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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 마비 사태가 엄습"…한국 디벨로퍼 생태계 붕괴 위기

    입력 : 2026.01.27 16:14 | 수정 : 2026.01.27 16:54

    금융당국, PF 제도 전면 개편
    자기자본 비율 5%→20% 단계적 상향
    하루 한 곳꼴 폐업한 시행사
    미국식 공급 부족 사태 재현 우려

    [땅집고] 서울의 한 주택건설 현장 공사가 중단됐다./조선DB

    [땅집고]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도를 전면 손질하면서 부동산 개발업계 전반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행사의 자기자본 부담을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되면서 자본력이 약한 중소 디벨로퍼들은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5%의 마법’이라 불리던 저자본·고레버리지 사업 방식에 급제동이 걸린 셈이다. 금융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중소 디벨로퍼의 종말 선언이라며 주택 공급 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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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F 자기자본 비율 5%→20%…시행사 자본 부담 4배로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부동산 PF 건전성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2027년부터 PF 대출을 받을 때 요구되는 시행사 자기자본 비율을 기존 5% 수준에서 2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제도가 완전히 정착되는 2030년 이후에는 디벨로퍼가 새로운 개발사업을 추진할 경우 총 사업비의 20%를 자기자본으로 확보해야만 PF 대출이 가능해진다. 사업비가 1000억원인 개발사업이라면 시행사가 최소 200억원의 현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권 역시 자기자본 비율이 20% 이상인 사업에 대해서만 PF 대출을 실행하도록 단계적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그동안 국내 부동산 개발시장은 소액의 자기자본으로도 사업이 가능한 구조였다. 시행사가 전체 사업비의 5~10%만 투입하고 나머지는 PF 대출로 조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시장이 호황일 때는 높은 레버리지 효과로 단기간에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지만, 경기가 꺾이는 순간 부실 위험이 급격히 커지는 취약한 구조이기도 했다. 2022년부터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자 이 구조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표면적으로는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로 보인다. 과도한 레버리지에 의존해 무리하게 사업을 벌여온 부실 시행사를 걸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과 정책 당국의 부담도 줄어든다.

    [땅집고] 연도별 부동산 개발업체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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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랑 끝에 몰린 개발업계

    문제는 이미 디벨로퍼 업계가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디벨로퍼 수는 2022년 2715개로 정점을 찍은 뒤 급감하고 있다. 2023년 2657곳, 2024년 2408곳, 2025년 2284곳으로 급감했다. 특히 2024년 한 해 동안에만 368곳이 폐업했다. 하루에 한 곳꼴로 문을 닫은 셈이다.

    금리 인상이 결정적 변수였다. 2022년까지만 해도 저금리 환경이 유지되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았고, PF 대출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 사업을 추진하기가 비교적 수월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PF 대출에 의존해온 디벨로퍼들은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고, 분양 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현금 흐름이 급속히 악화됐다.

    부동산 시장 전반의 냉각도 치명타였다. 분양이 원활하지 않으면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수익이 없으면 차입금을 상환할 수 없다. 결국 연체와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다수의 시행사가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는 이러한 흐름에 결정타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PF 규제 대수술에 흔들리는 개발업계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에쿼티(Equity) 장벽’을 세우는 것과 다름없다. 업계에선 부동산 개발업 자체가 존립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소액 자본으로 땅을 사고 건물을 올리던 시대가 저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미국의 사례를 떠올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도 수많은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도산하면서 시장의 공급 역량이 급격히 축소됐고, 그 결과 주택 공급 부족이 고착화되며 집값이 장기간 급등했다. 개발 생태계가 한 번 붕괴되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국내 역시 중장기적으로 주택 공급 감소와 가격 변동성 확대를 피하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부실 PF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시행사 자기자본 비율을 일괄적으로 높이는 방식이 개발 생태계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동산 개발업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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