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1.14 06:00
구마모토 TSMC공장이 산골에 있다는 황당한 주장
실제로는 소니 등 반도체 생태계 형성된 ‘실리콘 아일랜드’
원전과 풍부한 수자원, 19세기말부터 시작된 산업벨트
실제로는 소니 등 반도체 생태계 형성된 ‘실리콘 아일랜드’
원전과 풍부한 수자원, 19세기말부터 시작된 산업벨트
[땅집고]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호남이전론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일대에 조성 중인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단지다. 사업비만 총 960조원이다. 이 중 삼성전자가 짓는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두고 호남 정치권에서 전북 새만금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력을 조달하기 어려운 수도권 대신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새만금에 짓는 게 낫다는 논리였다.
이를 뒤받침하는 논리가 전세계 파운드리 1등 TSMC의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菊陽町) 반도체 공장이다. “세계적 반도체업체 TSMC도 일본 산골에 공장을 건설했는데 왜 한국은 수도권을 고집하느냐”는 주장이다.
정말 TSMC는 구마모토의 산골에 반도체 공장을 지은 것일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인터넷 검색을 한번이라도 해봤다면 확인할 수 있는 팩트들을 무시한 왜곡이다. 산골이 아니라 60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 반도체 생산의 발상지이다. 더군다나 구마모토현의 현청 소재지 구마모토시 외곽의 산업벨트를 마치 두메 산골로 둔갑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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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자사 공장 옆에 TSMC 유치
TSMC의 구마모토 기쿠요마치 공장은 흔히 양배추밭의 기적으로 불린다. 양배추밭에 공장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산골마을이 아니다. 바로 옆에 소니(SONY) 구마모토 테크놀로지 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세계 1위인 소니의 이미지 센서 생산기지이다. 이 공장은 소니가 2000년대에 300mm 웨이퍼를 생산하던 공장이었다.
TSMC 구마토모 공장 법인은 주요 주주가 소니이다. 소니가 자신의 공장 인근에 TSMC의 공장을 유치한 것이다. 이를 위해 소니는 자기 회사 공장옆 약 21헥타르(약 6만 4000 평)의 부지를 제공했다. 소니가 공장확장을 위해 확보했던 땅이었다. 소니는 세계 1위 이미지 센서 업체이지만, 센서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반도체는 TSMC에 위탁 생산해 왔다. 바로 옆에 TSMC 공장을 들어서면 물류 비용이 절감되고 기술 협력도 긴밀하게 할 수 있다.
◇산골이 아니라 60년 역사의 일본 반도체산업 발상지
기쿠요마치는 그냥 지방 도시가 아니라 일본 반도체산업의 발상지이다. 소니 공장은 원래 미쓰비시 전기가 1967년에 일본 최초의 반도체 생산 거점을 마련했던 곳이다. 소니가 2000년대 초반 인수했다. 키쿠요마치와 그 일대는 미쓰비시 공장이 60년 전부터 닦아놓은 반도체 생태계가 존재한다. 정비된 공업용수, 전력망, 그리고 숙련된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기쿠요마치에 모여 있었기 때문에 TSMC가 자연스럽게 공장부지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 지역은 반도체 공장에 필수적인 수자원과 전력이 풍부하다. 지하수가 아소산 부근에서 공급되는데다 규슈지역은 4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 중이어서 안정적으로 전력공급이 가능하다. 구마모토현내 반도체 기업은 현재 200여개이며, 구마모토가 속한 규슈지역은 일본 반도체 산업 총 매출의 55%를 차지한다.
◇두뇌없는 실리콘아일랜드라는 비판을 받은 이유
규슈(九州)는 일본 최남단 섬으로 7개의 현(후쿠오카, 사가, 나가사키, 구마모토, 오이타, 미야자키, 가고시마)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규슈는 일본 근대화를 주도한 산업지대라는 인식이 강하다. 규슈 산업화의 역사는 19세 중반 메이지유신 전후로 시작하는데, 메이지 정부는 부국강병을 기치로 규슈지역을 중화학 공업의 거점으로 육성한다. 일본 최초의 근대적 국영 제철소인 야하타제철수(1901년)을 비롯해 미쓰비시 나가사키 조선소 등이 규슈에 들어서면서 일본 산업화가 본격화된다.
구마모토는 1970년대에 쇠퇴하는 중화학 공업을 대체할 신산업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중심지로 선택된 곳이다. 1967년 미쓰비시 전기가 구마모토에 공장을 세운이후 도시바, NEC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규슈에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1980년대에는 규슈는 일본 전체 반도체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며 세계 반도체 생산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그래서 탄생한 이름이 '실리콘 아일랜드 규슈'이다. 2000년대 들어 한국과 대만의 기업들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이 급락했다. 규슈는 주로 '제조(생산)'에 치중해 설계나 R&D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두뇌없는 실리콘아일랜드’(Brainless Silicon Island)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반도체 설계, 연구개발(R&D), 마케팅 등 핵심적인 '두뇌' 역할은 도쿄 본사에서 수행했기 때문에, 지역 자체적인 기술 자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