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1.19 06:00
[땅집고] 과거 100억원대 사기를 벌인 직원 때문에 곤혹을 치렀던 한양증권에서 또 다시 임직원 부당 이득 문제가 터졌다. 지난해 김병철 한양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이 취임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드러난 사안이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고 및 과태료 조치를 받은 만큼, 올해 한양증권이 조직 내부 통제를 중대 과업 중 하나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양증권, 부동산PF 내부 정보로 부당이득 문제 터져…한 명이 32억 챙기기도
지난해 6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KCGI가 한양학원이 보유하던 한양증권의 지분 29.59%를 총 2203억원에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가 됐다. 2018년 설립한 KCGI가 2023년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에 이어 2025년 한양증권까지 인수한 것이라 업계에 종합금융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 작업을 마친 KCGI는 김병철 부회장을 한양증권의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에 앉히고 본격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그런데 김 부회장이 취임한지 불과 6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한양증권에 금융감독원 제재가 내려졌다. 그동안 한양증권 임직원들이 부동산PF 정보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수취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내부 통제 부실 문제가 불거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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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양증권 상근 임원으로 부동산PF 금융 자문과 주선 업무를 총괄하던 A씨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총 32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8개 개발 사업에 관련한 비공개 정보를 배우자가 운영하는 가족회사, 특수관계인이 운영하는 또 다른 회사와 공유하고 이들이 개발 시행사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각 업체마다 최소 수천만원에서 최대 12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얻었다. 더불어 A씨는 따로 부동산 컨설팅·시행 법인을 설립하면서 임원의 겸직 제한도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 B씨의 경우 부동산PF 업무를 진행하면서 얻은 비공개 정보를 개인 주식 투자에 활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직원 C씨 역시 위법적인 용역 계약을 맺으면서 수수료와 이자를 챙기는 부당 이득 문제를 저질렀다.
이번 사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한양증권에 기관 경고 및 과태료 4000만원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이 금융기관이 내리는 제재 수위가 ▲등록·인허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순인 점을 고려하면, 한양증권이 중징계를 받은 셈이다. 더불어 문제에 연루된 임직원 총 5명에게는 정직·감봉 등 제재를 받았다.
◇부서장 100억대 사기, 최연소 임원 20억대 횡령 이력도
한양증권에서 내부 감시·견제 해이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한양증권 직원 한 명이 투자자를 속여 100억원대 사기를 벌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부서장이었던 D씨는 경기 용인시 일대에 한양증권이 보증하는 도시개발사업이 있다면서 부지 조성에 필요한 자금을 모집했다. 이 과정에서 D씨는 회사 인감을 위조해 투자약정서 등 문서를 만들었다. 피해자는 50억원씩 총 두 번에 나눠 모두 100억원을 D씨에게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을 인지한 한양증권은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D씨를 형사 고소하면서도 언론에 “내부 통제 부실 건이 아닌 개인의 일탈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2023년에는 한양증권이 세운 최연소 임원이 2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휩싸인 사건도 있었다. 부동산PF 부문에서 활약하던 1982년 E씨는 2022년 연봉으로 28억원 등을 챙기며 대표이사(7억4000만원)보다 더 높은 급여를 받는 사내 핵심 인물로 통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수시 검사 결과 E씨가 배우자 명의로 차명 투자하면서 21억5000만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한양증권은 해당 문제를 공시하고 고발을 진행했다.
◇더 이상의 금감원 철퇴 없어야…김병철 부회장 경영 주목
금융업계에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각종 내부 통제 부실 문제가 터진 기업들을 엄격하게 다루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양증권이 올해 임직원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김 부회장이 지난해 6월 기업 수장으로 취임해 아직 1년도 채우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금융감독원 철퇴가 자칫 조직 관리 미흡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부회장은 이달 6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새해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며 올해 경영 목표로 “자기자본 1조 원 이상의 준비된 중대형 증권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이를 위해 내부 통제와 시스템 정비, 리스크 관리 역량 고도화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양증권은 2024년 3월 준법감시인 산하에 ‘준법경영혁신부’를 신설해 운영 중이다. 이 준법경영혁신부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운영해 전사적 내부 통제 프로세스를 진단·개선하는 업무를 맡긴다는 계획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누적 한양증권 실적은 6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490억원으로 46.3% 늘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