 참여하도록 팔목을 잡아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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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이 높아지면 선진국처럼 전원주택이나 단독주택이 유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이미 우리 주거문화는 되돌아갈 수 없는 깊은 강을 건넜을지도 모른다. 다세대 다가구주택은 불편하고, 재테크 무능력자로 가는 지름길임을 체험하고 배운 '아파트 키드'가 이제 가정을 꾸려 '아파트 베이비'를 키우고 있다. 아파트는 재테크, 성공한 중산층의 욕망이다.

    아파트 공화국을 넘어 아파트 제국주의로

    앞의 글은 필자가 2007년에 쓴 칼럼이다. 그로부터 20년 가깝게 흐른 2026년 1월29일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이 발표됐다. ‘진보 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도 결국 천하에 둘도 없는 ‘아파트 공화국 숭배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경마장, 방첩사에다 도심 빈땅을 찾아내 몽땅 아파트로 채우겠다는 각오로 가득찬 듯한 이번 대책을 보면서 한국은 이제 ‘아파트 제국주의’ 로 전락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픽 제작=임금진 기자


    현재 서울의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빈땅에 모조리 아파트를 짓겠는다는 식의 발상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재개발·재건축과 신도시를 통한 주택 공급은 시간이 걸리니 나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발상이 1.29대책이다.

    정말 용감무식하고 단순한 발상이다. 과천의 방첩사와 경마장을 이전해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것도 탁상공론이다. 일단 방첩사와 경마장 이전 부지와 건물신축까지 감안하면 4~5년 걸리고 그때 착공하면 10년 지나야 입주가 가능하다. 당장의 주택문제 해결에 뭔 도움이 될지 참으로 궁금하다. 더군다나 과천시가 결사 반대하면 그 진행조차 장담할 수 없다. 과거 정부에서 수 없이 목도했다. 동북아 비즈니스 거점으로 만들겠다던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는 1만가구의 소형아파트로 뒤덮인다. 젊은이들에게 긴요한 것은 주택이 아니라 일자리이다. 차라리 반도체 벤처단지로 만들어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차라리 골프장에 조립식 주택을 짓자

    차라리 당장 부족한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골프장에 조립식 주택으로 뒤덮겠다는 홍콩정부의 발상이 오히려 신선해 보인다. 골프장은 주변에 도로가 있고 조경도 좋으니 조립식 연립주택을 지으면 수개월이면 수천가구의 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건축 공기를 극단적으로 단축하고 건축비를 줄일 수 있는 조립식 주택이 단기간에는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아파트는 인허가와 공사기간 등을 포함하면 최소 5년은 걸린다. 이재명 정부는 신속 공급을 위해 이번 대책을 발표했지만, 아파트의 특성상 실제 착공은 2028년~2029년이고, 입주는 2030년이후에 이뤄질 것이다. 현 정부가 아무리 용 빼는 재주가 있어도 올해 내년의 입주 물량부족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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