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전철-절도 대란 엄습한다"..싼 맛에 무자격 업체에 무더기 발주한 정부

    입력 : 2026.01.16 06:00

    저가 입찰 발(發) 전철·철도 대란 불가피
    전동차 제작경험 없지만 입찰 참여 허용
    서해선 시작으로 수도권 철도망 지연 리스크 번져
    [땅집고] 지난해 10월 전동차 제조업체 다원시스가 납품한 열차에서 부품 결함이 발견되면서 최대 7시간 지연 사태가 발생했던 '서해선' 운행 모습. / 고양시

    [땅집고] 수도권 전철망이 개통 지연과 운행 차질이라는 중대한 리스크에 직면했다. 전동차 제조사 다원시스의 품질 사고를 계기로 최저가 입찰에 의존해온 철도 차량 발주 구조의 취약성이 전면에 드러나며 연쇄 차질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미 서해선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10월 투입된 서해선 운영 열차 17량 가운데 다원시스가 납품한 10량 전부에서 제조 결함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일부 구간에서는 열차 지연이 최대 7시간에 달했고, 안전 문제로 감축 운행에 들어가면서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가 급격히 치솟았다. 부품 교체를 위한 하자 보수에만 최소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년 이상 운행 차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도권 철도망으로 번진 ‘도미노 리스크’

    문제는 이번 사태가 특정 노선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다원시스는 수도권 지하철 2·3·5·8·9호선과 인천1호선, 용인경전철 등 다수 노선에 전동차를 납품해왔다. 아직 일부 차량 납품이 남아 있는 인천1호선과 개통을 앞둔 7호선 청라연장선 역시, 현재 진행 중인 조사 결과에 따라 납품 지연이나 중단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원시스의 납품 불이행 전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코레일과 체결한 ITX-마음 전동차 공급 계약에서는 총 358칸 가운데 210칸의 납품이 2년 넘게 지연됐다. 이미 계약이 체결된 노선들 사이에서는 개통 일정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 납품 지연과 품질 문제는 계약 해지로까지 이어졌다. 포스코이앤씨는 신안산선 복선전철 전동차 제작·공급 계약을 최근 해지했다. 납품 지연과 품질 우려가 이유였다. 계약 해지 금액만 1138억원에 달한다. 신안산선은 차량 제조사를 다시 선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며 개통 일정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구글·테슬라 임직원이 선택한30 이상 단기임대 운영1 ‘블루그라운드’ 예약하기

    ◇전동차 제작 경험 없어도 입찰 참여 허용…발주 구조 원인 지목

    철도 업계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철도 차량 발주 구조 자체를 지목한다. 핵심은 ‘최저가 입찰’이다. 전동차 시장은 오랜 기간 현대로템이 사실상 독점해왔지만, 최저가 입찰이 확대되면서 다원시스를 비롯해 우진산전, 로만시스 등 중소·영세 업체들이 잇따라 사업에 뛰어들었다.

    다원시스는 전류 전원 장치 등을 주력으로 하던 기업으로, 전동차 완성차 제작 경험은 사실상 전무했다. 2015년 이후 철도 차량 시장에 본격 진출했지만,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전동차를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기업의 제작 역량과 품질 관리 체계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이 모든 평가 요소를 압도했다. 교통공사가 부품 납품 업체까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기술력과 품질 검증은 뒷전으로 밀렸고 ‘싼 가격’이 사실상 수주 여부를 좌우했다. 다원시스는 잇단 최저가 수주를 발판으로 외형을 급격히 키웠고, 약 500억원을 투입해 신사옥을 짓는 등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확장 속도와 달리 재무 성적표는 빠르게 악화됐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다원시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576억원이다. 부채총계는 5525억원, 자본총계는 2056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68.8%에 달한다. 전년 말(188%)과 비교하면 1년도 되지 않아 급격히 악화된 수치다.

    전동차 제작 계약이 제작 진행률에 따라 대금을 받는 구조라는 점도 재무 악화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납기를 지키지 못하면 지체상금이 부과돼 계약 대금을 제때 받기 어렵다. 반복된 납품 지연은 실적 악화로 직결됐다.

    ◇국토부, 다원시스 사기 혐의 수사의뢰…공급 차질 불가피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다원시스를 사기 혐의 등으로 수사 의뢰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결함 여부와 책임 소재가 가려질 전망이지만, 수사 장기화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수도권 철도망 전반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개통한 인천1호선과 개통을 앞둔 7호선 청라연장선 등에서는 차량 납품 일정과 개통 시기가 어긋날 경우 감축 운행이나 지연 개통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 노선일수록 초기 수요가 집중되는 만큼, 차량 공급 차질은 곧바로 출퇴근 시간대 혼잡과 시민 불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철도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주요 노선 상당수가 다원시스 차량을 이미 투입했거나 투입을 앞두고 있다”며 “최저가 입찰 구조 속에서 차량 제작 능력과 품질 검증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채 발주가 이뤄진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발주 기준과 검증 체계를 손보지 않으면 전철 혼란은 특정 업체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적 재난으로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jbae@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