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1.09 06:00
신축 흉내 안 낸다…잠실엘스, 과시형 대신 실용형 커뮤니티 지향
선큰 공간 활용한 300여 평 커뮤니티 시설 구상
선큰 공간 활용한 300여 평 커뮤니티 시설 구상
[땅집고] 올해로 지은 지 18년을 맞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가 단지 내 커뮤니티 조성과 함께 리모델링·대수선 검토에 들어갔다. 단지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최근 고급 신축 아파트에 잇따라 들어서는 초호화 호텔급 커뮤니티와는 결이 다르다. 조식 서비스나 호텔급 수영장, 단지 내 영화관처럼 관리비 부담은 크지만 이용이 꾸준하지 않은 시설보다는, 주민들이 실제로 자주 찾는 실용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때 유행처럼 도입했다가 운영을 접은 사례를 지켜본 만큼, 보여주기식 시설은 과감히 덜어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잠실엘스는 5678가구 규모의 대단지이지만 2000년대 초·중반에 지어진 이른바 ‘3세대 아파트’에 속한다. 이 시기 아파트들은 지하 주차장과 공원형 단지 설계를 본격 도입하며 주거 환경이 크게 개선됐지만, 커뮤니티 시설은 최소한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피트니스센터와 수영장, 실내 골프연습장 등 대규모 커뮤니티가 아파트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은 2020년 이후 공급된 4세대 단지부터다. 이 때문에 3세대 단지들은 구조적으로 커뮤니티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몸테크·갈아타기 대신 리모델링으로 가치 상승 꾀한다
실제 잠실엘스에는 별도의 대규모 커뮤니티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다. 반면 최근 재건축을 통해 들어선 신축 단지들은 커뮤니티를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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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진주아파트를 재건축한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피트니스센터와 실내 골프연습장, 수영장, 사우나, 스카이라운지 등을 갖췄고, 미성·크로바를 재건축한 ‘잠실르엘’ 역시 실내 수영장과 사우나, 실내 골프장, 체육관, 클라이밍 시설 등을 포함한 호텔급 커뮤니티로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는 배경에는 커뮤니티 확충 필요성뿐 아니라 ‘상급지 갈아타기’에 대한 인식 변화도 깔려 있다. 잠실 일대 집값이 이미 크게 오른 데다, 양도세·취득세 등 세금과 금융 비용 부담까지 커지면서 반포나 압구정으로 옮기는 선택이 예전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판단이다. 대신 지금 살고 있는 입지를 지키면서 주거 환경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쪽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이 단지 안에서 힘을 얻고 있다.
입주민들의 태도도 예전과는 다르다. 잠실엘스는 전문직 종사자 비중이 높고 비교적 연령대가 낮아, 리모델링이나 대수선을 통해 단지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무리해서 다른 동네로 옮기기보다, 입지는 유지한 채 신축에 준하는 환경을 만들자는 의견이 빠르게 힘을 얻는 분위기다. 인근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컴플렉스(GBC)와 잠실 마이스(MICE)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향후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단지가 검토하고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실거주를 유지한 채 노후 설비와 외관을 손보고 커뮤니티를 확충하는 대수선, 다른 하나는 이주를 전제로 하는 리모델링이다. 대수선은 이사 없이 진행할 수 있어 사업 속도가 빠르고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 없이도 신축에 가까운 주거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비용 마련 방식도 차이가 있다. 대수선은 기존 장기수선충당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반면, 리모델링은 가구별로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5678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인 만큼 대수선의 경우 가구당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리모델링은 수억원대 분담금이 거론될 수 있고, 최근 내부 인테리어를 마친 가구들의 부담도 변수로 꼽힌다. 다만 단지 안에서는 “더 미루면 결국 몸테크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데 이미 재건축을 한 단지라 다시 재건축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고, 이 때문에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일정 수준의 비용은 감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기존 선큰 공간 활용해 커뮤니티 조성…조식·호텔급 시설 지양
커뮤니티 조성 구상은 설문조사를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다. 단지 내에는 활용 가능한 공간이 비교적 넉넉하다. 약 300여평 규모 기존 선큰(정원) 공간을 활용해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인근 단지인 ‘리센츠’가 지하 유휴공간을 활용한 것과 달리 외부와 맞닿은 공간을 살려 개방감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시설 구성 역시 수영장이나 과도한 특화시설보다는 오래 운영할 수 있고 실제 사용 빈도가 높은 시설 위주로 논의하고 있다.
이미 롯데월드타워와 잠실 마이스(MICE) 개발 등으로 주변 문화·상업 인프라가 충분한 만큼, 단지 안에서는 ‘있어서 좋은 시설’보다는 ‘있으면 자연스럽게 쓰게 되는 시설’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가락동 ‘헬리오시티’나 반포동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에서도 조식 서비스를 도입했다가 이용객이 줄며 중단한 사례가 있다.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에서는 소음과 냄새 문제로 식당 공사가 도중에 멈춘 경우도 있었다. 입주민들은 “처음엔 관심이 크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지면 이용이 빠르게 줄어든다”며 “설치만 해놓고 방치되는 시설은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입주민 측은 대수선·리모델링 결정을 두고 설문조사를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대수선과 리모델링 모두에 부정적일 경우에는 층간소음 개선 등 노후 시설 정비 수준에서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와 함께 가구당 부담 가능한 분담금 범위와 원하는 시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현재 잠실엘스 대수선·리모델링 사업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 건설사는 올해 들어 신개념 리모델링과 대수선을 신사업으로 내세우며, 강남권 2000년대 초·중반 준공 단지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넥스트 리모델링’은 골조를 유지한 채 디자인과 커뮤니티, 스마트홈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이고, 현대건설의 ‘더 뉴하우스’는 별도 이주 없이 대수선 공사를 진행해 2년 내 사업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mjbae@chosun.com