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1.27 06:00
뜬구름 잡는 다주택자와의 전쟁
다주택 비율 15%…지속적 감소
풍차 보고 돌진한 돈키호테인가
‘집값 원인은 투기’ 프레임, 또다시 반복되나
다주택 비율 15%…지속적 감소
풍차 보고 돌진한 돈키호테인가
‘집값 원인은 투기’ 프레임, 또다시 반복되나
[땅집고]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해 서울 아파트 공급난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팔 사람들은 다 팔았는데 존재하지 않는 유령과 싸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다주택자를 압박해 매물을 끌어내겠다는 취지지만, 정작 시장에선 ‘다주택자’가 크게 줄었다. 최근 몇 년간 다주택자 징벌적 과세 체계 속에서 신규 진입할 수 있는 구조는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와 세금 부담이 겹치면서 투자 목적의 다주택 보유 전략은 사실상 무너졌고, 시장에는 다주택자 매물이 꾸준히 소진되는 흐름만 이어져 왔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고착화된 것도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그 결과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 주요 아파트 가격도 평당 1억원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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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한채로 집값 폭등하는데 다주택 타령
지난해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2024년 주택소유 통계에 따르면, 전체 가구 2229만 가구 가운데 유주택자는 56.9%, 무주택자는 43.1%로 집계됐다. 유주택 가구는 총 1268만 가구다. 그중 2주택 이상 보유 가구는 330만4000 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 중 14.8%에 불과했다. 서울에 사는 다주택자 비율은 14%로 전국 평균보다 더 낮다. 이 안에서도 지방 분양권이나 상속 주택 등을 보유한 경우를 제외하면, 시장을 흔들 만한 투기 목적 다주택자의 비중은 극히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자 규제를 다시 전면에 내세운다고 해서 매물이 의미 있게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세금 부담을 견디기 어려웠던 다주택자들은 이미 상당 부분 주택을 처분했고, 지금까지 보유를 유지해온 이들은 추가 매도보다는 증여나 장기 보유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면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와 수요는 더 커진다”며 “상급지 집값이 공고해지면, 인접지역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다주택 징벌적 세금으로 저렴주택 임대시장 붕괴
이 같은 장면은 문재인 정부 초기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부동산 대책의 출발점 역시 다주택자 규제였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 이른바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며 정책 전반을 설계했다. 2017년 6월 취임한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주택시장 과열은 공급 부족이 아니라 다주택자의 투기가 원인”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후 정책 집행 과정에서 다세대·다가구 주택 보유자까지 다주택자로 묶이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접근이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돈키호테가 풍차를 거인으로 오인해 돌진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다세대·다가구 등 저렴한 주택 임대주택 사업자까지 집값 올리는 투기꾼으로 몰아 징벌적 세금 폭탄을 던지는 바람에 저렴한 임대주택시장이 무너졌다. 건전한 임대사업자들이 투기꾼으로 몰려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전세가격 폭등은 물론 전세 사기극으로 이어졌다.
집값 상승의 원인을 다주택자의 투기로 단순화하고, 이들을 막으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논리가 정책 전반을 지배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후 20여 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값은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공급 문제와 수요 구조 변화라는 본질은 외면한 채 규제에만 매달린 대가였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